서울 가락시장 하역노조와 도매시장법인간 하역비 협상이 시작됐다. 하역노조는 임금 현실화를 목적으로 하역비 인상을 강하게 요구하고, 담합 관련 대법원 판결로 머릿속이 복잡해진 도매시장법인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역노조 “하역노동자 임금 다른 직종 대비 절반 수준…하역비 인상폭 증가 불가피”=최근 가락시장 내 서울경기항운노동조합은 청과부류 도매시장법인에 하역비 협상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보냈다. 하역비 협상은 통상 3년에 한번꼴로 이뤄진다. 마지막 하역비 협상은 2019년에 이뤄졌는데, 당시 도매시장법인별로 3∼5%씩 하역비를 인상했다.
이번 협상에서 하역노조는 기존보다 높은 하역비 인상폭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경항운노조에 따르면 가락시장 하역노동자 평균임금은 시급으로 환산했을 때 약 9300원으로, 이는 건설업 평균시급인 2만7000원대는 물론 택배 배송업 2만원대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러면서 임금이 경쟁 업종 대비 낮은 데다 장시간·철야 노동에 시달리는 하역업무 특성상 신규 인력 수급이 어려워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고령화로 인해 은퇴하는 노조원은 늘고 있어 이대로 가다간 몇년 안에 하역업무에 큰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해덕 서경항운노조 위원장은 “임금은 낮고 일평균 15시간씩 근무하다보니 젊은층 인력 수급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경쟁 업종 수준으로 임금을 현실화하지 않으면 향후 하역업무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담합 금지부터 위탁수수료 상한 결정까지…대법원 판결 협상 변수=하역노조가 내세운 하역비 협상 요구에 도매시장법인들은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대법원 판결로 인해 하역비 협상 과정에서 자칫 담합 논란이 다시 불거질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지난해말 대법원은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위탁수수료와 판매장려금 결정을 담합했다는 이유로 가락시장 도매시장법인 4곳에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린 판단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도매시장법인들은 개별 협상을 준비하거나 법적 기구를 통해 안건으로 다뤄야 하는지 등을 서울시에 문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 도매시장법인 관계자는 “담합 우려를 해소하려면 반드시 개별 협상체제를 유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시장관리운영위원회 등을 통하는 방법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하역비 협상으로 하역비가 인상되더라도 출하자 부담은 늘어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과거 도매시장법인들은 하역비가 인상될 경우 출하자로부터 받는 정액 위탁수수료를 인상하는 방법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도매시장법인이 받는 위탁수수료 상한을 규정한 ‘서울특별시 농수산물 도매시장 조례 시행규칙’이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터라 향후 하역비가 인상되더라도 도매시장법인들이 위탁수수료를 올리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다. 또 다른 도매시장법인 관계자는 “해당 서울시 조례 시행규칙 건은 현재 파기환송심에서 다루고 있어 확정 사안은 아니다”며 “대법원 판결을 염두에 두고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했다.
◆출하자 위탁수수료 영향에 촉각=출하자들은 과거 하역비 협상 결과에 따라 위탁수수료도 변화된 만큼 이번 하역비 협상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광형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과거 경험상 하역비 인상에 따라 출하자 부담도 늘어났기 때문에 출하자 입장에선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서울시 조례 시행규칙으로 인해 위탁수수료 인상이 어려워졌다지만 파기환송심이 진행되고 있어 속단하기엔 이른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곽길성 가락시장품목별출하자협의회장은 “표준하역비 제도 취지에 맞게 하역비 인상분은 도매시장법인이 부담해야 한다”면서 “협상 결과를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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