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배의향↑, 종자소요량↑…과잉 생산 불 보듯
‘밀식재배 자제’등 안내 뿐, 실질 대책 없어
농업인신문 유영선 기자 2021. 4. 29
“대파값 좋다고 대파 심는 것 아닙니다. 그쪽으로 쏠렸다고 쉽게 바꿀 수도 없습니다.”
이상기후 없이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봄대파가 쏟아져 나오는 6월이후 가격폭락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공공수매제에 준하는 수급대책이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평균 한해 걸러 되풀이하고 있는 대파값 ‘폭락 현상’은, 결국 정부의 보수적이고 소극적인 대책 부재가 원인이란 진단이다.
대가 작은 대파 조기출하를 시작으로 지난달 말부터 봄대파가 본격 시장에 나오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측본부, 경기·전북도청 농정담당 등에 따르면 4월중순 이후로 시설·노지 봄대파가 본격 출하되기 시작했다.
특히 2~3월 기온이 평년보다 2~4도까지 상승하면서 출하가 열흘 가까이 앞당겨졌고, 생산량도 평년보다 7% 정도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다 봄대파 주산지인 경기권·전북권·영남권 등 출하면적 또한 전년보다 1.3~3.8%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이유로 대파값은 4월 28일 현재 kg당 3천592원(도매가격)으로, 한참 치솟던 3월초순에 비해 40% 떨어졌다.
하지만 이맘때 평년 가격 1천469원에 비해 240%나 높다. 5월에도 이같은 가격 강세가 어느정도 유지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겨울대파 가격폭등의 영향에다, 12~1월 밭떼기로 평당 1만~1만4천원까지 거래된 점 등을 감안하면 유통인(하주)들이 금방 하락세가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라는 전언이다.
또 올 3월 중국으로부터의 신선대파 수입량이 2천128톤으로 평년 동기631톤 대비 337% 급증했고, 4월에도 1~10일까지 수입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배나 늘었다. 이렇게 수입라인의 수요와 공급이 어느정도 안정된 축을 형성하고 있는 점도, 강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시장상황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문제는 6월이후 봄대파 물량이 시장에 쏟아지는 시기부터 생산단가를 위협하는 가격하락이 예측된다는 점이다.
‘파테크’로 상징되는 일반 수요층 소비감소 패턴이 5월에 한계에 달하더라도, 대체 수요품목인 양파·마늘·마늘쫑 등의 출하가 이어지면서 대파 가격은 이미 하락세가 예견되고 있다.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양파의 경우 주산지 동시출하로 20일만에 kg당 도매가격이 1천500원에서 600원대로 반토막 난 사례도 이를 충분히 경고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현재 봄대파의 경우 표면상 예측되는 생육실태, 단수 등 작황을 보면 풍작이 예상된다는고 현장 농민은 전했다. 전북 부안 하서면에서 대파농사 중인 김 모씨는“지난해 4계절 내내 이상기후로 6개월 장기 경작이 필요한 대파가 피해를 본 것은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면서“태풍의 위험이나 특별한 이상기후가 예고되지 않는 현재의 대파밭은 평년보다 단수가 20% 이상 늘어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가격하락 요인이 갖춰지고 있는 셈이다.
또 다른 폭락 요인은 재배의향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농경연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6월 재배 의향을 조사한 결과, 겨울대파 주 출하지인 전남은 9.9% 재벼면적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여름대파 주 출하지인 강원과 경기의 경우에도 8.4~10.9% 더 심을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실제 겨울 대파 육묘가 진행중인 전남 신안·진도 등의 주산지에선 대파 종자가 전년보다 20% 이상 많이 소요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렇듯 이미 재배 의향이 실현되고 있다.
이런 대파 가격폭락 전조 현상과 관련, 정부는 별다른 반응이 없는 상황이다. 예방적 차원의 수급조절대책이 전무한 것이다. 일단 전년에 비해 305%까지 고공행진하던 대파값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2020년 같은 최악의 대파값 폭락 사태 조짐이 감지된다는 기자의 질의에, 농식품부 관계자는“현재 상태로는 마을별로 밀식재배를 자제하고 타작물로 작목 전환해 줄 것 등을 안내하는 수준”이라며“풍작과 흉작을 전혀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산지폐기를 논하고, 계약재배 실무를 관리하는 등의 적극적 대책은 시기 상조”라고 말했다. 수급조절 대책으로 공공수급제 등 직접적인 예산지원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언급을 피했다.
예측되는 가격폭락에 농가들은 한계를 맞고 있다. 전남 진도 지산면 대파 재배농가인 백 모씨는“인근 동네는 이미 30%이상 대파(재배)를 시작하고 있는데, 농가들이 더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것은 아니다”며“시세에 따라 조금 더하거나 빼는 정도지, 폭락이 예고된다고 대파 심던 농민이 불안하게 딴 걸 심을 순 없는 일”이라고 토로했다.
|
[농민신문] 허울 좋은 종주국…‘김치 수입국’ 오명까지 
[농축유통신문] 농업통계 부정확성 현장 혼란 ‘가중’ 수급불안 ‘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