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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 제주 겨울채소 소비부진·가격급락…농가 ‘냉가슴’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2-01-17 조회 1342
첨부파일 20220115212820985.jpg
△김병수 제주 애월농협 조합장(오른쪽)과 고성관씨(애월농협 양배추생산자협의회장)가 수확을 앞둔 양배추를 살피며 바람직한 수급 대책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코로나로 외식업 수요 급감

      양배추 재배면적 크게 늘어 수확할수록 손해…출하 중단

      당근·무도 소비 줄어 ‘고전’

     “과감한 시장격리 조치 필요”


                                                                  농민신문 제주=심재웅 기자  2022. 1. 17


 겨울철 국민 밥상을 책임지는 제주 겨울채소가 제철을 맞았음에도 소비부진과 가격 하락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대표 품목으로 꼽히는 양배추·당근·무의 가격 하락세가 심상치 않아 농가들은 어느 해보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실제 서울 가락시장에서 14일 거래된 양배추 8㎏들이 상품 1망당 평균 경락값은 4181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평균 가격(1만374원)에 비해 60%가량 낮은 수준이다. 당근 또한 20㎏들이 상품 1상자당 1만6800원에 거래돼, 2021년 같은 시기 평균 가격(3만229원)에 비해 약 44% 하락했다. 사정은 무도 비슷하다. 20㎏들이 상품 1상자가 평균 1만19원에 거래돼, 지난해 평균 경락값 1만4337원에 견줘 30% 넘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가와 농협 관계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영향으로 식당 등 외식업 수요가 급감한 상황을 가격 하락 주요인으로 진단하고 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품목은 양배추다. 도에 따르면 2021년산 양배추 재배면적은 1904㏊로 2020년산(1753㏊)에 비해 약 8.6% 증가했다. 재배면적이 크게 늘어난 데다 소비부진까지 더해지면서 올겨울 들어 줄곧 낮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분간 상승 전환 가능성도 낮아 농가 불안감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엔 전남 무안지역을 중심으로 재배면적이 크게 늘어나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가격 하락이 지속되자 아예 수확을 중단하는 농가들도 속출하고 있다.

애월읍 곽지리에서 양배추농사를 짓는 고성관씨(55·애월농협 양배추생산자협의회장)는 “현 시세에 출하해봤자 작업비와 운송비를 제하면 생산비조차 건지지 못한다”면서 “수확할수록 손해인 상황이라 작업을 멈춘 농가가 수두룩하다”고 한숨지었다.

이에 도는 제주산 양배추를 본격 출하하는 2월이 되기 전에 시장격리 사업을 시행해 수급 안정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시장격리 규모는 250㏊ 내외다.

그러나 수급안정 대책의 실질적인 효과를 위해선 시장격리 규모를 더 늘리거나 전남지역의 격리사업 동참이 필수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병수 애월농협 조합장은 “제주 양배추가 성출하되기 전 시장격리를 진행하려는 움직임은 다행”이라면서도 “확실한 가격 반등 효과를 위해선 사업시행 면적을 더 늘리는 등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김태범 농협경제지주 제주지역본부 유통지원단장은 “제주와 전남의 겨울철 양배추 생산량이 거의 비슷해진 상황”이라면서 “두 지역의 공조 노력이 뒷받침돼야 수급조절 대책의 실질적인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뿐 아니라 도에서 매년 실시하는 ‘밭작물 토양생태환경 보전사업’에 참여하는 농가에 대한 지원단가를 올려 농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 조합장은 “해마다 시장격리 사업에 드는 예산을 토양생태환경 보전사업 지원단가 인상에 미리 투입한다면 참여 농가수가 늘어 수급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토양생태환경 보전사업은 밭작물(무·당근·양배추·브로콜리 등 7개 품목)을 재배하던 농가가 휴경하거나 풋거름작물(녹비작물)을 재배하면 면적에 따른 기준금액을 농가에 보전해주는 제도다.

당근과 무 또한 상황이 녹록지 않다. 당근은 지난해 9월 제주를 강타한 제14호 태풍 ‘찬투’와 이후 길어진 가을장마로 상품성이 저하한 데다 소비까지 부진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출하를 30%가량 진행한 최근까지도 가격이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올해산 생산량은 5만6000여t으로 예측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해보다 약 7000t 많은 양이다. 이에 제주당근연합회와 당근 주산지 농협인 구좌농협은 생산자 중심으로 자율수급안정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먼저 상품 당근 8000t을 가공용으로 대체해 시장출하 물량을 조절하고 있다. 또 출하량 조절을 위한 산지 비축물량 5000t을 수매하고, 자조금을 활용해 100㏊ 규모 시장격리 사업도 추진하며 가격 반등을 노리고 있다.

양성집 구좌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장장은 “생산자단체·행정당국 등과 협의해 선제적 수급 대책을 펼치고 있지만 소비가 따라주지 않는다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행정당국에 가공용 대체사업 규모 확대와 비축물량 저장비 지원 등을 추가로 요청해둔 상태”라고 말했다.

겨울무는 최근 20㎏들이 상품 기준 평균 도매가격이 1만원대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지만, 이를 풍전등화로 바라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도와 농협, 제주월동무연합회는 파종기부터 자발적 재배면적 감축 캠페인과 토양생태환경 보전사업 참여 독려를 통해 2021년산 재배면적(5508㏊)을 2020년산(6319㏊)보다 약 13%(811㏊) 줄여 수급안정을 기대했지만 역시나 외식업계 소비침체 파고를 넘지 못하는 모습이다. 강동훈 성산읍월동무생산자협의회장은 “현재 상황도 썩 좋다고 볼 수 없는데 문제는 설 명절 이후”라면서 “2월부터 성출하기에 접어들면 추가 가격 하락은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가 발생하고 나서 해결책을 내놓는 사후약방문식 대처보다는 선제적이고 과감한 정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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