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 군인권센터, 전국먹거리연대 등은 지난 21일 청와대 분수대광장에서 국방부 군납단가 파행결정 규탄과 군 급식 공급체계 전면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흥진 기자
올부터 조달청으로 업무 이관
농협과 가격조정 협의도 없이
농산물가격 통계수치만 반영
“차라리 납품 안하는 게 낫다”
군납농가 ‘농민 기만’ 반발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2021. 6. 22
군납 농산물 단가 계약을 담당하는 조달청이 일부 농산물 품목의 단가를 생산 현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채 터무니없이 낮게 산정해 군납 농협과 농업인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농업 현실과 크게 동떨어진, 불합리한 계약 단가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21일 군납 농업인들과 농협경제지주 군급식지원단에 따르면 올해 군납 농산물 계약 단가가 확정되지 않아 군납 계약이 마무리되지 못하고 있다. 예년 같으면 늦어도 4월이면 계약이 마무리돼 농가들이 생산에만 전념해야 할 때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지난 5월 말이 돼서야 조달청의 예시단가가 수요 군부대에 하달됐고, 6월 4일 군납농협에 일방적으로 통보된 것. 계약 관련 절차가 늦어진 이유는 농산물 계약단가 산정 업무가 올해 방위사업청에서 조달청으로 이관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더해 조달청이 일부 품목의 예시단가를 농업 현실을 반영하지 않고 지나치게 낮게 산정해 논란을 키우고 있다. 기본 급식품목 61개 중 20여개 품목 단가가 지난해보다 많게는 40% 가까이 낮게 책정됐는데, 가격이 하락한 품목은 저장무(㎏당 901원→574원, 2020년 대비 -36%), 저장배추(947원→679원, -28%), 봄배추(1010원→734원, -27%), 애호박(3421원→2290원, -33%), 양파 (2001원→1431원, -28%), 깐마늘(6656원→5032원, -24%) 등이다.
군납 농산물 납품 단가는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2개년 평균 도매가격을 기준으로 매겨진다. 정부가 계약 단가를 예시하기 전에 통상 농협과 가격 조정 협의를 사전에 거치는데, 올해의 경우 이 과정을 생략한 채 조달청이 가격 통계 수치만을 반영해 단가를 산정해 버렸다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인건비와 원자재 상승요인 등 현장 상황이 반영되지 않았고, 수입 농산물이 들어와 가격이 떨어진 품목의 도매시장 가격만 반영한 단가 산정이 현실과 동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강원도와 경기 지역의 군납 농협과 농가들은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납품할 수 없다며 예시단가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군납에 참여하고 있는 농협은 42곳이다.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 등이 21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참석한 이남용 경기지역 접경지군납출하회 협의회장(양주 군납농가)은 “양파 예시단가를 보면, 군 부대에 납품을 하지 않는 게 낫다. 군납 농가들은 이 가격으로는 계약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도매시장 가격만을 반영한 예시단가는 행정편의적인 조치다. 깐마늘보다 피마늘 단가가 높게 책정돼 있는 것을 보면 조달청의 가격 산정은 농민들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농민 죽이는 가격 결정을 한 국방부를 규탄한다”면서 “국방부는 군급식의 책임있는 정부기관으로서 적정한 가격책정 제도와 공정한 조달체계의 정착을 위해 앞장서야 함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에게 이중 삼중의 고통을 가하는 결정에 대해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은 채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달 초부터 군납 농협과 농가들의 문제 제기가 계속됐지만, 국방부와 조달청이 안일한 대응을 보이면서 현장 반발을 더욱 키웠다. 논란이 확산되자 조달청은 가격 협의 업무는 이관 받지 않아 소관 업무가 아니라는 기존 입장을 바꾸고 농협 군급식지원단으로부터 가격 조정 자료를 제출받은 상황이다.
군급식지원단 관계자는 22일 “군급식 농산물 계약 규모는 전체 1600억원 수준으로 예년과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품목별 단가가 현실 여건이 반영되지 않았다. 통상 이뤄졌던 사전 협의도 올해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농가 반발이 확산되자 조달청이 품목별 가격 조정 자료를 요청해 21일 오후 제출했으며, 조만간 조달청이 내부 회의를 통해 최종 단가를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방부가 최근 내놓은 ‘부실급식 사태 개선 방안’에 대해서도 비판이 쇄도했다.
참석자들은 기자회견문에서 “국방부가 17일 발표한 부실급식 사태 개선 방안은 국방부의 무책임한 행태를 증명하고 있다”며 “군급식 민간위탁을 확대하고, 각종 간편식의 제공과 함께 저가입찰 중심의 학교급식전자조달시스템(eaT)을 도입하겠다는 것이 요지인데, 이는 저가경쟁입찰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으로 오히려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부실 식재료 공급을 용인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방부가 내놓은 개선방안이 실시될 경우 농민들은 저가경쟁에 짓눌리고, 장병들은 즉석식품과 부실 식재료로 나날을 보내야 한다”면서 “식재료의 안전성 확보와 군급식 질 개선, 법적으로 보장된 군납 계획 생산·계약재배 보장, 계약단가 협상 농민 참여 보장을 위해서는 책임있는 공적기관을 통한 공공급식시스템 구축으로 군급식 공급체계가 전면 전환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
[한겨레] [단독] 6개사가 36년 틀어쥔 ‘가락시장 경매’...감사원, 돋보기 댄다 
[농수축산신문] [현장] 수미감자·마늘 수확 현장을 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