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들이 심장병·허리디스크 등의 질병을 앓거나 임신한 채 입국하는 탓에 제대로 된 인력을 활용할 수 없어 고용주들이 영농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탐사기획] 외국인 근로자 고용제도 대해부
[3부] 외국인 근로자 관리 엉망 - 질환자 배정
건강검진 하지만 실효성 없고 아파서 농사일 맡겨도 불안
결근 잦고 나중엔 태업까지 사업장 변경 요구도 골머리
위조 여권으로 취업하기도 고용부는 책임 없이 뒷짐만
농민신문 밀양=노현숙, 청주=류호천, 논산=서륜 기자 2021. 11. 05
“질병을 앓고 있거나 임신 중인 사람을 보내면 우리더러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경남 밀양의 시설농가 권모씨(55)는 올 6월에 배정받은 외국인 근로자가 지병을 안고 들어와 농작업에 큰 차질을 봤다며 이렇게 하소연했다. 권씨는 외국인 근로자가 농장에 온 지 한달쯤 지나 경기지역에 있는 그의 어머니로부터 “우리 애가 많이 아프니 사업장 변경에 동의해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일손부족에 시달려온 권씨로선 오랜 기간 기다려 어렵게 받은 근로자를 그냥 보낼 수 없어 병원에 직접 데려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해당 근로자는 8월초 말도 없이 그의 어머니에게 가버렸다. 권씨가 고용센터에 무단이탈로 신고하자 고용센터 직원은 “아픈데 보내줘야지 어떡하겠느냐. 대체할 인력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고 했다. 근로자는 치질수술을 받고 한달 후 농장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권씨는 “다른 근로자가 하는 일의 30%도 못하는 데다, 불안해서 일을 맡길 수가 없다”며 답답해했다.
권씨처럼 어렵게 배정받은 외국인 근로자가 치질·심장병·허리디스크·간질 등을 앓거나 본국에서 임신한 채 들어와 낭패를 본 농가가 한둘이 아니다. 외국인 근로자 고용을 허가·알선해준 고용노동부는 ‘나 몰라라’ 하고, 고용주는 영농계획 차질로 큰 손실을 입고 있어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고모씨(57)는 2019년 7월 심장병이 있다는 베트남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변경 요구를 한달 만에 동의해줬다. 고씨는 “외국인 등록증을 발급받자마자 심장이 안 좋다며 사업장 변경을 요구했다”며 “한국에 유학 와 있던 그의 언니도 동생이 어릴 적부터 아팠다며 보내달라는 연락을 해왔다”고 말했다. 고씨는 “한국에 일하러 온 게 아니라 의료보험 혜택을 받으려고 온 것 같았다”면서 “혹여 사고라도 나면 고용주가 져야 할 책임과 쏟아질 비난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보내줬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고씨는 신규인력 신청 기회를 한번 잃게 됐다. 고씨는 “외국인 근로자 건강검진을 본국과 한국에서 실시하지만 실효성이 없다”면서 “정부가 일할 사람을 잘못 알선해줬으면 거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데 모르쇠로 뒷짐만 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모씨(57)도 2018년 아기를 가진 채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 때문에 하마터면 큰일을 치를 뻔했다. 근로자에게 일을 가르치는데 계속 구토를 해 알고 보니 임신이었다. 서씨는 그를 본국으로 보내려고 했지만 근로자는 낙태수술을 선택했다. 그 후 6개월 정도 더 일하다 무단 이탈해 인권단체를 찾아갔다. 인권단체에선 고용주가 강제로 낙태시킨 것으로 몰았고, 서씨는 증거가 있다며 맞섰다.
그래도 서씨는 근로자에게 사업장 변경에 동의해줄 테니 농장으로 돌아오라고 했다. 그때서야 근로자는 인권단체가 사실을 조작한 것이라고 고백했다. 결국 서씨는 농사일도 바쁜데 근로자로 인해 더이상 골머리를 앓는 게 힘들어 사업장 변경 서류에 사인해줬다.
외국인 근로자로 인한 서씨의 피해는 또다시 이어졌다. 서씨는 2019년 캄보디아 출신 근로자를 고용했는데, 그는 심장이 아프다며 자주 결근했고 약도 복용하고 있었다. 병원에 다녀오자고 해도 거부해 서씨는 혹시 잘못될까 늘 조마조마했다고 한다. 근로자는 결근을 반복하며 1년간 버티다 나중에는 태업까지 해 결국 보내줬다. 서씨는 “고용센터 등에 항의하면 ‘사장님은 운이 없으시네요’라는 말만 할 뿐이었다”며 “모든 피해는 고용주가 고스란히 감수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충남 논산의 한 농가 역시 “다른 농장에서 무단이탈한 부부를 고용한 적이 있는데 여자 근로자가 아이를 가졌더라”며 “원치 않는 임신이었던지 본인이 낙태를 하고 싶다고 해서 수술비를 다 대주고 미역국까지 끓여주는 등 나름대로 정성껏 돌봐줬는데 수술 후에 바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에서 20여동(한동당 660㎡·200평) 규모로 시설채소농사를 짓는 유모씨(62)도 결혼 사실을 속이고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들로 인해 고생한 경험이 있다. 유씨는 수년 전 같은 나라 출신인 남녀 근로자를 함께 고용했다. 둘 다 미혼이라고 해서 철석같이 믿었는데 2∼3개월 후 여성이 임신을 했다. 알아보니 본국에서 결혼한 뒤 한국에 온 것이었다. 유씨는 “출산 등의 문제로 부부가 제대로 일을 하지 못했고, 일손에 차질이 생겨 어려움이 컸다”며 “그런 일을 겪고도 하소연할 곳 없었던 상황을 떠올리면 지금도 화가 난다”고 털어놨다.
여권을 위조해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 때문에 큰 피해를 본 농가도 있었다. 밀양의 김모씨(49)는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여권을 위조했다며 외국인 근로자를 갑자기 잡아가는 바람에 일할 사람이 없어 너무 힘들었다”면서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비행기 표 살 돈이 없어 외국인 근로자를 본국으로 못 보낸다고 연락이 와서 돈을 빌려 비행기 삯도 보내줬다”고 말했다. 김씨는 “고용센터에 문의해도 대체인력이 없다고 하니 달리 방법이 없어 그냥 넘어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밀양의 성모씨(70)도 일한 지 두달 된 외국인 근로자에게 외국인 등록증을 발급해주기 위해 출입국관리사무소에 갔다가 근로자가 위조 여권으로 입국한 사실을 알게 됐다. 언니 여권에 자신의 사진을 붙였던 것이다. 다음날 해당 근로자는 구속됐고, 1만3223㎡(4000평) 규모로 농사를 짓던 성씨는 농사 계획이 완전히 틀어졌다.
|
[농민신문] 제주 가을장마·이상고온…마늘농가 ‘망연자실’ 
[농민신문] [탐사기획] ‘태업·생떼’ 묵인 고용센터와 인권단체 압박도…농가 3중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