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의길은 17일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촌 인력난에 대한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농민의길은 고질적인 인력난을 겪는 농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외국인 근로자의 공급조차 어려워지자 하루 인건비가 17만원까지 올랐다고 지적했다.
마늘연합회·마늘자조금 ‘농촌일손돕기 보고서’로 본 인력난
영천서 일당 17만원 구인까지 계절성 볼모 해마다 크게 올라
전담 정부조직 신설 등 급선무
농민신문 김소영 기자 2021. 6. 21
양파·마늘 수확작업이 막바지에 달하면서 농촌 인력난도 끝자락에 다다랐다. 하지만 올해 농촌 인력문제는 궂은 날씨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까지 더해지면서 역대 최악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농민만 골탕 먹는 농촌 인력난 올해도 되풀이=한국마늘연합회(회장 이창철·제주 서귀포 대정농협 조합장)와 마늘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위원장 최상은)는 7∼16일 경남 창녕, 경북 영천·의성 등 영남권 마늘 주산지를 돌며 수확작업에 힘을 보탰다. 그들이 보내온 ‘농촌일손돕기 보고서’는 올해 특히 심각한 농촌 인력문제를 여실히 보여줬다.
9일 영천지역 마늘 수확작업 인건비는 무려 14만원. 7일 9만5000∼10만원이던 것이 이틀 새 40% 넘게 상승했다. 11일에는 비가 예보된 상황. 9일 오후 5시, 작업 종료시간을 얼마 안 남기고 찾아온 사설 인력업체 대표가 말했다. “미안하지만 내일(10일)부터는 인건비를 15만원으로 올려야겠다”고. 외국인 근로자 사이에서 유행한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도 슬쩍 내밀었다. 일당 17만원짜리 구인 광고가 올라 있다. 농가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뽑아놓은 마늘은 비를 맞으면 상품성이 크게 떨어진다. 10일까지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건조장에 들여야 한다.
창녕지역은 7일 일부 인건비가 벌써 15만원에 달했다. 5월25일께 첫 수확에 돌입한 창녕지역에는 하루 걸러 비가 내렸다. 비가 오면 작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맑은 날 농가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20명이 오기로 한 작업 인부는 8명, 9명으로 확 준다. 땅이 질면 기계작업이 어려워 사람이 일일이 호미로 캘 수밖에 없다. 캐놓은 마늘은 대부분 제 몸집보다 서너배 큰 흙덩이를 달고 있다. 흙을 털어내느라 한시간이면 끝날 일이 20∼30분씩 지연됐다. 그걸 보는 농가 속도 흙빛이 된다.
급기야 16일에는 의성군 다인면 한 농가가 마늘을 갈아엎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마늘을 3만9660여㎡(1만2000평)에서 재배하는데 9900여㎡(3000평)만 수확하고 나머지 2만9750여㎡(9000평)는 트랙터로 갈아버렸다는 것.
◆농촌 인력 전담 정부조직 신설해야=농촌 인력문제에 대해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여론이 높다. 계절성을 볼모로 해마다 천정부지로 뛰는 인건비 부담을 농민이 고스란히 감당하도록 놔둬선 안된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2019년 12월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에 외국인 근로자(H-2 비자·방문취업 자격)를 쓸 수 있게 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지 1년6개월이 지난 이달에서야 시행에 들어간다. 고용노동부는 예정대로 7월부터 주 52시간 근무제를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강행한다. 농업 특수성을 고려해 성출하기만이라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달라는 농업계 목소리는 묵살됐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소극적이긴 마찬가지다. 현재 농촌 인력문제는 농업정책국 경영인력과 안에 사무관 1명, 주무관 1명 단 2명이 전담한다. 인력을 확충해 ‘농촌인력 전담 태스크포스(TF)’를 농정국 소속에 별도로 두고, 지방자치단체 대상 계절근로자제 지원 전담기구를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내에 설치하는 내용을 최근 행정안전부에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질지 미지수다. 이태문 마늘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은 “농촌 인력문제는 농촌경제는 물론이고 농산물 수급, 외국인 근로자 복지문제와도 직결되는 만큼 범정부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며 “농촌 인력을 전담 관리하는 정부부서가 신설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