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슨 포클레인과 알몸의 사내가 절임배추를 휘젓는 ‘알몸배추’(왼쪽), 들쥐가 들끓는 건고춧더미를 태연하게 갈퀴질하는 ‘들쥐고추’(가운데), 시커먼 맨발로 잡곡을 뒤섞는 ‘맨발잡곡’ 영상의 한 장면.인터넷 커뮤니티 및 유튜브 영상 갈무리
‘알몸배추’·‘들쥐고추’·‘맨발잡곡’ 파동 일파만파
현장 문제 여실한데 정부는 ‘중국 변호’에 급급
연간 30만톤 김치 수입 … 먹거리위험 눈 앞에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2021. 4. 11
중국산 김치의 위생 문제가 전에 없이 대한민국을 달구고 있다. 흙구덩이 구정물에 담긴 배추를 녹슨 포클레인과 알몸의 사내가 휘젓고 다니는 현지 영상이 확산되면서다. 중국산 김치의 주 소비처인 외식업계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정도로 반향이 크다.
중국산 김치 위생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불과 2000년대까지도 기생충 알이 검출된 바 있으며 ‘알몸배추’만큼 이슈가 되진 않았지만 지난해엔 건고추더미 안에 수많은 쥐가 바글거리는 ‘들쥐고추’ 영상이 떠돌기도 했다. 김치 외에도, 지난주엔 지저분한 맨발로 잡곡을 뒤섞는 ‘맨발잡곡’ 영상이 새로운 이슈로 등장했다. 식품에 대한 중국의 전반적 위생관념은 아직 우리나라의 1990년대 이전 수준에 해당한다는 게 식품업계의 중론이다.
‘알몸배추’ 논란이 거세지자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김강립)는 여론 진정에 나섰다. 영상 속 배추는 수출용이 아니며 국내 수입되는 김치는 통관·유통단계에서 철저히 검사를 하고 있다는 게 골자다.
상식적으로라면 사건의 진위와 관계없이 중국을 앞장서서 압박해야 할 식약처가 “아무 문제 없다”는 입장을 표명한 건 매우 의아한 대목이다. 더욱이 문제가 없다는 그 해명조차 신빙성이 떨어진다. 식약처는 마치 수입김치 관리가 완벽한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2019년 10월 기준 한국에 수출하는 87개 중국 김치업체 중 11개 업체에 3년 동안 한 번도 현지실사를 하지 않았을 정도로 관리가 허술하다. “문제의 배추는 수출용이 아니다”라는 해명 또한 직접 확인한 것이 아니라 주한 중국대사관을 통한 것이다.
지난달 말엔 식약처 대변인실 직원이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을 ‘힘 있는 나라’, 한국을 ‘속국’이라 표현하며 안전관리에 있어 중국에 끌려다니는 듯한 인상을 노출하기도 했다. 2024년까지 모든 수입김치에 해썹 적용을 의무화하겠다지만, 지금까지의 모든 발표와 인터뷰에서 상대국과 대등하긴커녕 종속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만큼 이 또한 정상적인 체계를 갖출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설사 식약처의 말대로 ‘알몸배추’가 전혀 국내에 수입되지 않았다 해도 중국산 김치가 안전한 건 아니다. 중국산 김치에서 모래·플라스틱·쇠볼트가 나오고 “레시피 안에 이물질은 꼭 포함돼 있다”는 업계의 증언이 보도된 것이 불과 4년 전이다.
위생과는 별개의 문제지만, 합성감미료 또한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김치가 순수 발효식품이라는 기본인식을 가진 데다 제조기술이 우수한 국내에선 일부 업체만이 소수의 합성감미료를 사용하지만 중국산 김치는 다양한 종류의 합성감미료 사용이 일반화돼 있다.
중국엔 100여개의 한국식 김치 생산업체가 있으며 생산량의 80%를 한국으로 수출한다. 반대로 한국이 수입하는 김치의 99.9%는 중국산이다. 연간 20만톤 수준이었던 그 수입량은 2015년 한-중 FTA 체결 이후 꾸준히 늘어 2019년 30만톤을 넘었고 지난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28만톤을 기록했다.
김치 28만톤은 배추로 환산하면 약 62만톤이다. 1년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5톤트럭 340대분의 중국산 배추와 20여대분의 중국산 양념채소류가 국민들의 입으로 들어가는 셈인데 그 안전성은 아직 완전하지 않은 실정이다.
‘알몸배추’ 파동 이후 중국산 김치는 물론 국산 김치 소비까지 덩달아 극심한 침체에 빠지면서 코로나19로 벼랑에 내몰렸던 외식업계와 국내 김치업체들이 이중 타격을 입고 있다. 수십 년간 숱하게 안전성 문제가 불거졌을 때 정부가 미리 김치 자급체계를 고민했더라면 얼마든지 피해갈 수 있었던 재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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