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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 택배 무기한 파업 돌입, 농산물 수거 중단, 배송 지연 급증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1-06-11 조회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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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택배 무기한 파업 돌입, 농산물 수거 중단, 배송 지연 급증


                                                    농민신문  양석훈 기자  2021. 6. 10 


 전국택배노동조합이 파업에 돌입하면서 출하기를 맞은 농산물 산지에서 비명이 새어나오고 있다. 소비자와 직거래로 한창 바쁠 시기인데 갑작스러운 파업으로 직거래 통로가 막혀버린 탓이다. 문제는 파업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고, 마땅한 대안도 없다는 점이다.

택배노조는 9일부터 무기한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8일 택배기사 과로사 문제를 둘러싼 노사정 합의가 불발된 데 따른 결정이다. 택배사와 택배노조는 택배 분류인력 투입 등을 담은 합의안의 시행 시점을 두고 이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택배노조는 노조 가입률이 10% 미만이고, 파업 참여 인원은 더 적은 만큼 배송에 큰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파업이 일부 농산물 출하기와 맞물리면서 산지는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농촌은 우체국택배 의존도가 높은데, 노조 조직률이 높은 우체국택배 기사들이 파업에 대거 참여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우체국택배는 전체 택배기사 3800명 중 2700명이 준법투쟁 형식으로 파업에 참가했다. 이 때문에 우정사업본부는 신선식품 접수를 제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송이 지연되면 신선식품이 상할 우려가 있어서다.

우체국택배를 이용해 방울토마토를 판매하는 충남 부여 세도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는 택배 물량 발송이 하루 3000건에서 300건으로 줄었다. 택배사가 택배기사수 부족을 이유로 발송 가능 물량을 제한한 것이다. 구본창 APC 장장은 “1년 중 5∼6월에 방울토마토가 가장 많이 나오는데, 택배 발송 차질로 APC와 농가의 피해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농가는 대체 배송 경로를 찾느라 분주히 움직이고 있지만 뚜렷한 대안도 없는 상황이다. 다른 택배업체들도 노조 가입률이 높은 지역 중심으로 배송에 차질을 빚고 있어서다. 전남 광양의 매실농가 김준수씨는 파업 후 이틀 만에 주문 50건을 취소했다. 청매실은 하룻밤 사이에도 누렇게 변해 상품성이 떨어지는데, 택배사가 일부 지역의 경우 배송이 2∼3일 넘게 걸릴 수 있다고 하자 해당 지역에 택배 보내기를 포기한 것이다. 눈만 뜨면 매실을 따러 나가는 영농철에 고객에게 일일이 전화해 상황을 설명하고 환불해주느라 품은 품대로 들고, 배송도 못 보낸 매실은 그것대로 상품성이 떨어져 다시 판매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김씨는 “취소된 물량을 처리하기도 갑갑하지만 파업이 길어지면 올해 매실은 판매를 끝내야 할 판”이라면서 “20년 넘게 직거래를 지속한 덕에 단골이 제법 많은데 이번 일로 고객이 떨어져나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광양의 한 매실 취급 업체는 “250건 정도 청매실 주문을 받아놨는데 우체국택배에서 배송이 안된다고 해서 다른 업체를 찾느라 동분서주했다”면서 “다행히 우리는 배송했지만 배송을 포기한 곳도 있다”고 밝혔다.

제주 애월읍에서 초당옥수수를 재배해 직거래로 판매하는 박영선씨도 “경기 용인, 경남 거제, 울산 등이 배송 불가 지역으로 분류돼 송장 출력조차 되지 않는다”면서 “초당옥수수는 열이 많아 배송이 하루이틀만 늦어져도 신선도가 떨어지는데 이미 보낸 상품들도 배송 지연 소식이 들려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걱정했다.

파업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노사정이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기구의 다음 회의는 15∼16일로 예정돼 있다. 경기 여주 참외농가 김근형씨는 “지역특산품인 <금사참외> 출하기가 맞물려 한창 택배를 보낼 시기인데, 8일에도 택배를 부치러 갔다가 그냥 돌아왔다”면서 “참외는 수확 후 2∼3일 정도만 보관이 가능해 파업이 장기화하면 문제가 커진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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