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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최악의 인력난, 피해는 오롯이 농민들에게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1-10-04	조회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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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노동자 입국제한에

         두 배 가량 치솟은 인건비

         정상 농업 불가능할 지경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2021. 10. 2

강원 횡성군 청일면의 민병무씨는 애호박·오이·브로콜리·풋고추·양상추 등 다양한 작목을 재배하는 강원도의 전형적인 복합농이다. 그런데 올해 그가 재배하고 있는 품목은 풋고추·양상추 둘 뿐이다. 면적 또한 예년의 절반에 불과하며 나머지 밭엔 사료작물 등 ‘관리 편하고 돈 안되는’ 작물들이 심겨 있다. 정상적인 농사를 감당할 인력을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지역 농가들은 보통 매년 6개월(5~10월) 정도 외국인노동자를 고용한다. 밭을 갈고 작물을 심고 호박·오이 터널을 세우고 관리하고, 돌아가며 수확 작업을 하려면 6개월간 고정인력이 필요하다. 민씨 역시 매년 4명의 외국인노동자를 고용해 농사를 지어왔다.

하지만 파종을 마치고 정식을 준비하려던 3월 초, 통상 160만원이었던 외국인노동자 월급이 200만~250만원으로 뛰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런저런 부대비용을 합치면 한 달 인건비가 1,000만원을 넘는다는 얘기다. 장고 끝에 민씨는 결국 준비해둔 모종의 절반을 처분하고 부부의 노동력으로 충당 가능한 만큼만 농사짓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외국인노동자 입국제한 및 지연으로 농촌은 몸살을 앓고 있다. 법무부·고용노동부·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까지 6,000명선이던 농업부문 고용허가제 신규입국자는 지난해 1,388명, 올해 8월 기준 1,086명으로 줄어 있다. 계절근로자제 입국자 역시 2017년 본격시행 이후 3,497명까지 급격히 늘어났다가 지난해 223명, 올해 505명을 기록 중이다. 눈에 보이는 숫자보다도 누적 체류인원이 계속 줄기 때문에 지난해보다 올해 한층 심각한 인력난이 발생하고 있다. 법무부와 고용노동부가 조그마한 대책들을 내놓고 있긴 하지만 인력난은 해가 갈수록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고용허가제와 계절근로자제는 불법체류자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다. 불법체류 농업노동자 현황은 대략적으로도 파악이 불가하지만, 현장의 인력 감소 체감은 반토막에 가깝다. 1일 8만원이던 외국인노동자 일당이 올해 양파·마늘 수확철 한때 20만원 가까이까지 치솟은 이래 아직도 13만~15만원선을 유지하고 있다.

경기 지역의 한 농업 인력중개업자는 “인력사무소끼리도 경쟁이 엄청나다. 저마다 임금을 올려 외국인노동자들을 확보하려 하니, 다른 사업장이 부르는 액수만큼 인상해주지 않으면 오랫동안 같이 일한 노동자들도 떠나버린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문제는 농민들이다. 민병무씨는 “올해는 ‘빠꾸농사’다. 작년까지 하루에 50kg가량 따던 고추를 10kg 남짓 따고 있다. 생산을 못하는 것도 못하는 거지만 가격이 안 나와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나마 농사 규모를 줄인 민씨는 피해가 덜한 편이다. 올해는 kg당 2,000원 가까이 상승한 마늘조차 치솟은 인건비 탓에 수익이 겨우 나는 상황이다. 소비부진으로 가격이 하락한 다른 품목들이야 상황이 뻔하다. 농사를 크게 짓는 경우엔 대규모의 손실을 보는 경우도 다반사다. 최악의 인력난 상황에서도 유통업자, 종묘·자재업체, 외국인노동자, 인력사무소까지 모두가 수익을 내고 있지만 오직 농민만이 피해를 떠안아야 한다.

민씨는 “우리(고령 농민)는 이렇게 농사짓다 몇 년 지나면 끝이라지만, 문제는 후계자가 없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 누가 농촌으로 오겠나. ‘농업’은 있되 ‘농민’은 없어지는 날도 멀지 않았다”라며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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