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부대 실태조사 결과 턱없이 낮은 급식비 문제
장병 한끼당 2930원꼴 “단가 올려 품질 개선해야”
농민신문 홍경진 기자 2021. 5. 7
쇠고기 없는 소불고기당면볶음, 햄버거빵 60개로 120인분 배식, 주메뉴 빠진 밑반찬 급식….
강군 육성의 기초조건인 ‘군인 밥상’이 부실 논란에 휩싸였다. 휴가 복귀 뒤 일정 기간 격리되는 병사들에게 함량 미달의 식사가 제공됐다는 폭로가 잇따르는 가운데 일반 부대에서도 먹을 것 없는 급식에 대한 불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가 최근 육군 12사단·51사단·11특전공수여단, 공군 방공포 3여단 등 일선 부대 급식 실태를 조사해 국회 국방위원회에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급양 담당 간부가 부식 수량을 엉터리로 청구하거나 배식을 제대로 하지 않은 탓에 병사들이 형편없는 급식을 제공받은 사례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와 여론의 질타가 잇따르자 국방부는 전수조사 과정에서 군납 비리를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엄정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편의점 도시락만도 못한 군 급식을 두고 결국 낮은 급식단가가 문제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진다.
국방부의 ‘2021년도 급식방침’에 따르면 올해 장병 일일 급식비는 8790원으로 1만원에 못 미친다. 후식을 포함한 한끼당 식대는 2930원꼴로 시중 편의점에서 주력 판매하는 4000원대 도시락 제품에 견줘 25% 이상 낮은 단가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동작갑)은 4월28일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국방예산이 52조원인데 장병 식단비는 고작 1조6000억원”이라며 “못 먹는 군대가 어떻게 싸움을 하겠나. 차라리 다른 비용을 줄여야 한다”고 질타했다.
특히 군 급식 단가가 초등·중학생에게 무상 제공하는 급식보다 낮게 책정됐다는 점이 논란을 빚고 있다.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울산 남구갑)이 서울지역 초등·중학생과 병사 급식의 한끼당 단가를 비교한 결과, 올해 군인 급식비는 초등학생(3768원)의 77.8%, 중학생(5688원)의 51.5%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격차는 한끼당 군인 2052원, 중학생 3250원이던 2012년 급식단가보다 크게 벌어진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2017년 21만6000원이던 병장 봉급을 2021년 60만8500원으로 182%나 인상하면서도 같은 기간 병사 급식비는 17.5% 올리는 데 그쳤다.
이 의원은 “군 복무 중인 20대 청년에게 초등·중학생보다 훨씬 낮은 단가로 식사를 제공하는 것 자체가 부실급식의 가장 큰 요인”이라며 “병사들의 월급도 올려줘야 하지만 우선순위는 군 장병들이 양질의 식사를 제공받고 안전하게 근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3일 국회에서 민홍철 국방위원장(민주당, 경남 김해갑)과 간담회를 갖고 군 급식제도 실효성 제고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한농연은 이 자리에서 군 급식단가 상향이 병사들의 건강권에 더해 양질의 국산 농산물을 제공하는 군납농가의 소득 확대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달부터 시행되고 있는 ‘접경지역지원특별법’에 따라 접경지와 군부대 인근 지역에서 생산하는 로컬푸드의 군납 비율 확대를 강조했다.
이학구 한농연 회장은 “군 급식단가를 높이면 급식 품질 향상으로 병사들의 사기와 체력을 증진시킬 수 있고, 반복되는 자연재해와 수입 농산물 증가로 어려움에 처한 농가를 측면 지원하는 사회적 기여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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