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미국의 식품지원제도 한해 예산 규모다. 국내총생산(GDP) 1억원당으로 환산하면 한국은 12만2000원, 미국은 54만1000원이다. 두 나라간 차이는 또 있다. 우리나라는 현금 지원이 전체 예산의 80.5%인 데 반해 미국은 현물 지원이 80% 이상이다. 취약계층에 대한 농식품 지원이 대규모 수요를 창출해 농산물값을 지지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최근 ‘2021년도 대한지역사회영양학회 춘계심포지엄’을 온라인으로 열었다. 행사의 주제는 ‘Mid and Post 코로나시대의 영양·식생활 관리현황 및 서비스 전략’. 김상효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식생활 보장정책 현황과 과제-식품지원제도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발표에서 한·미간 식품지원제도 예산을 비교했다. 김 연구위원은 “전담 부서의 경우 우리나라는 예산 기준 90%가 보건복지부인 반면 미국은 99% 이상이 농무부다”면서 “미국 식품지원프로그램(SNAP)은 2019년 기준 농무부 전체 예산의 51%를 차지한다”고 소개했다.
심포지엄에선 먹거리 기본권에 대한 공감대와 함께 우리나라 식품지원제도 중 하나인 농식품바우처 시범사업을 내년엔 본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김 연구위원은 “미국 SNAP의 GDP 승수가 1.54에 달한다”면서 “이는 정부가 SNAP에 10억달러를 지출하면 GDP로는 15억4000만달러가 증가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일자리가 1만3560개 창출되고 농업소득이 3200만달러 증가한다는 것도 덧붙였다.
토론자로 참석한 심유진 숭의여자대학교 식품영양과 교수는 “영양 관련 정책은 국민의 건강 증진, 삶의 질 향상, 의료비 감소 등의 효과가 있는 만큼 영양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윤미 소비자권익포럼 공동대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한 이후 1인가구, 20대, 사회적 은둔자 등 새로운 유형의 먹거리 취약계층이 등장했다”면서 “다양한 방식의 현물 지원 확대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정현 서울시복지재단 연구위원은 “적절한 식생활을 유지하는 것은 건강권은 물론 인권 보장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했고, 이보희 전국먹거리연대 집행위원장도 “먹거리는 시민이 누려야 할 공공재이자 기본권”이라고 역설했다.
이용직 농식품부 식생활소비급식진흥과장은 “농식품바우처 구입 대상품목을 육류·잡곡으로 확대하고 일정 요건을 갖춘 소매점도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 “농식품바우처제도를 본사업으로 확대해 전국에 적용함으로써 경제적 취약계층의 식품 접근성을 강화하고 국산 농산물의 지속가능한 생산·소비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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