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강동수산 등 제기 소송서 “기간 만료되면 재검토” 판결에
가락시장 청과 도매법인·공판장 “지정요건 충족 여부 살펴봐야” 공사에 심사 요청 의견 전달
전문가 “상장예외 본래 취지는 물량 적은 품목 출하 돕는 것 목적 달성되면 상장거래해야”
농민신문 이민우 기자 2021. 12. 08
서울 가락시장에서 상장예외품목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청과부류 도매시장법인들이 법원의 판결을 근거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상장예외품목 심사를 매년 실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상장예외품목 지정 기준을 새롭게 설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락시장 도매시장법인 “상장예외품목 지정 매년 심사해야”=청과부류 5개 도매시장법인과 농협가락공판장은 최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2022년도 가락시장 청과부류 품목별 거래방법 지정에 대한 의견’을 공동으로 전달했다.
해당 의견에는 2022년도 가락시장 청과부류 품목별 거래방법을 지정할 때 상장예외품목으로 지정된 145개 품목이 농안법 시행규칙이 정하는 기준에 부합하는지 여부에 대한 심도 있는 심사를 요청하는 내용이 담겼다.
도매시장법인들은 의견서에서 “상장예외품목 제도는 지정기간이 경과한 후에는 해당 품목이 농안법에서 정한 지정기준의 요건을 충족했는지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안법 시행규칙 제27조는 상장예외품목의 지정기준을 ▲연간 반입물량 누적비율이 3% 미만인 품목 ▲해당 품목을 취급하는 중도매인이 소수인 품목 ▲상장거래에 의해 중도매인이 해당 농수산물을 매입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하다고 도매시장 개설자가 인정하는 품목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도매시장법인들은 그동안 공사가 관행적으로 상장예외품목을 지정하거나 한번 상장예외품목으로 지정된 품목은 상장거래품목으로 전환하지 않는 등 농안법이 정한 지정기준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가락시장 청과부류 거래품목은 모두 193개다. 이 중 상장예외품목이 145개로 전체의 75.2%를 차지하고, 상장경매만 가능한 품목수는 48개에 불과하다.
상장예외품목이 상장품목의 3배에 달해, 상장경매를 원칙으로 하는 공영도매시장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서울행정법원 1심 “상장예외품목 관행 지정은 위법”=청과부류 도매시장법인들이 의견서를 낸 데는 최근 서울행정법원의 1심 판결이 발단이 됐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강동수산과 수협중앙회가 서울시를 상대로 제기한 ‘거래방법 지정 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일부승소 판결의 내용은 두가지다.
먼저 법원은 서울시가 2021년 수산부류 상장예외품목으로 지정한 가공연어·냉동꽁치·냉동명태·봉지바지락·수입수산물 등 10개 품목 가운데 9개 품목이 법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서울시는 10개 품목을 상장예외품목으로 지정할 때 농안법 시행규칙 제27조 제3항을 근거로 들었는데, 봉지바지락을 제외한 나머지 품목의 경우 이 조항이 규정한 중도매인이 매입하기 현저히 어려운 사유가 있는 품목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법원은 2020년 이전에 상장예외품목으로 지정했다 관행적으로 2021년에도 상장예외품목으로 지정된 홍어 등 14개 품목도 농안법 시행규칙 제27조 제3항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봤다.
법원은 판결문에 “상장예외품목 지정제도는 도매시장 개설자가 상장거래를 현실적으로 관철하기 어렵거나 상장거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해 품목과 지정기간을 정해 운영하는 것으로, 기간 만료 후에도 상장예외거래를 유지할 것인지, 상장거래원칙으로 돌아갈 것인지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도매시장법인 관계자는 “상장예외품목을 지정하던 관행이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온 만큼 시장관리위를 통해 이 사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 “법원 판결, 상장거래 원칙 지켜질 것”=전문가들은 이번 법원의 판결로 도매시장의 상장거래 원칙이 지켜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마늘 같은 경우 상장예외품목으로만 거래되다보니 일부 대상을 중심으로 거래가 독과점으로 이뤄지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했다”며 “상장거래 원칙이 세워지면 이같은 부작용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태석 농촌진흥청 연구관은 “상장예외품목의 본래 취지는 거래물량이 적은 품목을 도매시장에서 거래하도록 해 농민들이 출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같은 목적이 달성됐다면 다시 상장거래로 전환하는 게 취지에 부합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농안법 시행규칙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권승구 동국대학교 식품산업관리학과 교수는 “농안법 시행규칙 제27조 제3항은 지나치게 추상적이라 개설자의 의도가 과도하게 반영될 수 있다”며 “조항을 구체화하거나 삭제해 상장거래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관계자는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 등의 의견 수렴을 거쳐 절충점을 찾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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