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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 식품 소비기한제 ‘가시화’...“농축산물 소비 위축” 우려도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1-06-21 조회 1553
첨부파일 20210620015625732.jpg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  관련법 개정안 의결

            음식 쓰레기 등 환경문제 연관 도입 필요성 높지만 부작용 걱정

            낙농업 “냉장관리시스템 미흡 우유·유제품 쉽게 상할 수도”

            농업계 “식품 보관 길어지면 원료 농산물 판로 줄어들 듯”


                                                   농민신문  오은정 기자  2021. 6. 21 


 식품 소비기한제 도입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7일 제2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식품에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을 표시토록 하는 ‘식품 등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이하 식품표시광고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소비기한제는 2023년 1월1일부터 시행된다. 다만 준비기간이 필요한 품목에는 유예기간을 부여해 2026년 1월1일부터 적용한다.


◆식품 소비기한제란=소비기한은 소비자가 식품을 먹어도 문제 없는 최종기한을 말한다. 제조일로부터 소비자에게 판매가 허용되는 기간을 뜻하는 유통기한이 판매자 중심의 표기법이라면 소비기한은 소비자에게 초점을 맞춘 제도다. 소비기한이 지나지 않은 식품은 유통기한이 경과하더라도 보관만 잘하면 먹어도 별 탈이 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소비기한이 유통기한보다 길지만, 단순히 소비기한을 저장기간의 연장이라고 생각해선 안된다고 지적한다. 한국소비자원이 11개 식품의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을 비교해본 결과, 슬라이스치즈는 유통기한 경과 후 70일까지도 변질이나 부패가 없었지만 크림빵은 유통기한이 지난 2일부터 품질 저하가 시작됐다.

현재 우리나라는 유통기한 중심의 식품기한 표시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모든 식품은 유통기한을 표시해야 한다. 다만 통조림식품·김치류·젓갈류처럼 장기간 보관해도 부패 우려가 낮은 식품은 유통기한 대신 ‘품질유지기한’을 표시해야 한다. 품질유지기한은 적정 보관방법을 지켰을 때 식품의 맛·영양·색감이 최상으로 유지되는 기간을 뜻한다. 정부는 유통기한이 지나도 충분히 섭취 가능한 식품이 폐기되는 걸 막고자 2007년 품질유지기한을 도입했다. 농산물은 유통기한 표시를 생략해도 되는 품목이다.


◆왜 소비기한제인가=현행 유통기한제는 개선 요구가 거셌다. 소비자가 유통기한을 폐기 시점으로 인식해 먹어도 문제가 없는 식품을 유통기한이 지났다는 이유로 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유통기한 경과로 인한 폐기비용이 한해 평균 1조5400억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일본·유럽연합(EU) 등 선진국에선 유통기한 표시제 자체가 없다는 점도 힘을 보탰다. EU는 소비기한·품질유지기한을, 일본은 소비기한·상미기한(식품의 맛이 가장 좋은 기간)을 각각 표기한다. 미국은 유통기한·소비기한·품질유지기한 가운데 업체가 자율적으로 하나를 선택해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영국은 2011년 9월 유통기한 표기방식을 없앴고,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도 2018년 소비자의 혼란을 줄인다는 이유로 식품 표시 규정에서 유통기한을 삭제했다.

이에 국내에서도 소비기한제를 도입하려는 시도가 계속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2년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을 병행 표시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유통 냉장관리시스템 미비 ▲소비자 인식개선 문제 등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흐지부지됐다. 그러다 지난해 식약처가 소비기한제 관련 포럼·간담회 등을 잇달아 개최하고, 국회에서도 도입을 골자로 한 법안이 발의되면서 논의가 재개됐다. 박태균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대표는 “식품 소비기한제는 음식물 쓰레기 절감 등과 연관돼 있는 만큼 환경문제와도 밀접한 이슈”라며 “최근 환경문제가 급부상하면서 도입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농업분야 영향은=식품 소비기한제는 농업계와도 무관하지 않다. 당장 낙농업계는 도입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국내 유통업체들의 냉장관리시스템이 여전히 미흡한 상황에서 소비기한제를 도입하면 우유·유제품이 쉽게 변질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유통매장의 법적 냉장온도(0∼10℃) 준수율은 70∼80%에 그쳤다. 이에 한국낙농육우협회는 ▲선진국 수준의 법적 냉장온도 강화(0∼5℃) ▲유통업체의 법적 냉장온도 준수 관리 및 처벌기준 세분화 ▲제품 보관방법에 대한 소비자교육 시행 등을 소비기한제 도입의 사전 대책으로 요구했다.

소비기한제 도입으로 식품의 보관기간이 길어지면 원료로 들어가는 농산물 소비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지난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식품광고표시법 개정안과 관련해 보건복지위원회에 “식품 순환주기가 길어져 사회경제적으로 악영향이 예상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최범진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대외협력실장은 “식품 소비기한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인인 만큼 갑작스럽게 도입하면 부작용 발생이 우려된다”며 “보관방법에 영향을 덜 받는 식품부터 순차적으로 도입해 효과나 부작용을 따져본 후 다른 식품으로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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