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활력 제고를 위해 농축산물에 대한 청탁금지법(김영란법)상 선물가액을 20만원으로 2배 상향한다.’ ‘물가가 낮은 수준에서 관리되도록 물가 부처책임제를 도입한다.’ ‘가공식품·외식 가격을 적극 모니터링해 물가 파급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한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12월20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잇달아 내놓은 자료들이다. ‘갈지자(之)’로 해석할 수 있는 물가대책을 내놓고, 십수년 전 낡은 제도를 재소환하는 촌극 앞에 설 대목시장마저 어리둥절해하고 있다.
정부는 6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제52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설 민생대책을 논의했다. 10대 농·임·축산물을 포함한 16대 성수품을 지난해 설보다 일주일 빠른 10일부터 공급하고 공급량도 역대 최고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 뼈대다. 청탁금지법도 다뤘다. 1월8일∼2월6일 농축산물과 농축산 가공품 선물에 대해 청탁금지법이 허용하는 가액을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올린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지원, 내수 활력을 복원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보다 보름 앞선 12월20일 기재부는 상반되는 계획을 내놨다. 대통령 주재 확대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확정한 ‘2022년 경제정책방향’을 설명하면서 “2022년도 물가가 2021년(2.4%)보다 낮은 2.2% 수준 내에서 유지되도록 집중 관리하겠다”고 했다. 이어 “물가 ‘부처책임제’를 도입해 원자재·농축산물 등 주요 품목별 수급안정대책을 세심히 마련하겠다”고 했다. 한쪽에선 물가를 잡겠다고 하고 다른 한쪽에선 경기를 살리겠다고 한 것이다.
기재부의 입은 10일 또 열렸다. 홍 부총리는 새해 들어 처음 개최한 확대간부회의에서 “유가 등 원자재값, 가공식품·외식 가격 등을 적극 모니터링해 물가 파급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기재부의 잇단 물가 발언은 최근 딸기·화훼·배추 등 일부 농산물 가격이 일시적으로 급등한 것과 관련이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부 언론 매체에선 ‘비싸서 못 먹겠다…딸기값 70% 급등’ ‘꽃값이 금값…치솟는 가격에 상인들 울상’이란 식의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쏟아낸다. 딸기는 현재 1화방 끝물 상태로 1월 중순 이후 출하될 2화방 물량이 많고, 연초 크게 올랐던 절화류 시세는 12일 기준 전년 대비 오름폭이 13.5%로 둔화된 점은 주목받지 못한다.
물가 부처책임제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낡은 방식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정부 부처에서 나온다. 이미 농산물은 농식품부가, 유류는 산업통상자원부가 관리하는 등 각 부처가 담당품목 수급을 관리하고 있는데, 기재부가 부처책임제로 앞장서서 부처를 지정하는 것은 국민 대상 생색내기용이 아니냐는 얘기다. 반대로 물가문제는 기재부 고유 업무인 데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돈을 풀어 물가가 오른 상황에서 각 부처가 물가관리를 하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볼멘소리도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명박정부가 부처별 물가안정책임제를 시행할 당시 부서 내에 쌀 국장, 배추 과장 등 품목별 전담 책임자가 지정됐었다”면서 “그에 따른 결과는 농업계가 다들 알지 않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