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기획] 외국인 근로자 고용제도 대해부
[5부] 외국인 근로자 제도 이대로 좋은가 - 개선점은
현재 최대 20명으로 묶어놔 대규모 농가 일손부족 심각
영농규모별 제한 완화 필요
배정 때 신고 사업장 아니라도 같은 사업주면 근무 허용해야
두달 이상 고용보장 계절근로
최소 근무일수 안 지키면 1년동안 인력 못받아 외면
농민신문 양석훈, 오은정 기자 20121. 11. 10
농촌 현장에서는 이참에 외국인 근로자 고용제도를 전향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다. 애당초 제조업체 일손부족 문제에 대응하고자 만들어진 고용허가제를 농업분야 특수성에 맞춰 다듬고, 계절근로자제는 도입 기간을 지금보다 유연하게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고용허가제=우선 고용허가제에 대해서는 한 사업장에서 고용 가능한 인력을 늘려달라는 요구가 나온다. 현재는 농가당 최대 20명으로 제한돼 있어 대규모로 파프리카 등을 재배하는 농가에서는 인력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엄진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대규모 시설채소농가나 양돈농가처럼 일손이 상시 필요하고 그에 따른 인건비 지급 여력도 충분하다면 농장당 고용 가능 외국인 근로자수를 늘려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농가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현재 ‘2만㎡(6050평) 이상 4만㎡(1만2100평) 미만의 경우 5명(과수 기준)’ 등으로 정해진 영농규모별 제한도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윤상진 경남 밀양외국인고용주연합회장은 “고용 중인 외국인 근로자가 사업장 변경 요청을 해 미리 다른 외국인 근로자를 받으려 해도, 한도 이상으로는 받을 수 없어 기존 외국인 근로자를 내보낸 뒤에야 새 인력을 충원할 수 있다”며 “영농규모별 제한을 지금보다 완화해주면 외국인 근로자의 일시적 공백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국만기보험에 대한 개선 필요성도 제기된다. 출국만기보험은 외국인 근로자의 퇴직금 개념이다. 고용주가 다달이 통상임금의 8.3%를 보험료 형태로 내고, 외국인 근로자가 출국 때 이를 받아가는 것이다. 문제는 보험료가 고용주가 ‘최초 신고한 월 통상임금’의 8.3%로 고정돼 다달이 빠져나가지만 추가 부담을 한다는 점이다. 외국인 근로자가 받아야 할 보험금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통상임금 상승으로 해마다 오르기 때문. 결국 고용주는 외국인 근로자와 계약(최장 4년10개월)이 끝나는 시점에 그 차액을 현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윤 회장은 “외국인 근로자를 여럿 고용하는 농가는 수백만원의 목돈을 한꺼번에 내야 하고, 일부 외국인 근로자는 퇴직금이 받아야 할 액수보다 적다며 소송을 걸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험료가 최저임금 인상에 맞춰 해마다 저절로 갱신되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농업분야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지나치게 엄격한 규제가 문제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한 깻잎농가는 “농한기라도 상시 고용한 일손을 놀릴 수 없어 주변 땅을 빌려 고추라도 심어야 하는데, 현행 제도상 고추밭은 처음 외국인 근로자를 배정받을 때 신고한 사업장이 아니기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를 못 쓴다”며 “사업주가 같다면 사업장이 달라도 배정받은 외국인 근로자의 근무를 허용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계절근로자제=농업부문에 특화된 외국인 근로자 제도인 계절근로자제도 농가들이 외면하고 있다. 정부는 2017년부터 농산물의 계절성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를 1년 이상 고용할 수 없는 농가들을 위해 단기간 외국인을 고용할 수 있는 계절근로자제를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초기만 해도 계절근로자제는 취업 기간이 최대 90일까지인 ‘단기취업비자(C-4)’ 자격 하나만 두고 있었지만, 2019년 12월부터 취업 기간이 최대 5개월까지인 ‘장기체류자격 계절근로비자(E-8)’ 자격이 추가됐다.
농가들은 현행 계절근로자제가 작물 재배 특성과 맞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계절근로자제를 이용하면 농가들은 인력이 필요한 시기보다 훨씬 긴 기간동안 외국인 근로자를 의무 고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법무부 지침에 따르면 최대 90일 체류하는 계절근로자를 고용한 농가는 최소 68일(75%), 최대 5개월 체류하는 계절근로자의 경우 최소 113일(75%) 이상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 농가가 최소 근무일수를 보장하지 못하면 향후 1년간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배정받지 못한다.
하지만 계절근로자의 주요 정책 대상인 작물재배업에 해당하는 농가들은 작물 특성상 일용근로자 또는 1∼2개월의 임시근로자를 필요로 한다. 강선희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은 “마늘·양파는 수확기에 인력이 집중적으로 필요한데 농가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이 기간은 아무리 길어도 3주를 넘지 않는다”며 “한달도 안되는 기간의 노동인력을 위해 계절근로자제를 통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농가는 없다”고 밝혔다. 농경연이 지난해 작물재배업 402농가를 대상으로 계절근로자제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물었더니 ‘인력을 3개월보다 짧게 고용하고 싶어서’라는 응답이 전체의 24.1%로 가장 많았다.
계절근로자제를 담당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업무 부담이 장기적으로 제도 확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용허가제와 달리 계절근로자제는 수요 조사, 인력 모집 및 송출, 현장 관리·감독 등을 지자체가 책임지고 있다. 엄진영 연구위원은 “일선 지자체 공무원들은 계절근로자제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게 아니라 추가로 이 업무를 맡아 수행하고 있는 형태”라며 “외국인 근로자 고용제도가 가진 문제를 해결하려면 계절근로자제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텐데, 이를 담당하는 지자체의 인력 확충도 앞으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