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사의 컴퓨터에서 응찰자인 중도매인의 번호를 지우는 익명거래를 둘러싸고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서울특별시농수산식품공사(사장 김경호, 공사)와 도매시장법인 간 1심 재판에서 30일 법원은 최종적으로 공사의 손을 들었다.
지난해 7월 공사는 시장 내 공정성 제고를 위해 익명거래를 추진했다. 원래대로라면 가락시장의 관리자인 공사의 명령에 따라 6개의 도매법인은 지난해 9월 1일부터 익명거래를 시행했어야 했다. 하지만 경매사들의 반발이 이어졌고 지난해 11월 4개 법인(동화·대아·중앙·서울청과)이 소송을 제기했다.
공사가 익명거래를 추진해 거래제도를 개선하려는 것은 경매사-중도매인 간 담합이 일어날 여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해 시장 내 공정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경매사가 아는 중도매인에게 좋은 품목을 낙찰해준 사례가 있고, 시장 내에서 상인들의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번 재판 결과에 따라 원고인 도매법인은 2주 이내에 항소할 수 있으며 항소하지 않을 경우 앞으로 가락시장 내에서 응찰자를 가리는 익명경매가 시행된다.
한편 송정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 부원장은 지난 2월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가 개최한 ‘농산물 도매시장 공익적 역할 재정립’ 심포지엄에서 도매시장이 농민보다는 시장 내 유통주체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출하자의 농산물 제값받기 방안 중 하나로 응찰자 비공개 경매를 제안한 바 있다.
도매시장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첫 단추를 채울 수 있을지 도매법인의 항소 여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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