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금배추 보도’ 도 넘었다
산지 약세 걱정 아랑곳없이
가격상승 자극적 보도 일삼아
‘비싸다’ 편향적 인식 부추겨
국산 농산물 소비 위축 부채질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2021. 5. 21
배춧값이 약세를 면치 못했던 지난 17일,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뜬금없는 ‘금배추’ 기사가 올라왔다. ‘금배추 되나…월동배추 도매가격 두달새 배로 껑충’, 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 발로 게재된 이 기사 이후 순식간에 포털사이트 뉴스엔 ‘金추 된 배추’, ‘배춧값마저 들썩이나’ 등 배추 수급이 심각한 문제인 냥 비슷한 논조의 기사가 도배됐다.
이 기사에서 나온 배추 가격이 인상된 시점은 3월로, 두 달 전 가격이 높았던 것을, 그것도 시세가 약세인 시점에 가격 급등 기사를 내보낸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 같은 보도에 ‘배추가격은 4월 말 이후 봄배추 출하로 안정세’를 띠고 있다는 설명자료를 냈지만, 이미 ‘이 정부 들어 안 오른 게 있나’, ‘배춧값만 안 오르면 섭섭하지’ 등 배추 소비에 찬물을 끼얹는 댓글들이 이어진 뒤였다.
배춧값에 대한 부정적인 언론 보도가 나왔던 17일, 서울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배추 도매가격은 10kg 상품에 5819원을 기록하는 등 최근 배추 도매가는 1만원을 형성한 지난해 5월 시세는 물론 평년 5월 시세였던 6100원보다도 낮은 가격 수준에 형성돼 있다. 자극적인 보도 탓만은 아니었겠지만, 곧바로 다음날인 18일 배추 도매가격은 4109원으로 전년 대비 절반 아래, 평년과 비교해서도 3분의 2선까지 떨어졌다.
더욱이 5월 중순 현재, 배추 가격이 더욱 약세를 보일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3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가 내놓은 ‘2021년 노지 봄배추 재배면적 실측조사’ 결과 노지봄배추는 지난해와 평년 대비 각각 4.5%, 12.4% 증가한 2943ha로 조사된 것. 여기에 장기화하고 있는 코로나19로 배추 주 수요처인 외식업 경기가 위축되는 등 배추는 ‘금값’보다는 ‘똥값’이 걱정되고 있다.
‘금배추’ 기사와 같이 농산물 가격에 대한 자극 보도는 배추로 국한된 것만이 아니다. 다수 언론사가 ‘밥상 물가’를 언급하며 농산물 가격 상승에 초점을 맞춰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내고 있으며, 그 사이 극심한 소비 침체 속에 가격 약세를 면치 못하는 대다수 농산물은 외면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 5월 중순 현재 정부가 수급조절품목으로 관리하는 민감 품목인 배추, 무, 건고추, 마늘, 양파, 감자 등 6대 품목 중 배추를 비롯해 무, 양파, 감자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설 명절에도 편향된 농산물 가격 보도로 소비 심리가 살아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일었다. 지난 설 대목 ‘설 대목장 채소 가격 금값’ 등 농산물 가격이 높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졌지만, 당시 이들 기사의 근거 자료로 삼았던 통계청의 2021년 1월 소비자 물가동향을 보면 채소 조사 품목 26개 중 1년 전 대비 상승 품목은 10개에 불과했다.
언론의 편향된 농산물 보도는 당장의 소비 심리를 떨어트릴 수 있을 뿐더러, 정부 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농산물 가격 인상 품목이 정책의 중심에 올라, ‘가격 누르기’에만 초점을 맞출 수 있기 때문.
최병옥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언론에서 농산물값 문제를 자극적으로 보도하다보니 정부의 시장개입이 더 깊어지고, ‘비싸다. 비싸다’고 하니 수입해서 먹으면 된다는 인식이 퍼진다”며 “수입이 늘면 국내산 가격이 내려가 재배면적이 자꾸 줄어드는 악순환이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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