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나온 ‘한국인을 위한 식생활지침’ 논란
정부, 채소·과일 섭취 강조하면서도 쌀 소비 외면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2021. 5. 2
대한민국 국민 전체를 위한 식생활지침에서 ‘쌀’과 ‘밥’이라는 단어가 실종됐다. 쌀 소비 촉진을 해도 모자랄 상황에 식생활지침에서마저 쌀과 밥을 강조하지 않게 된 것이다.
지난달 14일 보건복지부(장관 권덕철)와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김강립, 식약처)는 합동으로 ‘한국인을 위한 식생활지침(식생활지침)’을 발표했다. 식생활지침은 건강한 식생활을 위해 대중이 쉽게 이해하고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제시하는 권장 수칙이다. 이번 식생활지침은 2016년 「국민영양관리법」에 근거해 ‘국민 공통 식생활지침’이 발표된 이래 5년 만에 마련된 지침이다.
올해 식생활지침은 2016년판과 비교해 많은 내용이 바뀌었다. 가장 크게 바뀐 항목은 1항이다. 2016년판 식생활지침 1항은 ‘쌀·잡곡·채소·과일·우유·유제품·육류·생선·달걀·콩류 등 다양한 식품을 섭취하자’였고 2항은 ‘아침밥을 꼭 먹자’였다. 1항은 다양한 식품 섭취를 강조하면서 그중에서도 한국인의 주식이자 가장 많은 농민이 생산하는 작물인 쌀을 맨 앞에 거론했다. 연이어 2항에서도 아침 ‘밥’을 강조했다.
그러나 새 식생활지침 1항은 ‘매일 신선한 채소, 과일과 함께 곡류, 고기·생선·달걀·콩류, 우유·유제품을 균형 있게 먹자’로 바뀌었다. ‘쌀’이란 단어는 사라진 대신, 쌀을 포괄하는 ‘곡류’가 ‘채소’와 ‘과일’ 뒤쪽으로 밀린 채로 언급됐다. 2항이었던 ‘아침밥을 먹자’는 5항으로 옮겨져 ‘아침식사를 꼭 하자’로 바뀌었다. 새 식생활지침 2항은 ‘덜 짜게, 덜 달게, 덜 기름지게 먹자’란 내용이 대신했다.
새 식생활지침 첫머리부터 채소·과일 섭취를 강조한 건 우리나라 국민의 채소·과일 섭취량이 감소 추세를 보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질병관리청의 2019년 통계에 따르면, 만 6세 이상 국민 중 채소·과일을 연 500g 이상 섭취하는 사람의 비율은 오르락내리락을 반복 중이다. 해당 비율은 2010년 38.3%에서 2015년 40.5%로 늘었다가 2018년 29.3%로 폭락하고, 2019년 31.3%로 소폭 반등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쌀 섭취 감소 추세는 그보다 더 확연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1년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연간 71.2kg이었으나 지난 10년간 계속 줄어, 지난해엔 연간 57.7kg의 쌀 소비량을 기록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채소·과일 섭취량의 증대도 필요하나, 끝없는 쌀 소비량 감소 추세에 반전을 가할 조치부터가 절실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새 식생활지침에서 ‘쌀’과 ‘밥’이란 단어가 실종된 현상은 예사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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