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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추석을 앞두고 ''차례상 차림 비용''이 발표됐다. 3곳의 가격 정보를 취합해 자체 정리했다.
올바른 정보 제공 뒷전 씁쓸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2021. 9. 15
공공·민간기관 명절마다 조사
얼마나 올랐는지만 부각
자극적 물가상승 보도 초점
정부 물가관리 명분 뒷받침
공공기관과 민간이 매년 명절을 맞아 자체 조사하는 ‘차례상 차림 비용’에 대한 보도에 산지 농민들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이고 있다. 비용이 얼마나 올랐는지를 부각시키다보니 올바른 정보 제공보다는 경쟁적으로 자극적인 물가 상승 보도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런 식의 보도가 올해 유독 물가 관리를 앞세우는 당국의 물가 안정 명분을 뒷받침해주고 있어 조사 기관조차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추석(9월 21일)을 3주 앞둔 9월 초, 공공기관과 민간 등 3곳은 자체 조사한 ‘차례상 차림 비용’을 각각 발표했다.
9월 1일을 시작으로 민간 기관인 (사)한국물가정보가 지난해보다 약 2% 올라 4인 기준 전통시장은 27만4500원, 대형마트 38만3820원, 이어 3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역시 4인 기준으로 전년 대비 9.3% 증가한 평균 30만369원. 6일에는 공공기관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6~7인 기준 전통시장 평균 22만4181원, 대형마트 평균 28만3616원이라며, 전년 대비 ‘전통시장 5%·대형마트 6% 상승’했다고 밝혔다. 가격대는 20만~30만원대로 모두 다르고, 상승률도 최대 9.3%·최소 2%로 간극이 제법 벌어졌다. <표 참고>
해당 가격 정보는 주요 언론들을 통해 ‘물가 상승’을 부각한 보도로 재생산됐다. “추석 물가 급등, 차례상 비용 역대 최고(KBS, 9월 8일자)”, “올해 추석 차례상 비용 평균 30만원, 작년보다 9.3% 올라(조선일보, 9월 3일자)”라는 식. 일부 보도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HMR(간편식품)’ 제수용품을 홍보하는 데 활용(“추석 물가 급등에 소비자 부담↑, 완제품 차례상 인기 끌까”)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반적으로 ‘추석 차례상 물가가 올랐다’는 기조의 기사 제목이 주를 이뤘다. 조사 기관 3곳 모두 조사 기간이 8월 31일로 같은데, 발표 시점이 다르다보니 언론보도가 일정 시간을 두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흐름을 띠고 있다. 같은 시점의 조사 내용이 마치 다른 시점의 조사 결과인 것처럼 비춰질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이를 바라보는 산지 분위기는 싸늘하다. ‘명절 특수’가 사라진지 한참인데, ‘물가 상승’에 치우친 보도만 넘쳐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의 경우 지난해 50일 넘는 장마를 겪은 이후 작황이 평년 수준으로 회복돼 추석 대목의 기대치가 높은 상황에서 당국이 물가 관리를 대대적으로 단속하겠다는 기조에 힘을 싣는 언론보도로 인해 제수용품(농산물) 소비 분위기가 움츠러들지 않을까 불안과 걱정이 크다.
최범진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해마다 농축산물 가격이 상승했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며 소비가 위축돼 추석 대목도 옛말이 되고 있다”며 “올해도 잦은 비로 작황이 부진해 일부 농축산물 가격이 일시적으로 상승한 농어촌 산지의 현실을 외면하고 일부 언론이 가격 위주의 단편적인 모습만 부각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농산물 품목 단체의 관계자는 “물가 상승률이 매년 3% 이상 오르기 때문에 추석 물가 2% 인상은 사실상 가격이 떨어진 것이다. 언론의 계산법대로 단순 가격만 대비한다면 내년에도 ‘역대 최고’, 내후년에도 ‘역대 최고’ 행진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한 지적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언론보도에 대해 조사기관의 관계자들조차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올바른 가격 정보 제공이라는 명절 물가 조사의 취지가 다른 방향으로 활용될 소지가 있다는 데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물가정보 관계자는 “이번 발표의 주요 내용은 지난해와 가격이 비슷하다는 것”이라며 “가격 정보를 어떤 식으로 다룰 것인지는 언론사의 판단이기 때문에 평가할 생각은 없지만, 많은 언론들이 ‘여전히 높은 물가’식으로 가격만 보고 자극적인 제목을 뽑다보니 조사 취지와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조사 기관마다 각자 기준이 있기 때문에 단순 가격 비교가 아니라 전체적인 흐름을 보는 것이 바람직하고, 이것이 가격 정보를 발표하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서면 질의 답변서를 통해 “소비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경우는 인상된 가격의 품목을 중심으로 기사 제목이 나가고 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부분에 대한 우려는 매번 인식하고 있어 신중하게 자료를 배포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보도자료 배포 시 인상된 현상에만 초점을 둔 것이 아니라 인하된 제품도 알려드리고, 유통업체별로도 비교 분석해 소비자가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정보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발표 시점은 왜 3주 전일까?
조사기관들의 발표 시점이 왜 ‘3주 전’인지도 궁금한 대목이다. 추석 초도물량이 도매시장에 막 풀리는 시점인 데다 기후 변수가 있어 출하 물량 변동 등 정확한 가격 예측이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추석 3주 전인 지난 8월 31일은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비가 내리며 ‘가을장마’가 열흘 넘게 지속되고 있었다. 이 시점을 전후해 추석을 겨냥한 농산물의 작황이 급속도로 나빠졌거나 출하에 차질을 빚는 사례들이 속출했는데, 이런 측면들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수요자 중심의 가격 정보라는 점에서 산지의 아쉬움이 크다.
이에 대해 한국물가정보 관계자는 “예전에는 추석 4주 전에 조사 결과를 발표했었다. 하지만 추석과 같은 달에 발표하는 게 효과가 와 닿을 수 있어 발표 시점을 3주 전으로 변경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농식품공사 관계자는 “추석 3주 전이면 추석 물량이 산지에서 막 나오기 시작할 때이긴 하다. 하지만 추석 2주 전 발표는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고, 소비자들이 차례상을 차릴 때 참고할 수 있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추석 전 3주 정도가 가장 적당한 시점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정부가 명절 물가 안정을 위한 수급 안정대책을 보통 명절 한 달 전에 발표하는 바, 이 같은 내용이 현장에 반영됐는지를 살피고자 추석 3주 전에 명절 물가 1차 조사를 하고 있다”면서 “2차 조사는 명절 1주 전, 배포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범진 한농연 정책조정실장은 “소비자단체들과 농식품 관련 기관 등에서 발표하는 농축산물 가격차가 커 소비자 혼란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소비지 가격 조사는 물론 산지 작황 상황이나 여건들도 충분히 반영되는 등 개선 노력을 통해 균형 있는 정보 제공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범진 실장은 또 “농민들도 소비자다. 자신들이 생산한 농산물의 가격이 비싸다는 인식이 소비자들에게 심어지고 농산물 구매에 큰 부담이 된다는 보도를 접하는 농민들 심정 역시 착잡할 것”이라며 “가격에만 초점을 맞춘 경쟁적 보도는 지양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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