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조8767억원. 내년 농림축산식품부 소관 예산이 올해(16조2856억원)보다 5911억원 증가한 금액으로 국회를 최종 통과했다. 정부가 9월3일 국회에 제출한 원안(16조6767억원)보다 2000억원 순증한 규모다. 국회 심사단계에선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 등 농업계가 요구한 사업이 상당수 반영됐다. 반면 가축분뇨 처리지원 등 집행실적이 저조했던 일부 사업은 감액 조치를 피하지 못했다.
◆36개 사업, 2000억원 순증=여야는 예산안 심사과정에서 농식품부 소관 36개 사업의 예산을 증액시켰다. 농업계의 관심이 높았던 일명 ‘먹거리 지원 3종 사업’이 대표적이다. 정부안 편성 당시 전액 삭감됐던 ▲초등돌봄교실 과일간식(72억원) ▲농식품바우처(89억원)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158억원) 사업 예산이 올해 수준으로 반영됐다. 이들 사업은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계층의 먹거리 기본권 확대와 국내 농업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어 내년 예산에 반영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컸다. 정부도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알셉) 비준을 추진하면서 이같은 사업을 국내 농업 지원대책의 하나로 꼽았다.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농신보)은 정부안인 500억원에 800억원을 더해 1300억원을 출연하도록 했다. 농신보는 청년농·신규농 등 담보력이 부족한 농가에 원활한 대출을 제공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지만 보증금액에 견줘 기금 규모가 적다는 우려가 높았다. 국회 단계에서 800억원이 늘긴 했지만 증액규모가 아쉽다는 반응이 많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예산안 심사과정에서 스마트팜 사업 대출 등 농가 금융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2000억원을 더 출연하도록 주문한 바 있다.
채소가격안정제 예산은 정부안보다 67억원 증액됐다. 이로써 주요 채소류의 수급조절 물량도 평년 생산량의 17%에서 20%까지 확대된다. 계약농가는 수급조절 의무를 지는 대신 가격이 하락할 경우 평년 가격의 80%를 보전받을 수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현장의 어려움을 이해한 의원들의 노력 덕분”이라며 고무적으로 평가했다.
농식품부는 이밖에도 ▲밭농업 기계화(35억원) ▲논물 관리 연구 등 탄소중립 대응(62억원) ▲농축산물 할인쿠폰(390억원) ▲농업 사회간접자본(142억원) ▲노후 농공단지 첨단화(28억원) 등에 예산이 증액 반영됐다고 밝혔다.
◆정책자금 금리, 비료 구입 부담 경감 조치=예산안 심사 시기에 ‘요소수 사태’가 불거지면서 요소비료 문제도 관심을 끌었다. 올해 국제 요소가격이 크게 오른 데다 중국에서 상당량 들여온 요소를 중동 국가 등에서 대체 수입할 경우 물류비 증가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회는 예산안 의결서에 부대의견을 달아 2022년 무기질비료 가격 상승분의 80%를 농협이 우선 부담하는 대안을 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관계자는 “정부가 내년 추가경정예산(추경) 또는 2023년 예산으로 인상분 일부를 지원하고 나머지는 농협과 지방자치단체 등이 지원해 농가 부담을 경감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올해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하는 정책자금 금리 인하 조치도 연장이 가능해졌다. 이차보전 예산 99억원이 반영돼 농업경영자금 금리 1%포인트 인하 조치가 내년에도 유지된다. 농촌현장에선 인건비와 에너지 가격 등이 크게 올라 농업정책자금 금리 인하가 절실하다는 목소리를 내왔지만 정부 예산안엔 이를 위한 실탄이 반영되지 않아 경영난 우려가 높은 상황이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면세유·비료 등 생산비 상승에 따른 농가 경영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정책자금 금리 인하 조치가 내년에도 계속되도록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임업직불·치유농업 예산도 반영…일부 사업은 감액=임업직불제 등 농식품부 소관이 아닌 농업·농촌 관련 예산도 지원이 확정됐다. 임업·산림 공익직불제법이 10월 국회를 최종 통과함에 따라 512억원이 반영됐다. 이에 따라 0.1∼0.5㏊ 규모의 산지를 경작하는 가구는 연간 120만원씩 소규모 임가 직불금을 정액으로 받는다. 임산물을 재배하거나 육림업을 하는 가구도 경작면적에 따라 공익직불금을 받을 수 있다.
소방관·의료진 등 스트레스가 높은 직종의 심리 치유를 지원하는 민간 치유농장 대표모델 발굴·육성 사업도 추진한다. 국회 단계에서 2억4000만원이 신규 반영돼 농촌진흥청 사업으로 추진한다. 농촌 등 지역 인구감소 대응을 돕는 지방소멸대응기금 7500억원은 행정안전부가 확보했다. 행안부는 내년 7500억원을 시작으로 이듬해부터는 연 1조원씩 10년 동안 인구감소 지역에 9조7500억원을 집중 지원하게 된다.
여야가 농민 등 취약계층 지원예산을 늘리는 가운데서도 연례적 집행 부진 등 성과를 내지 못한 농정사업은 감액을 피하지 못했다. 국회는 ▲가축분뇨 처리 지원(61억원) ▲원예시설 현대화(44억원) ▲노후 농기계 미세먼지 저감대책 지원(42억원) ▲농업에너지 이용 효율화(15억원) ▲농식품 글로벌 비대면 마케팅(7억원) 등 농식품부 일부 사업에 대해 189억원을 삭감해 의결했다. 농해수위 결산과 예결위 예산안 검토 과정에서 집행 부진 반복 및 효율성 미미 등의 평가를 받은 사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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