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농업예산이 16조8767억원으로 최종 확정됐다. 당초 정부안(16조6767억원)보다 2000억원 늘었지만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된 국가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몫은 2.8%로 역대 최소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국회는 3일 본회의를 열어 이같은 농림축산식품부 소관 예산을 포함한 607조6633억원 규모의 ‘2022년도 예산안’을 수정 의결했다.
국회가 심사과정에서 정부안(604조4365억원)보다 3조2268억원을 순증시키면서 내년 본예산은 사상 첫 600조원대 시대를 맞게 된다. 농업예산도 올해보다 3.6% 늘어 17조원을 넘보게 됐지만, 국가 전체 예산이 전년 대비 8.9% 증가하는 확장적 재정운용에 견줘 농업예산은 상대적으로 초라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문재인정부가 편성한 5개년 예산을 보면 농업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8년 3.4%에서 매년 축소돼 올해 ‘3% 마지노선’이 무너지는 등 농민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예산안 통과 즉시 성명을 내고 “여전히 농업예산은 전체 예산 대비 비중도 작을뿐더러 전환의 시대에 새로운 농정을 준비할 예산으로는 수준 미달”이라고 비판했다.
농식품부는 국회 심사단계에서 초등돌봄교실 과일간식 등 먹거리 지원 예산을 살려내고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농신보) 출연규모를 확대하는 등 농업계 요구가 높은 사업을 대거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국제시장 요소가격 급등에 따라 농가의 비료 구입 부담이 커질 것에 대비한 지원책도 마련됐다. 구체적인 예산을 확정하진 못했지만 농협이 2022년 무기질비료 가격 상승분의 80%를 우선 부담하고 추후 정부·지방자치단체·농협 등이 적정 예산을 분담하는 방안을 예산 의결서에 부대의견으로 담아냈다.
이학구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은 “아쉬운 점은 있지만 취약계층 농식품 지원사업과 농신보 출연 등 주요 사업 예산이 일부나마 증액된 점은 환영할 만하다”며 “차기 정부는 3% 미만으로 떨어진 농업예산 비중을 반드시 회복시키고 4%대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는 예산안 처리에 앞서 2일 본회의에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알셉) 비준동의안을 통과시켰다. 농업계는 15개국이 참여하는 초대형 자유무역협정(FTA)의 위력을 우려해 실질적인 피해영향평가 분석과 대책을 요구했지만 정부와 정치권이 ‘국익론’을 앞세워 비준 절차를 강행한 셈이다.
정부는 알셉으로 국내 농업에 20년간 1531억원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이같은 분석에 대해 “계산 가능한 부분에 한해 매우 보수적으로 추정된 수치”라며 “위생·검역조치(SPS) 규정, 원산지 조항, 소비자 기호 등이 고려되지 않았다”고 의구심을 보였다.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영암·무안·신안)은 “충분한 농업 지원대책 없이 FTA를 추진하는 것은 가뜩이나 어려운 농촌의 소멸위기를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며 “농어민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농어촌 회생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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