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유통혁신 어디까지 왔나] 농산물 유통체계 탈바꿈
농민신문 하지혜 기자 2021. 8. 20
농협은 유통혁신을 계기로 농산물 유통체계 전반을 대대적으로 손본다는 계획을 세웠다. 분산돼 있던 농산물 도매기능을 한데 모아 판매·유통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만들고, 상품 기획·구매 담당자(MD)의 전문성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투명성과 개방성을 원칙으로 한 산지관리시스템을 도입하는 한편 계약재배와 매취·저장 사업을 확대해 안정적인 공급체계를 구축하는 데도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일물다가(一物多價) 공급으로 판매장의 상품 경쟁력을 높이고 특품부터 등외품까지 모든 품위의 농산물을 ‘풀셋(Full-Set)’으로 판매한다는 전략도 수립했다.
추진 현황은
MD 조직 개편…전문성 강화 산지상품 발굴·선정기준 손질
계약재배·매취사업 확대 주력 등외품까지 풀셋 판매도 순항
◆구매조직 하나로…MD 역량 ‘쑥’=농협경제지주는 지난해 11월 이원화돼 있던 농산물 도매유통 조직을 하나로 통합했다. 농협경제지주 산하 부서가 수행하던 농산물 도매유통의 대외업무와 농협하나로유통의 계통업무를 통합해 신설된 경제지주 산하 농산물도매분사에 맡긴 것이다. 구매조직 통합으로 산지의 혼란을 줄이고 농협의 농산물 구매 역량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농산물도매분사는 ‘농업인은 생산, 산지농협은 수집출하, 경제지주는 책임판매’란 비전을 바탕으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올 상반기 통합조직 농산물 판매액은 7777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동기 대비 9.5% 성장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MD 조직 개편은 올 상반기에 완료했다. 품목그룹별로 6개 MD팀을 만들어 산지 품질관리부터 상품 개발·구매, 검품·매출관리 등 전 과정을 책임지는 MD 체계를 구축했다. 3월부터는 동기부여를 위해 사업실적 평가를 통한 ‘MD 평가보상제도’도 시행 중이다.
◆산지관리·구매방식 손질=경쟁력 있는 산지(상품)를 발굴하고 출하산지 선정기준의 투명성을 높이고자 ‘통합구매 산지인증제도’를 도입했다. 출하희망 산지에 대해 MD 현지실사와 산지선정위원회의 산지인증 심사를 거치는 방식이다. 산지·도매·소매 전문가로 구성된 산지선정위원회는 올 6월 심사를 통해 대상지 200곳 가운데 160곳의 출하산지를 엄선했다. 계약재배와 매취·저장 사업 확대에도 주력하고 있다. 올해 농협의 양파 매취·저장 규모가 1535t(20억원)으로 지난해(800t, 5억1000만원)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 단적인 예다.
◆사업영역 확대로 유통 경쟁력 강화=농협은 그간 도매 중심의 일물일가 공급으로 판매장의 가격·상품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산지·품위·출하별 공급상품을 다양화하는 일물다가 공급을 확대하기로 했다.
일례로 7.5㎏들이 특품(5만원)만 판매해왔던 배는 보통(4만원)·특품(4만5000원)·프리미엄(5만5000원)으로 상품값을 세분화해 공급했다. 올 하반기엔 감귤·복숭아·포도 등 일물다가 품목을 늘려나갈 예정이다.
풀셋 구매·판매도 순항 중이다. 특품부터 등외품까지 모든 품위의 농산물을 일괄 매입한 뒤 각 품위에 맞춰 상품화해 적합한 판매처에 공급하고 있다. 중·하품 판매에 어려움을 겪었던 산지농협에 큰 도움이 된다는 평이다.
올 2∼5월 부산 대저농협의 토마토를 대상으로 풀셋 구매·판매 시범사업을 실시해 93억원의 판매실적을 올린 데 이어 하반기엔 사과, 미니단호박, <샤인머스캣> 포도 등으로 품목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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