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예산이 수반되지 않으면 공수표에 그치거나 시행에 어려움을 겪는다. 농업예산을 농업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의지 또는 관심으로 해석할 수 있는 이유다.
문재인정부는 이런 점에서 농업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부의 재정 역할을 크게 강조한 문재인정부(2018∼2022년)의 연평균 국가 전체 예산 증가율은 8.7%에 달한다. 하지만 이 기간 농업예산 연평균 증가율은 3.12%로 그 절반에도 못 미친다.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특히 2018년과 2019년엔 국가 전체 예산이 각각 7.1%, 9.5%나 오르는 가운데서도 농업예산 증가율은 0.08%, 1.1%에 그쳐 농업계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사실 농업예산의 푸대접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농업예산의 규모 파악이 가능한 2000년부터 살펴보면 김대중정부 시절이던 2000∼2002년 농업예산 연평균 증가율은 1.73%에 그쳤다. 다만 2002년에는 국가 예산이 0.5% 감소했는데도 농업예산은 9.4%나 증가하는 일도 있었다.
이어 노무현정부(2003∼2007년)에서도 농업예산 연평균 증가율은 3.46%로 높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후보 시절 국가 전체 예산 중 10%를 농업예산으로 배정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 이 비율은 취임 직전 해에 7.5%에서 임기 마지막 해엔 5.1%로 오히려 감소했다.
보수 정권에서도 농업예산은 찬밥 신세였다. 이명박정부(2008∼2012년) 농업예산 연평균 증가율은 2.46%에 그쳤다. 2010년에는 농업예산이 12조9888억원에서 12조9887억원으로 1억원 감소하기까지 했다. 이때 국가 전체 예산은 284조5000억원에서 292조8000억원으로 2.9% 증가했다.
박근혜정부(2013∼2017년) 들어 농업예산 연평균 증가율은 다시 1%대인 1.16%로 고꾸라졌다. 2013년 국가 전체 예산이 5.1% 증가한 가운데 농업예산은 1.1%나 감소하기도 했다. 2014년과 2017년에도 농업예산 증가율은 0.8%에 그쳤다. 이 두해 국가 전체 예산 증가율은 각각 4%, 3.7%였다.
이처럼 정권을 막론한 농업예산 홀대의 결과 국가 전체 예산에서 농업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2.9%) 사상 처음으로 3%대가 무너진 데 이어 올해에는 2.8%로 더욱 쪼그라들게 된다. 2000년만 해도 이 비중은 7.5%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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