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관계자 “비료 문제로 판단 대처 늦어” 해명…농업계 격앙
농민신문 홍경진 기자 2021. 11. 15
“요소수가 아닌 ‘요소비료’ 정도의 문제로 생각했다.”
최근 요소수 대란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가 내놓은 해명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국정 최고 컨트롤타워인 청와대가 농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의 ‘요소비료’ 언급에 인터넷상에는 ‘요소비료도 없으면 한해 농사를 망치는 건데 그걸 변명이라고’ ‘비료인 줄 알아서 소극적? 그럼 농민들은 죽든 말든 상관도 없다는 거네’ ‘비료 문제면 걍 무시해도 되는 건가? 현대 농업의 근간이 비료인데???’ ‘요소수가 비료인 줄 알고 별 대응도 안하고 그냥 뒀다는 얘기? 비료가 없으면 겨울농사는 어떻게 할 건데?’ 등의 반응이 잇달았다.
농업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청와대의 인식에 농업계는 격앙된 표정이다. 최범진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이번 사태가 사실상 농업계에 국한된 문제라고 판단해 대처가 늦었다는 식의 해명은 현 정부의 그릇된 농업관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며 “국정 운영을 총괄하는 청와대에서 나온 발언인 만큼 명확한 해명과 사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준호 한국4H중앙연합회장은 “농업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투의 발언이 청와대 관계자의 입을 통해 나온 것은 분명히 잘못됐다”며 “마스크·요소수 사태는 돈이 있어도 물건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을 경고하는데 정부는 여전히 ‘식량은 외국서 사다 먹으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요소수문제를 요소비료문제쯤으로 여겨 적극 대응하지 않았다는 청와대의 설명이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발언과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경북 영천·청도)은 “청와대의 요소비료 ‘설화(舌禍)’ 사건으로 농업을 뒷전에 방치한 문재인정부의 민낯이 드러났다”며 “집권기간 농업 예산 홀대, 농지면적 감소, 식량자급률 목표치 하향 조정, 농림어업 최악의 마이너스 성장 등으로 농민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촌 현장의 요소 수급 불안감은 청와대의 판단과 온도차가 크다. 중국이 요소 등 비료 원료 수출을 제한했다는 소식에 비료 대란 조짐마저 일고 있다. 당장 재고가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내년엔 비료값이 크게 오르고 품귀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진 탓이다. 겨울작물을 재배하는 남부지역 농민들은 비료를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고 농한기에 접어든 지역에서도 비료 사재기 열풍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료문제의 파급력이 요소수 사태를 뛰어넘는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가 전량 수입하는 요소비료의 중국 의존도가 48%에 달해 내년 농사에 필요한 물량 확보에 비상등이 켜진 데다 국제시장의 요소 가격이 1t당 2020년 12월 266달러에서 2021년 10월 814달러로 306%나 뛰었기 때문이다. 한두봉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요소비료값이 오르면 단기적으로 채소값이 오르고 순차적으로 곡물값과 축산물값이 따라 오르는 등 파장이 커진다”며 “인플레이션 압박이 심한 상황에서 농산물값 상승이 현실화하면 물가안정은 물론 경제성장률까지 휘청거릴 수밖에 없는데 정부가 농업문제와 먹거리문제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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