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 유통인들이 내건 현수막. 오세훈 시장에게 서울농수산식품공사 사장으로 유통 전문가를 보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임추위 14명 중 5명 추려…민간소매유통업체 대표 다수
유통인들 “공영도매시장인데 사익 추구 민간기업 출신 안돼”
한국농업신문 유은영 기자 2021. 11. 02
서울농수산식품공사 신임사장 공모가 끝난 가운데, 지원자들 다수가 민간소매유통업체 운영자로 알려져 만약 이들 중 한 명이 사장에 임명될 경우 공익성을 갖는 공영도매시장을 잘 운영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도매유통업계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가락시장을 위에서 내려다본 전경. 서울농수산식품공사는 공영도매시장인 가락시장을 관리하는 서울시 산하기관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공사 임원추천위원회는 지원자 14명 가운데 5명을 추렸고, 이 중 3명을 최종 선정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2차 본선에 오른 5명의 후보자는 여성이 1명, 남성이 4명이다. 이들 중 3명이 ㄹ○○○, ㅎ○○○, ㅎ○○○○ 등 민간소매유통업체 대표이사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사가 관리하는 가락 및 강서시장 안팎에선 서울농수산식품공사 사장의 자질을 놓고 논쟁이 불거지고 있다. 기업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민간기업 대표가 모든 일을 공익(公益)의 관점에서 판단하고 추진해야 하는 공영(公營)도매시장의 관리자로써 적합하냐는 것이 논쟁의 주제다.
사실 논쟁이랄 것도 없이 유통인들은 동일하게 민간기업 출신이 공사 사장으로 오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미 앞서 여인홍 전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내정설이 돌았을 때 강력하게 거부 의사를 표명한 뒤다. 여 전 차관은 응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공영도매시장에 들어온 농산물은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 두 가지 거래제도 중 하나를 선택해 거래되고 있다. 경매제의 중간도매상, 시장도매인제의 직거래도매상(시장도매인) 등 가락 및 강서시장의 유통인들은 ‘진짜 전문가’를 보내달라며 현수막까지 내걸었다.
◆역량 집중할 곳 아는 현장 출신 전문가...판 많이 안 바꿔도 돼
"유통인들 사정 통달해 각자 이익 조율해줘 마음편히 장사할 수 있어"
가락시장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공영도매시장이자 수십년 동안 유통인끼리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갈등의 굴곡이 너무나도 깊은 곳이다. 이들의 갈등을 조율하고 생산자(농민)와 소비자의 만족까지 챙겨주려면 유통업계에 살짝 발 담근 정도가 아닌, 현장에서 성장하며 도매시장 생태계와 생리를 꿰뚫은 ‘진짜 전문가’가 와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사익(私益)을 목표로 내달리는 민간기업 출신은 공익성과 배치될뿐더러 도매시장의 현안을 잘 아는 전문가도 아니지 않느냐는 것이다.
일단 가락시장은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놓고 공사와 유통인, 또 유통인 간에 반목과 갈등이 지난 20년 동안 이어져 왔다. 가격결정의 투명성이 중요했던 1985년 가락시장이 생기고 경매제를 통해 일정기간 농민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지만 2000년대 들어 직거래를 중심으로 유통단계 축소를 중시하는 유통흐름의 변화가 나타났다. 이에 맞춰 공사는 경매회사와 중간도매상을 합쳐 유통단계를 줄인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추진했지만 경매회사의 반발과, 경매회사와 합의해 오라는 농식품부의 승인조건 때문에 지금껏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채 논쟁만 거듭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각 유통인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잘 조율해 줄 사람, 농식품부 등 관계기관의 협력을 이끌어 낼 줄 아는 사람, 또 농민에겐 출하수취가를 보장해주고 소비자에겐 저렴하고 신선한 농산물을 제공해 각각의 만족을 챙겨줄 줄 아는 사람이 공사 사장으로 와야 한다는 것이 유통인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여기에 1조원이 투입되는 현대화사업 관련해서도 이커머스, 라이브커머스, 배달앱 등이 성행하는 유통 흐름의 현재와 미래를 읽어 도매시장에 IT를 심고 건설공사에 대규모 예산을 끌어올 능력과 추진력이 되는 사람을 원하고 있다.
가락시장 유통인 A씨는 “사기업과 공기업의 근본적 차이점이 각자 추구하는 목표가 사익이냐 공익이냐 이것이지 않느냐”라며 “서울농수산식품공사는 공익을 추구해야 하는 기관이니 일을 어떻게 해야 모두에게 고루 이익이 돌아갈지 아는 사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서 유통인들과 함께 성장한 전문가가 와야 싸움할 일이 없다. 다 아니까 판을 많이 바꿀 필요 없이 역량을 집중할 곳을 안다”며 “경매제든 시장도매인제든 장점과 단점을 잘 알기 때문에 각자 애로사항을 들어줘 마음 편하게 장사할 수 있게 해 주지 않겠나”고 신임사장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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