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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충주시 신니면 내포리에 쏟아진 우박. 사진제공=손병용 내포리 이장
충북,전북,경북 등 피해 발생
“남은 작물 뽑아내고 새로 심어야 하나” 하소연
농민신문 2021. 6. 23
임실=황의성, 충주=유재경, 문경=김동욱, 곡성·구례=이상희 기자
“맑은 하늘에 갑자기 아기 주먹만 한 우박이 떨어져 고추밭이 죄다 초토화했습니다.”
23일 오전 10시30분, 전북 임실군 덕치면 사곡리 평지마을 윤길한씨(74)의 고추밭. 윤씨의 3305㎡(약 1000평) 고추밭은 그야말로 폭격을 맞은 듯 처참했다. 전날 오후 1시께부터 강풍을 동반한 지름 1∼3㎝의 우박이 30분가량 쏟아져 일대를 강타한 탓이다. 줄기 끝부분은 꺾이고 고추는 우박을 맞아 찢겨 있었다. 매달려 남아 있는 것도 절반이 채 안됐다. 윤씨는 “고추농사 40년에 이처럼 한낮에 내린 우박은 처음 본다”며 “봄부터 어린 모종을 사다가 정성 들여 키워왔는데 날벼락을 맞아 한개도 건질 게 없다”고 망연자실해했다.
이웃 농가 최희선씨(68)도 대부분의 고추에 상처가 나 팔 수 없는 상황이다. 최씨는 “점심을 먹고 잠시 집에서 쉬는데 갑자기 우박이 지붕을 뚫을 것처럼 요란하게 쏟아졌다”며 “안 그래도 걱정돼 얼른 고추밭에 나왔는데 절반 이상이 모두 작살났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안하마을 산 중턱의 고추농가 사정은 더 딱하다. 다른 작물로 전환해야 할 만큼 피해가 심각했기 때문이다. 4958㎡(1500여평) 규모로 고추농사를 짓는 이욱형씨(67)는 “이런 상태라면 고추나무가 죄다 시들어 죽을 게 뻔하다”며 “차라리 뽑아내고 다른 작물을 심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임실지역에서 고추농가의 피해가 가장 컸다. 23일 오전 11시 현재 사곡리·가곡리 지역 61곳의 고추농가(13만6430㎡·4만1270평)가 우박 피해를 봤다. 이밖에 옥수수(2만5022㎡)·참깨(5106㎡)·복숭아(4760㎡)·고구마(3847㎡)·블루베리(1848㎡)·콩(1458㎡)·매실(1260㎡) 등 모두 82농가 17만9731㎡(5만4368평)에서 피해가 신고됐다.
사정이 이렇자 임실군(군수 심민)과 농협은 대책마련에 나섰다. 이날 피해현장을 찾은 이희운 NH농협 임실군지부장과 최동선 임실농협 조합장은 “애지중지 키운 농산물이 피해를 봐 안타깝다”며 “신속한 복구와 적절한 대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충북은 중북부 지역인 충주·음성·단양·괴산을 중심으로 우박 피해가 발생했다. 충북농협지역본부가 집계한 상황에 따르면 23일 오후 4시 현재 465농가 264㏊(잠정치)에서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충주의 피해가 심각한데 440농가 245㏊에 이른다.
안석준 충주 주덕농협 조합장은 “현장에 나가보니 봉지를 씌우지 않은 사과·복숭아는 찰과상 및 함몰 피해가 발생했고, 과수의 잎·가지도 상처를 입어 내년까지 영향을 줄까 우려된다”면서 “특히 담뱃잎은 너덜해질 정도로 찢겼고, 고추·옥수수·참깨·들깨·대파·땅콩 등 밭작물 피해도 심각하다”고 전했다.
충주에서는 신니면의 피해가 가장 컸다. 내포리에서 팝콘옥수수와 사과농사를 짓는 손병용씨(50)는 “1만6500㎡(약 5000평) 옥수수밭의 대공들이 다 쓰러지고 부러졌다”며 “한달 후면 수확이 가능한데 폭탄을 맞은 심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인근에서 대파농사를 짓는 이현섭씨(30)는 “줄기가 다 찢어져 상품성이 떨어졌을 뿐 아니라 수확시기도 한두달 늦어질 것 같다”며 “20일 후면 수확할 수 있었는데 수확이 9월께로 미뤄지면 시세가 안 좋아 모종값이나 건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문제는 팝콘옥수수와 대파의 경우 농작물재해보험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보상받을 길이 없다는 점이다. 대파는 전남 신안과 진도에서만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보험 가입이 가능한 과수의 경우도 보상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김주동 충주농협 노은지점장은 “과일은 우박을 맞아 상처가 났더라도 보험금 산정을 위해 착과수를 조사하는 시점(현재)에는 나무에 매달려 있는 것이 많다”며 “이 경우 수확기에 기형과가 될 확률이 높은데 정작 피해 조사에선 누락돼 농가들이 보험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경북에서는 문경·의성·성주·군위·김천 등에서 우박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도와 NH농협손해보험 경북총국에 따르면 이들 지역에서는 23일 오전 10시 기준으로 151㏊ 면적에 대한 피해 추정 규모 및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이 가운데 문경이 피해가 가장 심한 것으로 집계됐다. 문경에서는 가은읍·농암면·산북면 등에서 잎담배·사과·고추·배추 농가 등이 우박 피해를 봤으며, 피해 규모는 148㏊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문경에서 30여년째 잎담배농사를 짓는 남정우씨(68·농암면 종곡리)는 “오후 8시반께부터 30분 동안 우박이 쏟아졌는데, 이런 우박 피해는 난생 처음”이라며 “피해가 심한 곳은 잎이 다 떨어지고 줄기만 남아 수확 자체를 못할 지경”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잎담배는 농작물재해보험 가입 대상이 아니라서 보상받을 길도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고 덧붙였다.
전남에서는 곡성과 구례 두 지역에서 우박 피해가 발생했다. 곡성군 관계자는 “달관조사(육안으로 하는 검사) 결과, 이번 우박으로 사과·배 과원 20㏊에서 과실 표면에 상처가 나는 등 피해를 본 것 같다”며 “7월2일까지 정밀조사를 마치면 피해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례군에서는 구례읍·문척면·미산면 등의 17농가가 피해를 알려왔다. 특히 우박과 함께 국지성 호우가 쏟아져 오이·애호박 시설하우스 침수 피해도 발생했다. 군 관계자는 “현재 물이 빠졌지만 정확한 피해상황은 다시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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