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리고 갈아서 저가에 유통
국산 타격...원산지 단속 시급
농민신문 이민우 기자 2021. 9. 17
중국산 건조생강이 국내에서 가공된 뒤 다진생강으로 대량 유통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에서 수입한 건조생강을 국내에서 일정 시간 물에 불린 뒤 갈아서 다진생강으로 상품화한 셈이다. 농산물을 수입 목적과 다르게 국내에서 재가공해 판매하는 전형적인 편법유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복수의 생강 유통업자들은 “최근 시중에 중국산 다진생강이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데, 대부분 중국산 건조생강을 재가공해 만든 제품이라고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중국에서 다진생강 상태로 수입돼 국내에 판매되는 물량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중국산 냉동다진생강의 연도별 수입량은 2018년 55t, 2019년 75t, 2020년 34.3t, 2021년(1∼7월) 94t 등에 불과하다.
건조생강으로 만든 중국산 다진생강은 냉동 상태로 유통되며 대량 급식처나 식자재업체에 주로 공급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 유통상인은 “식자재업체에 주로 10㎏ 단위로 납품하는데, 납품가격이 1㎏당 2000∼3000원”이라며 “건조생강으로 만든 제품이라 이 정도 싼값에 공급할 수 있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인터넷 쇼핑몰 등을 통한 소매 판매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서는 중국산 다진생강을 판매하는 쇼핑몰이 10여곳에 달한다. 이들 쇼핑몰은 중국산 다진생강을 1㎏ 단위로 판매하는 게 일반적이며, 1㎏당 판매가격은 대부분 4000∼6000원이다.
일부 중국산 다진생강 제품의 포장지에는 ‘국내 가공’이라는 문구가 별도 표시돼 있다. 해당 제품의 판매처는 “중국산 다진생강을 수입한 것이냐”는 질의에 “중국산 건조생강을 국내에서 물에 불려 재가공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생강 유통업자들은 중국산 다진생강의 식자재업체 납품단가가 너무 낮아 국산 다진생강이 타격을 입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식자재업체에 납품하는 한 유통업자는 “중국산 다진생강이 1㎏당 3000원 이하에 납품되다보니 식자재업체로부터 국산 다진생강 납품단가를 낮추라는 압박이 심해지고 있다”면서 “중국산 건조생강이 다진생강으로 편법유통 되면서 국산 생강이 설 자리를 잃어가는 형국”이라고 주장했다.
원산지표시 위반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도 일부에서 나온다. 일부 지역에선 국산으로 표시된 다진생강이 1㎏당 3000원 안팎에 유통되고 있는데, 국산으로는 도저히 맞출 수 없는 가격이라는 주장이다. 한 유통업자는 “중국산 건조생강으로 다진생강을 만들면 신선생강을 사용했을 때보다 생강 특유의 향이 덜하다”면서 “중국산 다진생강에 국산을 10% 정도 섞은 뒤 국산 다진생강으로 판매하는 경우가 일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우상원 생강전국협의회장(충남 서산 부석농협 조합장)은 “중국산 건조생강이 다진생강으로 가공돼 싼값에 유통되다보니 국내 생강농가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며 “저가신고, 원산지표시 위반 등 불법 사례가 없는지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단속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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