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삼산시장의 부평농산이 출하자 서모씨에게 보낸 경락값 안내문자. 7월29일 첫 경매 낙찰가(4만4000원) 안내문자는 빠지고 재경매 낙찰가인 3만3000원에 대한 문자만 있다.
출하자 동의 없이 재경매 농가 경락값 후려치기 ‘의혹’
관리사무소 업무 해이도 문제
부평농산, 절차 미흡 인정 알림문자 고의 누락 아냐
정정 승인 절차 강화 필요 시장법인도 경각심 가져야
농민신문 이민우 기자 2021. 8. 25
인천 삼산농산물도매시장에서 출하자 동의 없이 재경매 후 농산물 판매원표를 정정한 사건이 발생해 물의를 빚고 있다. 해당 도매시장법인의 업무 해이, 시장개설자인 인천시의 관리 소홀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출하자 동의 없이 판매원표 정정…경락값 낮추기 의혹 제기=충남 논산의 농민 서모씨는 7월29일 인천 삼산도매시장 부평농산에 홍고추를 출하했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 경락값이 너무 낮아 부평농산에 문의했고 재경매가 진행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부평농산은 홍고추 10㎏들이 11상자를 서씨 동의 없이 중도매인 착오를 이유로 재경매했고, 이 과정에서 10㎏ 한상자당 경락값이 4만4000원에서 3만3000원으로 25%나 떨어졌다. 재경매를 할 때는 반드시 출하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규정을 위반한 셈이다.
서씨는 “부평농산으로부터 재경매를 하겠다는 연락을 전혀 받지 못했다”며 “특히 첫 낙찰가(4만4000원)에 대한 알림문자 없이 재경매 낙찰가(3만3000원)만 알림문자로 공지한 것을 볼 때 재경매 사실을 감추기 위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리사무소에 확인해보니 처음 낙찰받은 중도매인이 재경매에 또다시 참여했다”며 “비록 해당 중도매인이 재경매에서 낙찰받지 못했지만, 재경매가 중도매인들의 경락값 후려치기에 악용된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부평농산, 절차 미흡 인정…고의 의혹 부인=부평농산은 재경매 과정에서 출하자 동의를 받지 않는 등 절차가 미흡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또 담당 경매사에게 15일 경매 정지의 징계 처분을 내리고, 서씨에게 손실보전금을 지급했다. 다만 고의로 연락을 누락했다거나 재경매가 경락값 후려치기에 악용된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부평농산 관계자는 “경락값 알림문자가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게 아니다보니 업무 담당자의 착오로 첫번째 문자 발송이 안된 것 같다”며 “경락값 후려치기 의혹도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관리사무소의 관리 소홀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인천광역시 농산물도매시장 조례 시행규칙’에 따라 관리사무소가 판매원표 정정에 대한 승인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도매시장법인이 인천시 관리사무소에 제출하는 판매원표 정정 사유서에는 출하자와 통화한 시간을 기록하게 돼 있는데, 이번 건은 경매사가 허위로 통화 시간을 기록했음에도 적발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인천시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해당 건은 서류·전산상 문제가 없어 승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씨는 “관리사무소가 평소 출하자에게 정정 사실을 통보받았는지 확인하는 등 관리·감독을 철저히 했다면 이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농안법 위반 사례 해당…판매원표 관리 강화해야=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번 사례는 ‘농수산물의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위반에 해당한다.
박성대 농림축산식품부 유통정책과 주무관은 “경매사가 출하자 동의 없이 판매원표를 정정한 경우 도매시장의 공정한 거래질서를 어지럽힌 것으로 간주할 수 있어 농안법 제74조를 위반한 것에 해당한다”며 “경매사에 대한 관리 책임이 있는 도매시장법인이 해당 행위가 불법이라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판매원표 정정 사유를 축소하고 승인 절차를 강화하는 등 삼산시장의 판매원표 관리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지난해 가락시장 판매원표 정정 사유를 간소화하고, 출하자 동의를 의무화하는 등 ‘판매원표 관리지침’을 개정·시행한 뒤 판매원표 정정건수와 재경매가 대폭 감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광형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경매는 참여자의 책임하에 진행되는 게 원칙임에도 ‘중도매인 착오’ 등 판매원표 정정 사유를 폭넓게 인정해 출하자가 손해 보는 측면이 있다”며 “정당한 사유가 아니면 재경매를 못하게 하고, 개설자 승인 절차를 까다롭게 해 출하자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