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과 가정간편식 시대의 공영도매시장 혁신방안
양석준 상명대 교수
빠르게 성장하는 가정간편식시장
대기업이 장악하면서 국산 비중 감소
도매시장 소모적 논쟁 일삼는 대신
농산물 생산·유통구조 혁신 서둘러야
“엄마, 오늘도 카레야? 유튜브 좀 봐봐. 맛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또 카레야?”
어렸을 때 집에서 카레를 만들면 일주일 카레를 먹는 것이 별로 이상하지 않은 일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카레를 해서 이삼일 먹는 것도 참기 어려운 일이 되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에서 맛있는 음식들이 매일같이 쏟아져 나온다. 요리법도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세상에 맛있는 음식들이 저렇게 많은데, 며칠씩 카레를 먹고 있어야 하는 현실을 누가 참겠는가?
그렇다고 카레를 한두 끼 먹을 것만 만들기도 쉽지 않다. 카레 3인분 요리재료를 보면 ‘당근 반개, 새송이버섯 2개, 마늘 1개’ 이렇게 나온다. 아무리 소포장이 발달해도 이렇게 사기 쉽지 않다. 카레에 당근 반개를 쓰면 나머지 반개는 처치 곤란이다. 당근이 들어간 요리를 또 찾는다고? 그럼 카레 만들고 남은 새송이버섯과 마늘은 어떻게 하나? 그래서 유튜브를 보고 만들다 보면 음식물 쓰레기만 양산한다. 소포장을 사기에는 단위 가격이 너무 비싸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서 매일같이 새로운 요리를 개시한다. 계속 새로운 요리를 먹으려면 어떻게 할까? 몇 번 음식물 쓰레기들을 치우다 보면 답은 하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바로 가정간편식이다. 이렇게 해서 가정간편식의 수요가 늘어났다. 가정간편식 구매 이유가 ‘간편해서’만은 아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 또 직접 원재료를 사서 하는 것보다 저렴하다. 이 사실을 소비자들이 깨닫게 되면서부터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향후에도 이 가정간편식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정간편식을 더 선호하는 1~2인 가구의 숫자를 보면 알 수 있다. 2021년 지금도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1%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나, 20년 후의 미래에는 1인 가구가 37%, 2인가구가 34%로 전체의 70%를 넘는다고 한다. 농수산물 유통이 가정간편식 위주로 재편된다는 것은 너무도 명확한 일이다. 문제는 그에 대한 대비다. 우리는 준비가 되어 있는가?
우선 산지에서도 가정간편식 수요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준비가 안 돼 있는 것 같다. 지금은 1~2인 가구가 늘어난다고 소포장을 확대하지만, 소포장은 오래가지 못한다. 가정간편식이 성장하는 순간 축소되는 시장이다. 이미 우리는 경험이 있다. 한때 절인 배추가 많이 팔렸다. 마지막 양념은 직접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다수의 소비자는 김치를 산다. 똑같은 일이 소포장과 가정간편식에서 일어날 것이다. 감자 1개, 청양고추 3개, 양파 반개 같은 소포장이 아니라 1~2인용 김치찌개 채소 모듬 포장으로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가 가정간편식 형태를 선호하고 산지에서 만들어봐야 지금은 판매할 방법이 없다. 공영도매시장이 가정간편식 유통이나 온라인 유통을 뒷받침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선 공영도매시장의 대표주자인 가락시장을 보자. 현대화한다고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있지만, 가정간편식이나 온라인 트렌드는 반영되어 있지 않다. 가락시장 e몰이라는 형식적인 온라인마켓 운영이 전부다. 그리고 시장도매인 도입 논쟁에 주로 매몰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도매인은 오프라인 대형마트가 성장할 때나 필요한 제도지 온라인 시대에 필요한 제도가 아니다. 가정간편식 유통에도 적합하다고 보기 어렵다. 가락시장 현대화의 목표 시기는 20년 전인 2000년대의 소비구조인 것 같다. 당장의 이익만 바라보고 있는 도매법인과 오프라인 시대에나 적합한 시장도매인을 주장하는 상인들의 싸움 속에서, 시대의 흐름에 맞는 한국의 도매시장 개혁은 물 건너가고 있는 것이다.
도매시장이 가정간편식과 온라인을 철저하게 외면하고, 구시대적 논쟁에 휘말려 있는 동안 농업은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전국 도매시장의 물량은 줄어들었다. 한국 인구는 늘었는데 말이다. 그 물량이 어디로 갔을까? 바로 대기업 식자재 업체들이다. 삼성 웰스토리, LG 아워홈과 같은 대기업 식자재 업체들의 도매 유통 부분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그들은 가정간편식을 집중적으로 공략한다. 그러나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대기업으로 갈수록 가정간편식의 국산 농산물의 비중이 줄어든다는 것을 밝혀냈다. 공영도매시장들이 온라인과 가정간편식 유통 트렌드를 철저하게 외면하고, 덕분에 산지에서 가정간편식 대응을 할 수 없게 된 사이에 우리 소비자와 농민들의 미래는 사라져 가고 있었던 것이다.
가정간편식의 부가가치가 대기업이 아닌 농가에게 돌아올 수 있도록 전체 농산물 생산-유통 구조를 혁신해야 한다. 대표적 공영도매시장인 가락시장도 시장도매인 도입 논쟁이 아니라 온라인과 가정간편식 대응전략과 제도를 논의하고 준비해야 한다. 이후 도매시장의 혁신을 기반으로 산지에서도 가정간편식 제조에 대한 실질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다시 한번 우리 농민은 대기업과 수입농산물의 피해자로 남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http://ww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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