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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당진의 한 농협 비료 판매장에 ‘요소 품절’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왼쪽). 인천 강화남부농협 자재센터 직원들이 조합원 차량에 싣기 위해 비료를 나르고 있다. 이 농협의 전체 비료 재고량은 요소비료 25포대를 포함, 총 1000포대가 안된다고 관계자는 밝혔다.
농촌 현장 가보니
충남·인천·제주 등 지역 곳곳 비수기에도 비료 물량 동나
구매량 제한…농가들 불안
화물차주들 요소수 못구해 돈되는 장거리 운행도 기피
겨울작물 주산지 걱정 태산
농민신문 당진·예산=서륜, 강화=손수정, 제주=심재웅, 장흥·진도=이상희 기자
2021. 11. 12
“그야말로 전쟁입니다, 전쟁. 비료 사재기 전쟁이요.”
9일 충남 당진의 한 지역농협 경제사업장. 비료를 쌓아두던 창고 안이 휑했다. 사업장에 내걸린 ‘요소 품절’이란 안내문이 이곳에서 최근 며칠 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짐작케 했다.
이 사업장의 직원은 “비료 판매 비수기인 데다 어제는 비까지 내렸는데도 판매량이 기록적으로 많았다”면서 “쪽파 등 밭작물에 그때그때 사용하는 비료는 물론이고 내년 봄에나 필요한 수도작용 비료까지 엄청나게 나갔다”고 설명했다.
이 직원에 따르면 9일 하루에만 각종 비료 890여포대가 팔렸다. 지난해 이 무렵의 하루 판매량 230여포대의 4배 가까운 물량이다. 그는 “지난해 판매량을 넘어서는 수량은 가수요라고 보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가수요까지 겹쳐 사재기 극성…“이러다 내년 봄농사 못 지을라”=중국발 요소 대란으로 국내에서 요소수 품귀 현상이 빚어진 가운데 요소비료 등 비료 생산에도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내년에 쓸 비료를 미리 사두려는 농민들이 늘면서 때아닌 사재기가 극성을 부리는 등 일대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기자가 9일 충남지역 농협 여러곳에 확인한 결과, 하나같이 “비료가 동났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예산의 한 농협 관계자는 “지난해 10월25일∼11월9일 비료 판매량이 2181포대였는데 올해는 같은 기간에 9777포대가 팔려 4.5배 이상 많았다”고 밝혔다. 이달 1일부터 사재기 조짐이 보이더니 금세 통제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는 것. 이 관계자는 “결국 비료 판매량을 1인당 10포대로 제한했더니 항의가 빗발쳤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13㏊ 규모로 벼농사를 짓는 김모씨는 “요소수 품귀 소식을 접하자마자 비료를 구입했다”며 “지금 요소가 없어서 난리니 내년 봄에 비료 가격이 크게 뛸 것이고, 최악의 경우 돈 주고도 못 사게 될 것”이라고 비료를 미리 사놓은 이유를 설명했다.
인천 강화남부농협에서도 10일부터 비료 전체 품목에 대해 판매량을 1인당 2포대로 제한했다. 안한모 자재센터 과장은 “지금 비료를 찾을 철이 아닌데 어제까지 사흘간 3000포대나 나갔고, 저게 재고량 전부인데 지금 같으면 하루에 다 나갈 양”이라며 자재센터 앞마당을 가리켰다. 남은 비료가 요소비료 25포대를 포함, 총 1000포대가 안된다고. 안 과장은 “비료를 사 가는 농민들마다 ‘이러니 누굴 믿고 농사를 짓느냐’며 혀를 찬다”고 씁쓸해했다.
제주지역 상황도 심상치 않다. 감귤 수세 회복과 겨울채소 생장을 돕기 위한 요소비료가 당장 필요한데, 지역농협 비료 판매장마다 재고가 동나 농가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김진희 서귀포 남원농협 팀장은 “이달초 이미 요소비료 재고가 바닥났다”면서 “궁여지책으로 구매 예약을 받고 있지만 필요한 만큼 공급 가능할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남원농협은 한농가당 최대 20포씩 예약을 받고 있는데 일주일도 안돼 9500포대가량이 접수됐다. 농가들이 내년 봄에 쓸 물량까지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는 게 농협의 설명이다.
서귀포시 하원동에서 노지감귤과 한라봉을 재배하는 강주석씨(68)는 “당장 필요한 요소비료는 물론, 내년 봄 물량까지 챙겨두려고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빈손”이라며 “사태가 장기화할까 불안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군진 한경농협 조합장은 “이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불안심리가 작용해 사태가 악화한 것 같다”면서 “정부에서 책임지고 해결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와 함께 실질적 대책을 내놔야 농민들의 불안을 진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화물차량 ‘귀한 몸’…장거리 농산물 운송 기피=농산물 운송도 차질을 빚고 있다. 요소수 구하기가 어려워져 운행 자체를 포기하는 화물차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산지 관계자들은 “서울로 햅쌀을 보내야 하는데, 예전에는 업체에 전화하면 트럭 기사들이 물량을 잡으려고 앞다퉈 따로 연락해 오더니 지금은 모두 안 가려고 한다”고 전했다. 돈이 돼 장거리 운송을 선호하던 기사들이 최근 요소수 가격이 너무 오르고 구하기도 어려우니 장거리를 기피하고 있어서다.
김용경 전남 장흥 정남진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 대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장흥에서 서울까지 5t 트럭 운송비가 45만원이었는데 지금은 55만∼60만원으로 올랐다”면서 “20㎏ 쌀 한포대당 운송비가 625원에서 833원으로 인상된 셈이라 미곡종합처리장(RPC) 경영에 압박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장철을 앞두고 절임배추 택배가 늘어나는 해남, 제철을 맞아 시금치 출하를 시작한 거금도, 대표적 겨울대파 생산지 진도 등 전남의 겨울작물 주산지들도 긴장하고 있다. 요소수 부족 사태가 장기화하면 수확한 작물을 폐기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한호 진도 선진농협 팀장은 “이달 20일경부터 대파 출하를 시작해야 하는데 운송업체들이 ‘제발 우리는 부르지 말아달라’고 우는소리를 하는 데다 운송비 인상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면서 “대파 가격은 떨어지고 인건비는 올라 안 그래도 어려운데 운송비까지 인상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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