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시간 경매를 거칠 농산물이 포장된 채 쌓여있다. 가락시장은 농산물 거래제도가 경매제 하나로 운영되면서 직거래로 유통단계를 줄이는 게 일반화된 요즘 유통산업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식자재 배송 B2B 젊은 기업, 전처리 공간 없어 직접 짓기로
‘갖고 오고 갖다 놓고’ 물류비용 많이 들어…성장에 한계
경매제 하나로는 가격경쟁력도 없어…정부가 지원 나서야
한국농업신문 유은영 기자 2021. 11. 18
농산물 도매시장이 최근의 유통 흐름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면 시장 내 물류 기능 구축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타 유통채널에 대응해 경쟁력을 갖추는 게 급선무인데도 유통인 간 갈등과 반목 때문에 스타트업 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아 발전은커녕 퇴보하고 있는 형국이다.
가락시장에 사무소를 둔 농산물 유통 스타트업 ㈜푸드팡(대표 공경율)은 가락시장 인근에 농산물을 손질하고 소분할 수 있는 ‘물류 허브’ 설립공사를 한창 진행 중에 있다.
16일 회사에 따르면 푸드팡은 가락시장 내 중도매인들도 함께 쓸 수 있는 전처리 공간을 시장 반경 5분 거리 이내에 구축중이다. 푸드팡 어플에 가입한 식당 자영업자들이 주문한 농산물의 분류와 소분 작업 등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신선도와 청결을 유지해야 하는 농산물의 특성을 고려해 해썹(HACCP) 기준으로 만들 계획이다.
푸드팡은 식자재 직거래 어플로 식당 및 외식업체 운영자가 가입해 주문한 농산물을 가락시장 내 중도매인들에게서 구매해 다음날 새벽 문앞까지 배송해 준다. 일의 특성상 각 주문에 따라 농산물을 손질하고 포장할 수 있는 공간과 물류창고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가락시장 안에 공간이 없어 시장 밖에 물류창고와 전처리 공간을 임대해 쓰고 있는데 달마다 1억원에 달하는 임대비용이 들어간다. 게다가 중도매인에게서 구매한 농산물을 밖으로 운반해 물류창고와 전처리 공간에서 손질해서 다시 가져와 차에 실어 보내는 과정에서 또 물류비가 들어간다.
공경율 대표는 “가락시장 안에 물류공간이 있다면 지금 들어가는 비용의 10분의 1이 절감돼 고객에게 좀더 저렴한 가격으로 농산물을 공급할 수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가락시장을 관리하는 서울농수산식품공사(사장 김경호)도 이런 사정을 알아 물류창고를 지원해 주긴 했다. 하지만 실제 사용하는 데 제약이 많아 기대효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평가다. 우선 공간이 20평 정도로 협소할 뿐 아니라 밤에만 잠깐 쓸 수 있는 주차장은 식자재 처리 작업을 하기엔 품질 안전성 우려도 제기된다. 롤테이너 같은 식자재를 실어 나르는 물류장비를 둘 공간이 없어 트럭에 실어 갖고 오고 다시 갖고 가야 하기 때문에 노동비용이 더 드는 것도 문제다.
한 마디로 젊은 스타트업이 “전 옥수수를 인터넷으로 많이 팔아볼게요” 했다면 시장 안에서 옥수수를 포장하고 배송해 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데 가락시장 안의 여건이 전혀 따라주지 않는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공간의 제약이 도매시장 안에 둥지를 튼 젊은 기업들을 밖으로 쫓아내 발전의 기회마저 놓친다는 것이다. 물류창고와 전처리 공간을 외부에 둔다면 기업도 굳이 시장 안에 있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농산물도 도매시장 아닌 산지에서 직접 사오거나 다른 곳에서 구매할 가능성도 커진다.
경매제 하나밖에 없는 경직된 거래제도도 기업들을 쫓아내고 있다. 시장도매인제와 경매제가 공존해 푸드팡과 같은 B2B(기업 대 기업 간 거래) 기업의 선택권을 넓혀줘야 하는데, 거래제도 다양화는 20년 동안 도입 시도만 할 뿐 전혀 진척 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번 공사 신임 사장으로 누가 오는지에 유독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통흐름은 온라인화, 직거래화 된지 오래다.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없는 도매시장은 이런 흐름을 따르지 못해 퇴보할 수밖에 없다. 정부 지원이 절실한 분야인데도 어쩐 일인지 농림축산식품부는 꿈쩍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푸드팡은 마중물을 붓기로 했다. 가락시장과 강서시장의 물류기능을 할 서브 물류센터를 내년 상하반기 하나씩 준공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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