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공사 ‘전면 시행’ 밝혀
팰릿 단위 비닐 랩핑이나 골판지 상자 담는 비용 발생
“정부 지원 없인 시행 힘들어”
유찰 물량 상하차비도 또 발생
운송차량 대기시간 줄어들고
‘재’ 없앨 수 있단 건 장점
29일 관련 2차회의 앞둬
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 기자 2021. 4. 13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이하 서울시공사)가 올해 12월 중순부터 가락시장 반입 배추에 대해 팰릿 하차거래를 전면 시행한다고 9일 밝혔다. 가락시장 배추 팰릿 하차거래는 당초 2019년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출하비 증가에 따른 반발 등으로 지금껏 미뤄져왔다. 서울시공사가 올해 말 시행계획을 밝혔지만, 현재까지는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게 없어 향후 진통이 예상된다.
서울시공사는 물류체계 및 거래관행 개선을 목적으로 2017년부터 차상거래(출하한 농산물을 운송차에서 내리지 않고 경매하는 방식) 품목을 하차거래로 전환하고 있다. 2017년 무, 양파, 총각무, 2018년 쪽파, 양배추, 대파의 하차거래 전환이 이뤄졌으며, 마지막으로 배추 하차거래를 추진하려다 배추 가격 폭락과 출하자 반발 등이 맞물리면서 지금껏 표류하고 있다.
배추 하차거래 도입은 출하자 단체나 유통인 등 이해관계자 모두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도입시기를 놓고서는 이견이 존재한다. 팰릿 하차거래를 하려면 산지에서 팰릿 단위로 비닐을 씌우는 랩핑 작업을 하거나, 골판지 상자에 담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 같은 과정이 지금의 작업과정(그물망 포장) 보다 비용이 더 발생하기 때문이다.
배추 1망(3개들이) 가격이 3000~4000원 할 때도 많은데 골판지 상자 값만 1200~1300원 하는데다, 랩핑 작업의 경우 비닐 값만 차당 4만~5만원의 추가비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포장비 등에 대한 정부 지원 없이는 하차거래 시행이 힘들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서울시공사는 최근 이해관계자들과 협의회를 가진 뒤, 올해 12월 중순 배추 팰릿 하차거래 도입계획을 발표했지만, 이 같은 주요 쟁점은 해소된 것이 없는 상태다.
이광형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최근 회의는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들어보는 정도였다. 원칙적으로는 하차거래에 동의하지만 적정가격이 유지돼야하지 지금 상태론 안 된다”며 “앞으로의 상황을 봐야 하겠지만 지금으로선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 도입되면 모든 게 비용이다. 산지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물론이고, 시장에 들어왔어도 낙찰되지 않으면 다시 싣고 인천 등 수도권 시장으로 빠져야하는데 거기에 따른 상하차비가 또 발생 한다”며 “가락동 아파트 민원 때문이 아니라 생산자를 위해 추진하는 것이라면 출하비용 증가에 따른 대책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일각에서는 가락시장에서만 팰릿 하차거래가 추진될 경우 수도권 인근 도매시장으로 물량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하차거래가 이뤄지면 일단 시장에 물건이 내려지기 때문에 가격 주도권이 출하자보다는 중도매인에게 쏠릴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하지만 하차거래가 정착되면 운송차량의 시장 내 대기시간이 줄어들고, 바꿔야할 거래 관행으로 손꼽혀온 ‘재’(물품 하자에 대비해 미리 가격을 깎는 것)를 없앨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서울시공사는 무, 양파 등 기존 품목 하차거래 결과, 운송차량의 평균 대기시간이 12시간에서 20분 이내로 단축돼 시장 내 물류흐름이 빨라졌고, 무엇보다 차상거래 품목의 불공정한 거래 관행이었던 ‘재’가 폐지돼 거래에 있어 신뢰도가 향상돼 일부 품목의 경우 거래단가가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강성수 서울시공사 물류개선팀장은 “하차거래와 관련해 오는 29일 2차 회의를 할 것이다. 1차 회의 때 나온 문제 제기에 대한 답을 찾아 갈 것”이라며 “출하자 입장에선 비용도 비용이지만 값이 잘 나오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출하조절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향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온시설을 갖춘 현대화 사업이 마무리 되면 상품 보관이 더 수월할 것인 만큼 그 때까지라도 정부에서 박스비 지원 등이 이뤄지면 하차거래가 빠르게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농산물 유통전문가는 “물류개선을 위해 하차거래를 하지만 출하비용 증가분이 상품가격에 반영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포장비 지원 사업 등 출하자 손실을 보전할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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