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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 겨울대파 ‘풍년의 역설’…농가 가격불안 ‘전전긍긍’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2-01-24 조회 1320
첨부파일 20220122223625962.jpg
△겨울대파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면서 산지농가들은 가격 폭락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곽길성 전남 서진도농협 대파공동선별출하회장(오른쪽)과 주명규 NH농협 진도군지부장이 대파 작황을 살펴보고 있다


      재배면적 늘고 작황까지 호조 단위면적당 수확량 두배 증가

      가락시장 1㎏ 1000원 안팎 대부분 생산비 못 건져 울상

      수확 미루며 예년 물량 유지 2월 이후 출하량 폭증 예상

      시장격리 등 선제조치 시급


                                                      농민신문 진도·신안=이상희 기자  2022. 1. 24


 겨울대파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며 농가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재배면적이 크게 늘어난 데다 지역에 따라 단위면적당 수확량이 최대 두배 이상 급증하는 등 작황까지 호조를 보이자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 폭락 우려가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파국을 맞기 전에 정부가 서둘러 선제조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남 진도·신안 등 겨울대파 주산지에서는 지난해말부터 대파가격 폭락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재배면적이 전년에 견줘 12%나 증가한 만큼 산지에서도 가격 약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실제 수확시기가 다가오면서 상황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나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수급 불균형이 심화한 주요인은 생산량 급증이다. 산지와 농가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올해 3.3㎡(1평)당 수확량은 18㎏으로, 예년 수확량 9㎏보다 두배나 많다는 게 산지 관계자들 설명이다.

대파농가 표영득씨(74·신안군 자은면)는 “3.3㎡당 수확량이 23㎏까지 나온 밭도 있다”면서 “평년에는 6600㎡(2000평) 규모를 작업하는 데 나흘이면 충분했는데 올해는 일주일 넘게 걸릴 정도”라고 말했다. 농가들 사이에서는 “작업하고 돌아서면 그대로고, 작업하고 돌아서면 또 그대로”라는 한숨 섞인 우스갯소리도 나오는 지경이다.

산지 거래도 사라진 지 오래다. 신안지역에선 지난해말 330㎡(100평)당 100만∼110만원에 거래되던 것이 새해 들어 70만∼80만원까지 떨어지더니 최근에는 아예 거래 자체가 없다. 현재 시장 시세로는 작업을 할수록 손해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곽길성 서진도농협 대파공동선별출하회장은 “수확·선별·포장·운송 등 작업비만 대파 한단(1㎏)에 800원가량이고 비료·농약, 농지 임차료 등 다른 비용까지 더하면 생산비만 1200원 정도 들어가는데 서울 가락시장에서는 1㎏ 기준 특상품 일부만 1200∼1300원에 거래되고 대부분 1000원 안팎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곽 회장은 “한차당 300만∼400만원이 적자인데 누가 작업하려고 하겠느냐”며 씁쓸해했다.

실제로 예년 같으면 한창 수확작업으로 북적였을 진도·신안 일대 대파밭에서는 사람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진도지역 한 대파농가는 “고정 거래처가 있는 상인들이나 어쩔 수 없이 할 뿐 작업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봄농사를 위해 밭을 비워야 해 3.3㎡당 1000∼2000원만 주고 가져가라거나 돈도 필요 없으니 아예 밭만 치워달라고 하는 사례까지 나올 정도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정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산지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최악으로 내몰리기 전에 산지폐기 등으로 과잉물량을 시장격리 해달라는 요구다. 지금은 작업을 미루는 농가가 대부분이라 출하량이 예년 수준인 하루 300∼400t에 머물러 대파가격이 그나마 1000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2월 이후엔 더이상 출하를 미룰 수 없는 농가들이 한꺼번에 작업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봄이 되면 단수(10a당 생산량)가 지금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출하량이 폭증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정원 신안대파생산자협의회장은 “농가들은 속이 타들어가는데 농정당국은 현장 한번 안 와보고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면서 “대파값이 한단에 200∼300원까지 떨어져야 대책을 내놓을 셈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산지 상황이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자 전남도는 최근 대책 마련에 나섰다. 대파 생산자단체 관계자에 따르면 도는 최근 신안·진도·영광 등 겨울대파 주산지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산지 현황과 농가 요구사항 등을 파악하는 한편 잇따라 대책회의를 열어 산지폐기 방안 등을 논의 중이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과잉물량에 대한 시장격리 등 대응책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파농가 장홍근씨(52·신안군 임자면)는 “상황이 더 나빠져 정말 손쓸 수 없게 되기 전에 농식품부와 도가 빨리 과잉물량 산지폐기를 결정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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