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길목인 5월 중순 수박 산지에선 수박이 본격 출하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따른 5인 이상 모임 금지, 식당 영업 제한, 잦은 비 등으로 수박 소비가 예년만 못해 농가가 울상이다. 사진은 지난 12일 주요 수박 산지인 충남 부여 규암농협 APC에서 고당도 수박이 선별되고 있는 모습.
올해 면적 줄어 가격 기대 불구
소비 침체 작년보다 더 심각
산지 출하 계속 밀리면
하락세로 전환 우려 목소리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2021. 5. 14
“기자분은 올해 수박 먹어봤어요? 예년 같으면 이맘때 수박 한 번씩은 먹어봤을 텐데 올해엔 그런 사람이 많지 않아요. 코로나로 인한 5인 이상 모임 금지, 식당·업소 영업시간 제한에 주말 잦은 비 등 수박 소비엔 독이 될 것들만 넘치네요.”
코로나19 확진자가 700명대까지 치솟고 또다시 주말 비까지 예보됐던 지난 12일, 수박 성출하기를 맞은 주요 산지인 충남 부여를 찾았다. 부여에선 4월 중순에서 6월 중순까지 1기작 출하가 진행되는 가운데 수박 단지에서 만난 농민 등 수박 관계자들은 ‘코로나19’와 ‘날씨’를 유독 원망스러워했다. 수박은 다른 작목보다 날씨 변화, 모임 등에 상당히 민감한 품목이기 때문. 부여 관내 400여 수박 농가를 이끄는 박종관 부여굿뜨래수박공선출하연합회장은 “4월 네 번의 주말 동안 딱 한 주 비가 오지 않았고, 5월도 그렇다”며 “3일 후 주말에 또 비 예보가 있으니 하늘이 무심하다”고 전했다.
부여 규암농협 산지유통센터(APC) 홍성욱 장장은 “지난해도 코로나가 확산됐던 시기였지만 그래도 지난해가 올해에 비하면 나았다”며 “지난해엔 5월에 전 국민 대상 재난지원금도 지급됐고, 올해처럼 5인 이상 모임 금지나 오후 10시 이후 영업 제한도 없어 수박 소비가 훨씬 괜찮았다”고 말했다.
사실 올해 수박 농민들에겐 ‘가격 기대감’이 있었다. 재배면적 감소로 수박 시세는 지지가 될 것이라고 믿었던 것. 박종관 회장도 지난해 31동 규모였던 수박 하우스 규모를 올해엔 24동으로 줄였다.
박 회장은 “부여가 수박 최대 주산지 중 한 곳인데, 이곳 수박 농가들은 재배가 편한 왕대추 등으로 작목을 전환하는 곳이 많다”며 “수박 소비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재배도 힘드니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국적인 현상으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에 따르면 5월과 6월 수박 출하면적은 지난해 대비 각각 1%, 2%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정식기인 겨울철 낮은 수박 가격, 노동력 부족으로 인한 재배면적 감소, 타 작목 전환 등의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물량이 급감한 것에 비하면 시세는 농가 기대만큼 지지가 되지 못하고 있다. 서울 가락시장에서 이달 1~13일 현재 반입된 수박 물량은 6715톤으로 같은 기간 7767톤이었던 전년 대비 13.5%, 7502톤이었던 2019년과 비교해서도 10.5%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 기간 올해 수박 시세는 1kg 상품에 2254원으로 2181원이었던 지난해보다 3.3%, 2211원이었던 2년 전과 비교해선 1.9% 소폭 상승에 그쳤다.
서울을 비롯해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주요 광역시 관내 도매시장 가격을 취합하는 aT KAMIS에선 13일 현재 수박 도매가격(중도매인 상회에서 소상인 및 실수요자에게 판매하는 가격)이 수박 1개 당 1만5280원(상품)으로 오히려 1만7468원이었던 평년보다 낮다.
시세가 받쳐주지 못해 산지에선 출하도 뒤로 밀리며 가격이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홍성욱 장장은 “지난해엔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 마침 수박 출하기와 맞아 올해처럼 소비가 안 되진 않았는데 올해엔 정말 소비가 얼어붙은 것 같다. 날씨마저 도와주지 않으니 수박 출하가 밀리고 있다”며 “앞으로 시세가 더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고 전했다.
“작황 회복에 맛 좋지만 날씨가 관건”
#시장 분석 및 전망
도매시장에서도 산지와 비슷한 분위기다.
김규효 가락시장 서울청과 경매사는 “현재 부여, 논산 등이 본격적인 수박 출하기를 맞고 있는데 물건이 잘 안 빠지고 있다”며 “주말에 계속 비가 오는 등 날씨 영향이 큰 것 같다”고 전했다.
이상래 구리시장 인터넷청과 상무이사는 “낮 기온은 올랐어도 실제로 수박 소비를 할 시간인 밤 기온은 오르지 못했다”며 “여기에 비도 잦아 가정 소비가 안 되는 와중에 업소에서도 영업 제한 등으로 수요가 없으니 수박 매기가 가라앉았다”고 분석했다.
다만 도매시장 수박 유통 전문가들은 수박 품위에 기대며 날씨가 받쳐준다면 소비와 시세가 살아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앞서 산지에서의 선별과 시장에서의 홍보 중요성도 언급하고 있다.
김규효 경매사는 “초반 작황은 안 좋았지만 지금은 다 회복됐고, 당도 등 맛도 상당히 좋다”며 “5인 모임 규제 등이 풀리고, 날씨가 무더워진다면 고품위에 기대, 수박 소비가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상래 이사는 “시세가 안 나와 산지에서 조급한 마음이 들 것 같은데 그래도 완숙 시켜 출하해야 한다. 수박은 당도가 조금만 덜 나와도 가격은 급격히 떨어진다”며 “지금 마트 행사 등 정부와 시장의 관심도 가격이 높은 품목에 집중돼 있는데 소비가 부진한 채 제철을 맞고 있는 수박에 대한 관심과 홍보가 정말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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