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전기요금 인상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농사용 전기요금 혜택을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제기되면서 농가가 겹시름에 잠겼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추석 연휴 직후인 23일 4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가 결정된다. 에너지 사용량이 늘어나는 시기에 적용되는 전기요금인 만큼 농가 관심도 크다.
무게는 인상 쪽에 실린다. 올해 정부가 도입한 연료비 연동제에 따라 4분기 전기요금은 6∼8월 전기 생산에 들어간 연료비를 토대로 결정되는데, 이 기간 국제유가 상승 여파로 연료비가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사실 2분기와 3분기에도 인상 요인이 있었지만,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국민 부담 증가 등을 이유로 전기요금을 동결했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농사용 전기요금 축소·폐지 움직임이 지속된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상대적으로 저렴한 농사용 전기 소비가 빠르게 늘면서 소비자간 형평성문제를 일으킨다고 주장한다. 농사용 전기요금은 열악한 농민을 위해 매우 제한적으로 인정돼야 하며, 대농 등에게 혜택이 가는 건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최근에도 한 매체가 대규모 사업장이 농사용 전기 혜택을 누리는 것을 한전이 지켜만 보고 있다면서, ‘논에서 줄줄 새는 전기요금’이 한전 실적뿐 아니라 일반 국민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농업계는 판매량이 미미한 농사용 전기를 한전 적자의 주범처럼 집요하게 공격하는 건 문제라고 반박한다. 지난해 한전의 농사용 전기 판매량은 1902만8829㎿h(메가와트시)로 전체(5억926만9715㎿h)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7%에 불과했다.
농사용 전기가 열악한 농민에게 제한적으로 인정돼야 한다는 주장도 맞지 않다는 게 농업계 주장이다. 농사용 전기는 농산물시장 개방 확대로 농업에 피해가 발생하자 농업을 산업적으로 유지·보호하기 위해 도입됐다. 농업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정부 정책에 따라 영농규모가 커진 농가도 농사용 전기를 이용하지 못할 이유는 없는 셈이다. 조성호 한국농식품법률제도연구소 이사장은 “농사용 전기요금이 원가에 비해 너무 낮다면 약간 올리거나, 농업 규모·사업별로 요금을 달리하는 등 대안을 찾아야지 없애야 된다는 식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농업계의 이런 주장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선 한전의 ‘농사용 전기 때리기’가 이미 시작됐다고 본다. 최근 한전 경남 진주지사는 9월부터 ‘바닥 난방 또는 취사시설이 설치된 관리사(농막)’ 등에서 농사용 전기를 사용하면 2∼3배의 위약금을 청구할 수 있다는 안내장을 배포했다.
하지만 농민들 생각은 다르다. 임호식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진주시연합회장은 “관리사도 엄연히 농업활동에 쓰이는 시설이고, 농민들이 쉬거나 식사라도 하려면 난방과 취사시설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제 와 상시거주시설인지 따져 위약금을 물리겠다는 것은 농사용 전기 혜택을 줄여 한전 적자를 메우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