ㅈ농산 서울시와 마찰 “누군지 모르고 팔았다”
시장도매인-중도매인, 중도매인 간 거래도 금지
지킬 수 없는 농안법 때문에 도매상만 피해
한국농업신문 유은영 기자 2021. 12. 13
"신분증 확인 권한 없는데 누군줄 알고 물건을 팔까?"
“나는 도매시장에서 장사하는 사람인데 중도매인인지 누군지 사람 구별해 물건을 팔까, 농안법은 악법이다.”
시장도매인이 중도매인에게 물건을 팔 수 없게 한 현행 법률이 악법 논란에도 개정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현행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은 시장도매인과 중도매인 간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중도매인 신분을 구별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실효성 논란이 빚어진 지 오래다.
8일 농산물 도매유통 업계에 따르면 강서시장 시장도매인 ㅈ농산은 지난 2017~18년도에 중도매인에게 물건을 팔았다. 가락 및 강서시장을 관리하는 서울농수산식품공사는 이 사실을 확인하는 문제로 ㅈ농산과 마찰을 빚고 있다. 공사는 서류에 ㅈ농산 대표의 서명을 받아 서울시에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ㅈ농산 대표는 물건 사러 오는 사람이 누군지 모르고 팔았는데 죄를 물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는 “법은 한 마디로 사람 가려가며 물건을 팔라고 하는 꼴인데, 신분증을 일일이 확인할 권한도 없는 우리가 어떻게 그 사람이 중도매인인지 아닌지 알겠느냐, 법이 잘못됐으면 법을 고치는 일에 힘을 써야 하는 것 아닌가? 하고 항변했다.
시장도매인과 중도매인은 사실 중간 도매상으로 신분은 같지만 도매시장에 적용되는 농산물 거래제도에 속한 사람들로 중도매인은 경매제, 시장도매인은 시장도매인제에 속해 서로 거래할 수 없다. 시장도매인이 경매제의 중도매인에게 물건을 팔면 안될 뿐 아니라 중도매인끼리도 거래하면 법에 걸린다.
농안법 제88조는 중도매인간 거래 적발시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다만 지난 2014년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전년도 거래금액의 20% 미만까지는 중도매인간 거래를 허용했다.
이 조항이 실효성 논란에 휘말리는 이유는 지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도매인과 거래시 얼굴이 알려진 중도매인이 직접 가지 않고 다른 사람을 보내면 시장도매인은 손님에게 물건을 팔 수밖에 없다.
또 도매상은 물건 구색을 맞춰 거래처나 소비자에게 줘야 하기 때문에 본인 점포에 없는 물건을 다른 도매상에게서 사와서라도 줘야 한다. 잘 아는 중도매인 사이라도 물건을 달라면 안 줄 수가 없는 이유다. 사실상 시와 공사도 유통인간 거래를 금지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어쨌든 법 규정은 적용해야 한다"면서도 "법이 현장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긴 하다"고 말했다. ㅈ농산 대표도 이를 농안법의 허점으로 지적하는 것이다.
강서시장에선 지난 2017년 모 청과법인이 중도매인과 거래했다는 이유로 과태료 300만원을 부과하는 행정처분을 받았다. 그 이후로는 사례가 없다가 이번 ㅈ농산 일이 불거졌다.
ㅈ농산은 안동 사과 수집상 강모씨와 출하대금 미정산 문제로 법정 다툼을 벌인 시장도매인법인이다. 2019년 12월 1심 승소에 이어 올해 9월 2심에서도 강씨에게서 출하대금을 떼먹지 않았다는 법원의 확인을 받아 승소했다. ㅈ농산과 중도매인간 거래 내역은 강씨와 법정 다툼 과정에서 강씨 측이 중도매인의 세금처리 내역서를 입수해 법원에 위법 사실로 제출하면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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