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남 의원 발의…시장개설자 권한 축소·중앙부처 개입 강화
‘직거래’ 유통환경 변화 맞춘 상장예외품목 지정 확대에 제동
한국농업신문 유은영 기자 2021. 8. 24
"도매시장법인 지정 및 지정취소시 중앙부처 장관과 협의하고
시장관리운영위원회 20명 중 6~7명은 장관 추천인 써라"
농안법 주요골자...도매법인 보호해온 농식품부.해수부에 힘 실어
시장운영 주요 결정사항, 도매법인 유리하게 ''쪽수'' 채워주는 개정안
농산물 도매시장에서 시장개설자의 권한을 축소하고 정부 개입을 확대하는 방안을 골자로 김승남 의원이 최근 발의한 농안법 개정안에 일부 농민단체가 찬성하는 입장을 발표해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도매시장 관리에 정부 개입이 확대되면 생산자 수취가를 높여주는 시장도매인제 도입 등 농민에 유리한 제도 도입이 한층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한국4-H본부,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 한국4-H청년농업인연합회 등 6개 종합농업인단체들로 구성된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상임대표 이학구 한농연 회장)는 지난 19일 성명을 통해 ‘김승남 의원 대표발의 농안법 일부 개정안 흔들기를 즉각 중단하라’며 법안의 조속한 관철을 촉구했다.
김승남 의원은 지난달 21일 ▲도매시장법인 재지정 및 지정취소시 농림축산식품부장관 또는 해양수산부장관과 협의하고 ▲시장관리운영위원회 위원 구성시 위원 3분의 1을 농식품부장관 또는 해수부장관의 추천을 받을 것을 골자로 한 ‘농수산물의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농안법)’을 대표발의했다.
한종협은 해당 개정안이 무분별한 상장예외품목 지정 확대를 방지하고 개설자의 독단 심화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찬성의 입장을 밝혔다.
반면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는 개정안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20명인 시장관리운영위원회 위원 중 6~7명이 중앙부처 장관의 추천 인사로 들어오면 기존의 도매시장법인 쪽 위원 2~5명에 더해져 도매시장법인 위원 수가 과반수가 넘고, 이로 인해 시장운영 관련한 모든 결정을 도매시장법인이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농식품부 등 중앙부처는 지금까지 도매시장법인 쪽의 논리와 궤를 같이 했고, 대표적인 사례로 도매시장법인이 타격을 받는 새 거래제도인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20년 동안 승인하지 않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한종협은 이와 관련 “시장관리운영위원회의 3분의 1 이상을 중앙부처 장관이 추천하도록 하는 것은 비상식적인 상장예외품목 확대로 인한 출하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지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들의 수수료 밥그릇 싸움에 끼어들어 누구 하나의 손을 들어주기 위함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상장예외품목이라고 해서 도매시장법인이 경매에 올릴 수 없도록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이 품목은 중도매인과 농민 간에 직거래를 허용하는 품목으로 경매 외에 출하자 선택권이 확대되는 제도다. 경매를 막는 제도가 아니어서 도매시장법인이 얼마든지 농산물을 확보해 경매에 올릴 수 있는 제도이기도 하다. 때문에 도매시장법인은 상장예외품목으로 지정된 농산물을 중도매인과 경쟁을 벌여 확보해 경매에 올릴 수 있다.
즉 상장예외품목의 지정확대는 농민이 보낸 농산물을 상장시켜 주고 수수료를 받는 도매시장법인에게 불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상장예외가 늘어날수록 편안하게 상장 수수료를 받는 대신 중도매인과 농산물 확보 경쟁을 치열하게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농민은 값을 더 쳐 주는 곳에 농산물을 출하할 수 있다.
농안법 시행규칙 제27조는 ▲연간 반입물량 누적비율 하위 3%미만 품목 ▲해당 품목을 취급하는 중도매인이 소수인 품목 ▲상장거래에 의해 중도매인이 해당 농수산물을 매입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하다고 도매시장 개설자가 인정하는 품목에 대해서만 상장예외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시장개설자는 쿠팡, 마켓컬리 등 온라인 직거래와 대형마트의 산지 직거래 등에 대응해 상장예외품목을 확대하는 쪽이 도매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수산부류 상장예외 확대하자 도매시장법인들 행정소송 제기
상장예외 확대로 피해본다는 농민은 왜 침묵하나
일례로 가락시장 시장관리운영위원회는 올해 3월 218개 전체 수산부류 품목 중 69%인 151개 품목을 경매를 안 해도 되는 상장예외품목으로 지정했다. 사실상 67개를 제외하고 모두 상장예외로 거래 가능해졌다. 강동수산, 수협가락공판장 도매시장법인은 서울시를 상대로 거래방법 지정 통보를 취소해야 한다는 내용의 집행정지 신청서를 서울행정법원에 냈고 현재 소송이 진행중이다.
한 농민단체 관계자는 “일부 농민단체가 도매시장법인의 이익 논리에 편승하고 있다”며 “상장예외품목의 지정 확대가 농민에게 어떤 피해를 끼치는지 정확히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함께 도매시장법인 지정 관련 조항은 이중 규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도매법인의 지정 만료에 따른 재지정 및 지정 취소 사안은 이미 농안법 제82조(허가취소) 제2항 각호에 농식품부장관, 해수부장관이 도매법인의 업무 정지 또는 지정취소를 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개정안은 지방분권 시대에 맞게 운영돼야 할 시장을 중앙부처에서 통제하려하고 시장개설자의 역할을 축소시키는 내용으로 발의됐다”며 “진정 농어민과 소비자를 위한 개정안인지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수십년 동안 도매시장에 있으면서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이 상품기획을 했다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고 생산자.소비자를 위해 기능 구분없이 유통, 물류, 마케팅 공동사업을 한다는 소리를 들어본 기억이 없다”며 “유통전쟁 시대에 맞게 생산자와 도매시장법인, 중도매인, 시장도매인, 중소마트 등 자영업자 등이 다양하게 공동출자, 복합영업을 하는 쪽으로 발전해야 하는 상황에 과거로 회귀하는 규제를 더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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