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수 벼 재배가 많은 우리나라에선 ‘논물’이 탄소배출 원인으로 꼽히지만, 정부가 제시한 대응방안인 ‘간단관개(논물 조절 재배)’는 이미 대부분 농가가 실시해 탄소저감 여지가 많지 않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모내기를 하는 모습.
정부 제시안 농가 이미 실행 중 탄소감축 여지 별로 없어 문제
벼 품종별 탄소배출량 연구 등 현실적 연구 지원에 집중하고
적용 때 구체적 수치 따져봐야
농민신문 김다정 기자 2021. 12. 20
정부가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과 흡수량을 같은 상태로 유지하는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정부의 농업분야 탄소중립 실천 방안에 대한 현실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현장에서 널리 시행되고 있는 방법을 마치 새로운 감축 방법인 것처럼 제시하거나 탄소배출량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많은 영농기술이 실천방안에 포함돼 ‘탁상공론’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정부가 논에서의 메탄 발생량을 줄이고자 논물 관리 방식을 개선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제시하는 ‘논물 관리 방식’, 즉 간단관개가 이미 대부분의 농가에서 실시하는 기술이라 탄소감축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김필주 경상대학교 교수는 “경종부문 온실가스 감축 방안인 간단관개는 이미 벼농가의 87%가 실천하는 영농기술”이라며 “(간단관개법을 확대한다고 해도) 탄소감축 여지가 많지 않다”고 꼬집었다.
무기질비료 사용량을 줄이고 친환경농법 시행을 확대해 농업분야 탄소배출량을 줄이겠다는 정부 방안에 대해서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무기질비료 대신 유기질비료 사용량이 늘면 오히려 메탄가스 배출량이 증가해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한 전문가는 “토양 내 유기물 함량을 증진시키기 위해 유기물을 넣어줘야 한다지만, 유기물 공급에 따른 탄소격리 또는 탄소배출 저감 효과가 거의 없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토양에 유기물을 많이 넣으면 이산화탄소 발생이 줄어들지만 메탄 발생이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현장 적용성이 높고 감축 여지가 많은 분야의 연구를 우선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토양비료학회 관계자는 “정부가 내놓은 농업분야 온실가스 감축 방안은 현장 상황에 대한 고민 없이 일부 연구를 베껴 제출한 것에 불과하다”며 “정말 농업분야의 탄소저감을 고민한다면 벼 품종별 탄소배출량 연구처럼 보다 현실적인 연구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탄소저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영농법이나 탄소 저장법과 관련한 계수 개발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유가영 경희대학교 교수는 “단순히 어떤 방법이 탄소감축에 좋다, 안 좋다가 아니라 적용 시 배출량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토양 속 탄소 저장량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정량적 수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 발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농축수산업에서 배출하는 탄소의 양은 2470만t으로, 정부는 2050년까지 이 양을 1540만t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