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대목장 결산
고향 방문 대신 선물 보내기 많아 과일선물세트 매출 증가
사과, 배 생산량 늘었지만 소비 확대로 시세 평년대비 강세
‘샤인머스캣’ 포도 인기 만점...한우고기·주류 등도 잘나가
중앙청과 경매중단 후유증 미미 ...분산 출하로 혼란 없어
농민신문 하지혜, 이민우, 이규희 기자 2021. 9. 27
과일류는 올 추석 대목에 선전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당초 추석 대목에 출하될 물량이 지난해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돼 가격 약세를 우려하는 시각이 있었으나, 비대면 명절 분위기 속에 소비가 원활하게 이뤄지면서 예년보다 높은 시세를 유지했다. 추석 대목장에 서울 가락시장 중앙청과의 과일경매가 일시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으나, 유통 혼란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귀성 대신 선물 보내기…과일세트 소비 증가=유통업계에 따르면 올 추석 선물세트 매출은 전년 대비 성장세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고향 방문 대신 선물로 마음을 전하는 이들이 늘어난 게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과일 선물세트 판매도 비대면 명절의 수혜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백화점의 추석 과일 선물세트 매출은 두자릿수 상승세를 보였다.
현대백화점의 8월13일∼9월20일 과일 선물세트 매출은 지난해 추석보다 37.4% 증가하며 선물 품목 가운데 가장 높은 신장률을 보였다. 롯데백화점의 8월27일∼9월19일 청과 선물세트 매출은 전년 대비 21.4% 뛰었다.
과일 선물세트는 대형마트에서도 선전했다. 롯데마트의 7월29일∼9월21일 과일 선물세트 매출은 지난해 추석보다 7% 증가했다. 이마트 역시 과일 선물세트 매출이 축산·주류 등과 함께 전년 대비 신장했다고 밝혔다.
이마트 관계자는 “올 추석에는 작황이 좋은 배 선물세트 매출이 전년 대비 17.8% 증가하며 사과를 제치고 판매 순위 1위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지효상 농협유통 하나로마트 서울 양재점 과일팀장은 “선물용으로는 7만∼8만원대 사과·배 혼합세트, 가정소비용으로는 <샤인머스캣> 포도 등이 잘 팔리면서 추석 대목 과일 매출이 전년 대비 5% 늘었다”며 “올 추석 과일값이 지난해보다 높지 않아 고가의 한우고기 선물세트 수요가 과일로 많이 몰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영향으로 온라인 쇼핑몰과 편의점에서도 추석 과일 소비가 활발히 이뤄졌다.
특히 편의점은 코로나19 여파로 근거리 장보기 문화가 확산한 데다 국민지원금 사용처로 선정되면서 과일 판매가 쑥 늘었다.
CU(씨유)는 추석 대목에 과일 선물세트를 포함한 청과물 매출이 지난해보다 76.6% 뛰었다고 밝혔다.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 역시 추석 선물세트 판매기간 과일 등 신선식품 매출이 전년 대비 각각 55.9%, 49% 증가했다.
◆사과·배 시세 평년보다 높아=올 추석 대목장 사과·배 시세는 평년 대비 강세를 보였다. 사과·배 생산량이 전년보다 많고 평년과 비슷했음에도 소비가 원활해 시세가 높게 형성된 것으로 분석된다.
가락시장에서는 추석 대목(9월6∼18일)에 <홍로> 사과 5㎏들이 상품 한상자가 평균 3만5205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추석 대목 평균 경락값인 4만8702원보다 27.7% 낮고, 평년 3만181원보다 16.6% 높은 값이다.
같은 기간 <신고> 배도 7.5㎏들이 상품 한상자가 평균 3만3565원에 거래돼, 전년과 비슷하고 평년보다는 30%가량 높은 값을 기록했다.
윤춘권 농협가락공판장 경매부장은 “지난해 사과값이 유례없이 높았기 때문에 올해는 생산량이 늘며 값도 크게 떨어질 것으로 봤는데, 예상외로 소비가 뒷받침돼 평년 대비 강세를 보였다”며 “다만 올해 작황이 좋지 않아 <홍로> 사과 5㎏ 특품 한상자가 5만원대에 거래되기도 하는 등 상품성에 따라 값 차이가 많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김태옥 한국청과 경매사는 “코로나19로 인한 소비침체는 나타나지 않았고, 오히려 국민지원금 등의 영향으로 명절 특수가 살아났던 것으로 보인다”며 “배는 상품성이 좋으면 7.5㎏ 한상자당 3만7000원에도 거래되는 등 전반적으로 소비가 원활했다”고 말했다.
◆<샤인머스캣> 등 포도류 인기 행진=올 추석 대목장엔 <샤인머스캣>뿐 아니라 다른 포도 품종도 인기를 얻으며 포도 시세가 높게 형성됐다.
특히 <샤인머스캣> 포도의 인기가 두드러졌다.
<샤인머스캣> 포도는 지난해와 비슷한 2㎏ 상품 한상자당 2만6000원 안팎에 거래됐다. 대목장 반입량이 지난해 추석 대목보다 35%가량 증가한 것을 고려할 때 예상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캠벨얼리>와 <거봉>도 강세를 이어갔다. 시장 반입량이 지난해 추석 대목보다 20% 내외 감소한 데다 소비도 원활해서다. <거봉>은 2㎏ 상품 기준 2만원선, <캠벨얼리>는 3㎏ 상품 기준 1만9000∼2만원에 거래돼 전년 추석 대목장에 견줘 10∼20% 높았다.
서동균 농협가락공판장 경매사는 “선물용 수요가 많은 <샤인머스캣>은 대목장 막바지엔 선물용 특품 4㎏ 한상자가 10만원선까지 치솟을 만큼 인기를 보였다”면서 “<캠벨얼리>와 <거봉>도 소비가 원활해 포도가 전반적으로 강세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단감은 이른 추석 영향으로 시장 반입량이 지난해 대목기간의 30% 수준에 그쳐 강세를 보였다.
<상서> 품종은 추석 연휴 전 일주일(9월12∼18일)간 평균 경락값이 10㎏ 상품 한상자당 8만원 초중반대를 기록했다. 이는 4만원선이었던 지난해 추석에 견줘 두배 높은 수준이다. <송본> 시세도 10㎏ 상품 한상자당 6만원 초반대에 형성돼 전년 대목 대비 30%가량 높았다.
멜론은 <머스크> 8㎏ 상품 한상자당 3만원선에 거래돼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등급간 품질 차이가 커 대목장 막바지엔 <머스크> 8㎏ 특품 평균 경락값이 5만원 후반대까지 오르는 등 지난해에 견줘 강세를 보였다.
◆코로나19로 초유의 추석 대목 경매 중단…예상보다 타격 ‘미미’=가락시장 중앙청과의 과일경매가 일시 중단되고, 가락시장의 추석 휴장일이 이틀 앞당겨진 것은 단연 올 추석 대목의 핵심 이슈였다.
공영도매시장 내 특정 법인의 과일경매가 추석 대목에 중단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기 때문이다.
중앙청과의 경매 중단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결과였다.
8일부터 중앙청과 중도매인 점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하자,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와 중앙청과는 9∼11일, 14∼18일 과일경매 중단을 결정했다. 이달 1∼23일 가락시장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수는 487명에 달한다.
송태섭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유통총괄팀 P/L은 “코로나19 음성 판정자만 경매에 참여토록 하는 등 방역지침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고, 다행히 중앙청과 이외의 다른 도매법인에서는 대규모 감염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당초 가락시장 내 과일 취급량 1위인 중앙청과의 과일경매가 중단돼 추석 대목장 대혼란이 우려됐지만, 예상외로 큰 혼란은 없었다는 게 중론이다.
중앙청과 전속출하 물량이 가락시장 내 다른 도매시장법인이나 다른 공영도매시장 등지로 분산 출하된 데다, 가락시장 이외의 유통경로가 다양해진 영향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양상국 한국청과 상무는 “중앙청과로 출하되던 물량이 일부 반입돼 경매 중단 이전보다 과일 반입량이 5∼7% 정도 늘었다”며 “가락시장 전체로 봐서도 과일 시세가 잘 형성돼 출하자 피해가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철기 농협가락공판장 부장장은 “중앙청과의 경매 중단에도 불구하고, 다른 법인의 과일경매가 원활히 진행됐다”며 “유통 혼란이 발생하지 않은 것은 가락시장의 위상이 예년보다 축소된 영향도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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