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농촌 환경과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불법폐기물 발생량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는 23일 환경정의가 주최한 ‘불법폐기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나?’ 토론회를 통해 환경부가 농촌지역에서 다양한 경로로 발생하는 불법폐기물을 제한적으로만 파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불법폐기물을 크게 방치폐기물·불법투기폐기물·불법수출폐기물 등 3가지로 구분해 발생량을 집계한다. 방치폐기물은 폐기물처리업체의 조업 중단이나 허가 취소, 부도 등으로 업체 내에 적체된 폐기물을 말한다. 불법투기폐기물은 허가받지 않은 업체가 임야나 농지, 빈 공장 등에 무단 투기한 폐기물이다. 불법수출폐기물은 폐기물을 불법 수출한 후 국내에 재반입하거나 수출 목적으로 수출업체에 적체된 폐기물을 뜻한다.
하지만 환경부가 정의한 세 유형은 현재 국내에서 발생하는 불법폐기물을 모두 포괄하지 못한다는 게 하 대표의 지적이다. 폐기물 매립이 아닌 중간처리업·재활용업으로 허가를 받은 업체가 폐기물을 사업장 안팎에 불법으로 쌓아두거나 매립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충남 부여의 한 폐기물재활용업체가 폐기물을 무단 매립해 지역주민들이 심한 악취와 침출수로 민원을 제기한 사례가 여기에 해당한다.
업체가 허가받지 않은 폐기물을 매립하는 일도 비일비재하지만 정부 통계에 잡히지 않고 있다. 전북 완주의 보은매립장은 폐석분 매립으로 허가를 받았지만, 하수슬러지가 섞인 고화처리물 62만7401t을 매립해 문제가 됐다.
이밖에 폐기물매립업체가 허용보관량을 초과해 폐기물을 받거나 허가받은 보관 장소 이외에 폐기물을 쌓아두는 경우도 있다. 허가받은 처리량을 초과해 하수슬러지를 받은 지렁이농장이 대표적 사례다. 하 대표는 “허가를 받은 업체가 불법을 저지르다보니 실제로 적발해 처벌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며 “환경부는 이런 사례에 대해 제대로 된 실태조사를 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내놓은 불법폐기물 발생량 통계가 현장과 괴리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환경부가 2019년 발표한 ‘시·도별 불법폐기물 발생·처리 현황’에 따르면 경기·경북을 제외한 나머지 광역시·도의 불법폐기물 양은 모두 10만t 이하였다. 하지만 당시 전북 완주 보은매립장 한곳의 불법폐기물 양만 60만t이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