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산지 태풍·잦은 비 피해 ‘수미’ 물량 10% 정도 감소
시세 당분간 현 수준 유지
인건비·자재비 등 크게 증가 농가소득 오히려 줄어들 듯
농민신문 이민우 기자 2021. 12. 10
감자값이 평년보다 강세를 보이고 있다. 산지에서 저장감자 출하량을 줄인 데다 가을감자 생산량도 평년보다 10% 이상 감소한 것이 요인이다. 감자값 강세에도 불구하고 산지 농민들은 생산비가 올라 오히려 소득이 줄어들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감자값 평년 대비 소폭 강세…가을감자 생산량 감소 영향=8일 서울 가락시장에서 <수미> 감자 20㎏들이 상품 한상자는 평균 3만8081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12월 평균 경락값인 2만8680원보다 32.7%, 평년 12월 평균 경락값인 3만3333원보다 14.2% 높은 값이다.
이러한 강세는 11월말부터 출하된 가을감자 생산량이 10% 이상 감소해 큰 영향을 끼쳤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가을감자 재배면적은 올해 1509㏊로 전년과 평년 대비 각각 10.4%, 16.4% 감소했다. 가을감자 생산량도 2만2170t으로 전년과 평년 대비 각각 11.3%, 17% 감소할 것으로 관측됐다.
감자 주산지인 제주에서는 올해 생산량이 이보다 더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귀포시 대정읍에서 1만3223㎡(4000평) 규모로 감자농사를 짓는 강성모 탐라감자공선회장은 “지난해 감자값이 좋지 않아 재배면적이 줄어든 데다 8월에는 태풍, 9월에는 가을장마가 이어져 생산량이 크게 감소했다”며 “피해가 큰 곳은 평년 대비 50%가량 줄어든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산지에서 저장감자 출하 조절에 나선 것도 가격 강세 요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박종영 한국청과 경매사는 “감자값이 더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저장감자 출하를 미루는 출하자가 꽤 많다”며 “출하량이 예년 이맘때보다 줄면서 가격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감자값 추가 상승 어려워…“보합세 유지할 것”=감자값은 현 수준에서 보합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올해 봄감자와 고랭지감자 생산량이 평년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 데다 전체 감자 생산량 가운데 가을감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작아 추가 가격 상승 요인이 적다는 분석이다.
농경연에 따르면 올해 봄감자와 고랭지감자 생산량은 각각 37만9672t, 11만8084t으로 평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평년 생산량은 각각 38만5088t, 11만3421t이다.
김창수 농경연 연구원은 “가을감자 생산량이 줄었다곤 하나 전체 감자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 정도에 불과해 가격 상승에 대한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올해 전체 감자 생산량이 평년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만큼 저장량도 비슷할 것으로 보여 가격이 현 수준에서 크게 오르긴 어려울 듯하다”고 전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감자 소비가 부진한 점도 가격 상승을 어렵게 하고 있다.
김부용 동화청과 경매사는 “정부의 방역 정책이 완화됐으나 아직 소비에는 별 영향이 없다”며 “현재처럼 소비부진이 지속되면 감자값도 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덕범 중앙청과 경매사도 “이번주 들어 시장 반입량이 조금씩 늘고 있어 가격 상승세가 주춤한다”며 “연말까지 현 수준의 가격대를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산지 농민 “생산비 급등으로 소득 줄어들 판”=산지 농민들은 올해 인건비 등 생산비가 급등해 현 수준의 가격으로는 오히려 소득이 줄어들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전남 보성군 회천면에서 3만3057㎡(1만평) 규모로 감자를 재배하는 변제승씨(43)는 “올해 근로자 1명당 일당이 차비를 포함해 여성은 10만원에서 13만원으로, 남성은 13만원에서 17만원으로 각각 올랐다”며 “인건비를 지급하면 남는 게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9만9173㎡(3만평) 규모로 감자농사를 짓는 김동기씨(52·강원 정성군 임계면)도 “인건비뿐 아니라 농약·자재비와 운송비도 크게 오른 상황”이라며 “전체적인 생산비가 평년보다 20% 이상 올라 현 수준의 감자값으로는 간신히 본전만 찾는 수준”이라고 염려했다.
이성택 제주 서귀포 안덕농협 대리는 “가격이 소폭 올랐지만 생산량이 그만큼 줄어 농가들이 체감하기엔 어려운 수준”이라며 “생산비도 크게 올라 내년도 감자농사를 포기하는 농가가 많아질까 걱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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