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배추·양파 등 노지채소는 우리 식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농산물이다. 그러나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생산자는 애써 경작한 밭을 갈아엎고, 소비자는 값 폭등으로 가계 부담을 겪는 현상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정부는 채소 수급조절과 가격 안정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왔지만 마땅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그 원인 중 하나는 파종이 완료된 후에야 정책이 시행되는 엇박자에 있다.
농가 입장에서 과잉생산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재배면적을 적정 수준으로 조절하는 것이다. 따라서 채소 수급조절은 사후 수습이 아닌 파종 단계에서부터 면적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해결책을 제안해본다.
재배용 종자로는 농협·종묘상 등 판매처에서 구입한 씨앗이나 모종을 사용한다. 자가 채종하면 2세대 열성인자 발현으로 상품성과 수량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 착안해 종자 포장재에 바코드를 새기고, 바코드에는 종자 중량 대비 식재가능 면적을 표시한다. 다음 단계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에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통합 예측시스템을 구축한다. 판매처는 종자를 팔 때마다 ‘판매시점정보관리시스템(POS) 리더기’로 바코드를 읽어 예측시스템에 실시간 전송한다.
예측시스템은 수집한 종자 판매량에 작물별 평균 단수를 적용해 생산량을 산출한다. 가령 가을배추는 3.3㎡(1평)당 평균 10주를 심는다. 따라서 3000립 한봉지(발아율 80% 적용)를 판매하면 792㎡(240평)를 경작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10a당 평균 생산량을 곱해 재배면적과 생산량을 예측할 수 있다.
또 예측시스템은 종자 판매 증가 속도에 따라 생산량을 안정·주의·경계·심각 등 4단계로 분류하고 자동예보를 발령한다. 농가는 예측시스템이 제공하는 생산량정보를 실시간 확인해 스스로 재배면적을 조절한다.
이미 종자 판매량은 주산지 대농들과 일부 지방자치단체 사이에서 생산량을 추정하는 유의미한 자료로 이용되고 있다. 정부는 종자 판매 데이터를 활용한 예측시스템 도입으로 생산자 중심의 자율 수급체계를 확립하고 수급조절에 소요되는 예산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초기에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지만, 어렵게 출범한 노지채소 의무자조금단체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라도 파종 전 재배면적을 알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