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124)_pipe 정가·수의매매…온라인 거래 확대 필요
농수축산신문 박현렬 기자 2021. 11. 16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의 최근 가장 큰 현안은 시설현대화사업과 상장경매에 대한 보완, 공익형 시장도매인제를 바탕으로 한 시장도매인제 도입이다.
상장경매는 가락시장이 우리나라 원예농산물의 기준 가격을 제시하는데 일조했으며 소농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데에는 이견이 거의 없다. 그러나 반입량과 응찰자에 따라 달라지는 가격 진폭으로 인한 농가 수취가격 문제에 대한 지적은 많다. 시장 내 유통인들이 위탁 받은 농산물을 단순히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경쟁을 통한 가격 발견 기능이 약화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같은 상장경매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농림축산식품부의 2013년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종합대책’에는 정가·수의매매를 경매와 동등한 거래원칙으로 하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 정부는 정가·수의매매 정착을 이유로 연도별 도매시장법인들의 정가·수의매매 목표 비율을 정했다. 그러나 수입과일이 정가·수의매매로 거래되고 특정 중도매인에게 밀어내기식으로 추진되는 등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자율적으로 정가·수의매매를 진행할 수 있도록 관련 내용이 삭제됐지만 이후 가락시장의 청과부류 정가·수의매매 비율은 미미하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가락시장 도매시장법인의 정가·수의매매 비율은 2015년 15%, 2016년 15%, 2017년 16%, 2018년 17%, 2019년 15%, 지난해 14%다. 이에 대해 도매법인과 중도매인들이 정가·수의매매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는 반면 산지가 아직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권승구 동국대 교수는 “정가·수의매매의 성과는 생산자가 조직화되고 규모화돼야 나타나는데 가락시장에 출하하는 농업인이 대부분 소농이고 중도매인들도 영세하기 때문에 가격 발견·예측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며 “예약 정가·수의매매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전체적으로 비율을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도매법인이 우수 산지와 우수 중도매인들을 연결하는 모범사례 등이 발굴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출하단체에서는 농산물의 가격 진폭을 줄이고 제 가격을 받을 수 있도록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에 도매시장 거래 중 매수 비율을 높이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광형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현 농산물 거래시스템에서는 출하자가 가격 개입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당일 반입량에 따라 결정되는 가격을 수긍해야 하는 입장”이라며 “가격 변동성 완화와 더불어 출하자들이 제 가격을 받을 수 있도록 필수 매수 비율 등이 농안법에 담겨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성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예약 정가·수의매매는 기본적으로 산지의 우수 품위의 농산물을 먼저 선점하는 측면인데 가락시장의 경우 굳이 예약거래를 하지 않아도 된다”며 “전국에서 가장 좋은 품위의 농산물이 가락시장으로 몰리기 때문에 법인이나 중도매인이 예약 정가·수의매매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각 주체별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방안 마련과 더불어 대금정산조직을 설립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며 “예약형 정가·수의매매가 필요하다는 데 학계나 전문가 모두 공감하지만 유통 당사자들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어려운 얘기”라고 강조했다.
구매자의 욕구가 없는 상황에서의 예약형 정가·수의매매는 어렵기 때문에 온라인 거래를 확대하는 게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위태석 농촌진흥청 농업연구관은 “현재 가락시장에서 정가·수의매매의 필요성을 느끼는 중도매인은 극소수에 불과한데 그렇다고 매참인들을 통한 거래를 활성화할 수도 없기 때문에 온라인거래를 확대하는 게 출하자, 소비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정가·수의매매에 관련된 정보를 사전에 공개해야 한다면 정가·수의매매 거래비율은 늘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위 연구관은 “법인 간 경쟁의 필요성을 요구하면서 각 도매법인이 진행한 정가·수의매매 정보를 사전에 공개해야 한다고 규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일례로 한 도매법인이 전체 취급량의 20% 이상을 정가·수의매매로 진행한 정보를 공개한다면 주거래 중도매인들이 가만히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최근 가락시장에서 추진되는 공익형 시장도매인제에 대한 이견도 상당하다.
한 중도매인 관계자는 “경로 간 경쟁이라는 측면에서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검토해야지 지자체를 통해 시장도매인제를 운영하는 것은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며 “가락시장에 전국의 농산물이 반입되는데 시장 내에 공익형 시장도매인 점포를 갖춘 지역의 농산물만 우선적으로 팔아줄 것이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간 가락시장에 도입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우려에 대해 연구용역이나 관련 조사를 통해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가락시장에 공익형 시장도매인제나 시장도매인제 도입 후 발생한 문제에 대한 책임 소지에 대해서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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