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와 비교하면 일당이 남자는 10만원에서 11만원으로, 여자는 6만5000원에서 7만원으로 올랐어요. 경영비 중 3분의 1 정도를 인건비로 쓴다는 것도 옛말이 됐어요. 요샌 절반이 인건비로 나갑니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논의가 시작됐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1차 전원회의를 열었다. 최저임금법에 따라 고용노동부 장관은 8월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확정·고시해야 한다. 이의 제기 절차 등을 고려하면 최저임금위가 7월 중순까지는 내년도 최저임금 의결을 마쳐야 한다.
상견례 성격의 1차 회의부터 노사는 팽팽하게 대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근로자 측은 내년이 문재인 대통령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달성할 마지막 기회라면서 최저임금의 충분한 인상을 주장했다. 지난해와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이 각각 2.9%, 1.5%로 사실상 동결 수준이었다는 점도 인상 근거로 제시했다. 반면 사용자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침체 여파가 여전하다며 ‘최소 동결’로 맞받았다.
최저임금 인상에 큰 영향을 받지만 정작 논의 과정에서는 의견을 개진할 권한조차 없는 농업계의 근심도 깊어진다.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농촌에선 지금도 최저임금을 웃도는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충남 천안에서 약 6만6000㎡(2만평) 규모로 배농사를 짓는 김기철씨(71)는 최근 인공수분(화접)을 위해 하루 15∼20명의 일손을 썼다. 지역 작업반장을 통해 외국인 근로자를 공급받는데, 지난해와 견줘 일당이 남녀 가릴 것 없이 약 10%씩 올랐다. 반장이 코로나19로 외국인 근로자 구하기가 어려워졌다면서 임금 인상을 요구한 것이다. 김씨는 “식대에 오전·오후 새참값, 교통비, 알선 대가로 반장에게 주는 ‘팀장비’ 등을 더하면 남자는 일당이 12만∼13만원은 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지역뿐이 아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외국인 근로자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전국적으로 일당이 5000∼2만원 오른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문제는 내년에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오른다면 근로자들이 이를 이유로 자신들의 몸값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임금 협상력이 약한 농가는 인상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배농가는 “반장들끼리 정보를 공유하면서 돈을 더 준다는 농가로 인력을 배정하니 결국 지역 최고임금이 차차 지역 평균 임금으로 자리 잡게 된다”고 전했다.
농업계는 농촌의 현실을 고려해 산업별로, 또는 내외국인에 따른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허공 속 메아리’에 그치고 있다. 최범진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대외협력실장은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농촌에선 자연스럽게 임금이 오르고 있는데 최저임금 인상이 이를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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