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이 크게 올랐고 내년엔 비료값도 두배 이상 뛸 거라고 하네요. 금리마저 상승하고 있는데 대출이자라도 제때 갚을 수 있을지….”
만성화하는 인력난에 더해 농업 투입재 가격의 급격한 상승으로 농촌현장에 불안이 엄습하고 있다. 석유·천연가스 등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 여파로 농업용 면세유와 전기요금 등으로 불똥이 튀면서다.
면세유 가격은 특히 상승이 가파르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10월 기준 1ℓ당 경유 가격이 906.02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41.5원과 견줘 41% 올랐다. 면세경유 가격이 1ℓ당 900원대를 찍은 건 최근 5년 사이 처음이다. 난방용 등유 가격도 10월 843.98원을 기록해 1년 사이 32%나 상승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외국인 근로자 도입 감소로 심화된 인력난도 농가경영 부담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김정운 강원 서춘천농협 영농지도차장은 “인력풀이 엷다보니 배추 수확 등 농번기 때면 다른 지역으로 인력을 뺏기지 않으려 웃돈을 얹어주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며 “농작업 인력 일당이 지난해보다 2만원 안팎 올랐다”고 전했다.
원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화학비료 역시 큰 폭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졌다. 최근 요소수 사태로 관심을 모은 요소를 포함해 국제시장에서 칼륨·인산 등 3대 원료 가격이 모두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t당 266달러였던 국제 요소 가격은 올 10월 814달러로 급등했다. 같은 기간 인산이암모늄은 369달러에서 768달러로, 염화칼륨은 208달러에서 579달러로 올라 내년 농가에 공급할 비료 가격에 상당 부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충남 서산에서 벼·한우 등 복합영농을 하는 지준호 한국4H중앙연합회장은 “일반인까지 비료 사재기에 가세하는 현상은 내년 농사현장의 불안과 혼란을 미리 보여준다”며 “농자재 투입비 증가는 농산물값 상승으로 이어질 텐데 정부가 대처방안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농업계는 올해말 종료되는 농업정책자금 금리 인하 조치라도 연장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8월10일부터 농축산경영자금·농업종합자금·농촌융복합자금 등 1조7000억원 규모의 정책자금 금리를 최대 1%포인트 한시 인하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 정부 예산안엔 이를 위한 예산이 반영되지 않았다. 금리 인하가 연장되지 않으면 약 13만농가가 연 100억원가량 이자를 더 물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따른 판로 위축과 원자재값 상승으로 인한 투입비 증가 등 농가경영난이 우려되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학구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은 “다수 농민의 경영 부담 완화를 위해 정책자금 금리 인하와 상환 유예 조치가 꼭 필요한 시점”이라며 “국회 심사단계에서 관련 예산을 추가로 반영해 농가 자금운용에 일부라도 숨통이 트이게 해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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