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금산군 양인호씨 농장의 컨테이너. 외국인 근로자가 숙소로 쓰던 이곳은 현재 휴식공간으로만 사용되고 있다.
농가들, 농지에 숙소시설 허용 등 요구
“주거개선비, 공공기숙사 등 효과 미미”
농식품부,‘농지 타용도 일시사용제’활용 권장
농업인신문 성낙중 기자 2021. 12. 03
“정부는 컨테이너 밖 숙소 생활을 명령하고, 외국인 친구들은 컨테이너 생활을 원하는데 어떻게 해야 합니까?”
충남 금산군에서 깻잎농사를 짓는 양인호씨는 올 초 정부의 명령에 따라 고용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의 숙소를 컨테이너에서 마을의 원룸으로 옮겼다. 하지만 이 외국인 근로자는 출퇴근 어려움과 생활비 부담 등을 호소하면서 다시 컨테이너로 돌아갈 것을 원하고 있다고 한다. 이웃의 농가들도 마찬가지. 원룸 숙소를 제공하자 사업장 변경요구 권리를 활용해 농장을 떠난 외국인도 있고, 계약 때문에 농장주가 빈 방에 월세만 지불하는 사례도 있다.
양씨는 “우리도 지금 컨테이너에서 먹고 자고 있다. 그 친구들의 숙소에도 냉난방, 조리, 화장실 등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해놔 그동안 무리없이 지냈지만 올해 정부의 숙소 개선 지시로 내보냈다”면서 “규정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마을에 원룸을 구해줬지만 오히려 돈과 인력만 잃어 마이너스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양씨는 현재 외국인 근로자의 출퇴근과 원룸 월세, 식비, 관리비 등을 부담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1월 고용노동부와 농식품부 등은 외국인 근로자 주거 시설 강화 정책을 내놓고, 사안에 따라 외국인 근로자가 사업장 변경요청을 할 수 있게 했다.
내용은 ▲숙소 용도가 아닌 불법 가설 건축물을 숙소로 제공받았을 때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3개월 이상의 휴업이 필요한 신체적·정신적 부상이나 질병을 얻었을 때 등이다.
여기에다 고용부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숙소를 임차해 제공하겠다는 농가에는 9월 1일까지, 신축하는 농가에는 내년 3월1일까지 이행기간을 부여했다. 이 기간까지 숙소 개선을 하지 않은 농가는 외국인 근로자 재고용을 취소 처분을 받게 된다. 4월부터는 농식품부가 농촌 외국인 근로자 주거환경 개선 지원사업으로 전국 600농가, 1농가당 1,500만 원까지 보조해주고 있다. 또 일부 지자체는 외국인 근로자 대상 공공기숙사 신축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농가들은 외국인 근로자 주거환경 개선 지원비로 숙소를 짓기에는 비용이 부족하고, 공공기숙사도 활용도가 떨어지는 만큼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화성시에서 버섯을 재배하는 최성우씨는 “정부가 농촌 외국인 근로자의 숙소 개선을 지시했지만 농가들은 정부나 지자체의 허가 없이는 농지에 가설건축물을 지을 수 없어 땅을 마련해야하고, 땅값과 자재비도 너무 올라 보조금 1,500만원으로는 못 짓는다”면서 “공공기숙사도 농장과 거리가 생기면, 외국인의 출퇴근과 관리가 어려운 만큼 우리는 임시라도 좋으니 농지에 가설건축물 설치 허가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고용부가 축사관리사를 외국인 근로자 숙소로 인정해줬듯이 버섯과 다른 작물의 재배사에도 똑같이 적용해 숙소로 활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지의 임시숙소 설치는 농지의 타용도 일시사용 제도로 가능하고, 지자체에 권장하고 있다”면서 “허가의 권리는 지자체장에 있고, 농가가 신청하면 매뉴얼에 따라 조사 후 허가 여부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용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관리사의 숙소 허용은 축사관리사 이외는 검토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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