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에 있는 한 음식점에 국산 김치를 제공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중국 알몸 절임배추 영상으로 소비자들의 우려가 커진 데 대한 반응이다.
‘비위생 절임배추 영상’ 확산에 식당 중심 배추김치 소비 급감
도매시장 반입물량 20% 줄어 무·열무 등 대체 품목 반사이익
가격 3월 중순 대비 소폭 반등
“국산 배추김치 안전성 알려야”
농민신문 이민우 기자 2021. 3. 31
“김치 자체에 대한 손님들의 거부감이 커졌습니다. 국산이라고 써 붙였는데도 배추김치에 손대지 않는 손님이 많아요.”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 돼지국밥집을 운영하는 전모씨(40)의 말이다.
그는 “배추김치 대용으로 겉절이를 내놓고 있지만 그것마저도 안 먹는 분위기”라며 “국산인지 물어보는 게 다반사이고, 다른 반찬을 달라는 손님도 꽤나 있다”고 귀띔했다.
이달초 인터넷에서 일파만파로 퍼져 나간 중국 알몸 절임배추 영상으로 국산 배추가 된서리를 맞고 있다.
중국산 배추김치에 대한 불신이 국산 배추김치로 확산하면서 식당을 중심으로 배추 소비가 위축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김치공장 등으로 배추를 납품하는 한 유통인은 “학교 개학과 거리 두기 완화 등으로 3월에는 김치 소비가 더 활발해질 줄 알았는데 소비지 발주량이 되레 줄었다”며 “영상이 퍼지기 전인 2월말과 비교해 매출이 30% 가까이 감소했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가락시장의 한 중도매인은 “대중음식점들이 대부분 중국산 김치를 사용한다는 인식이 퍼져 있어 식당에서 국산 김치조차 안 먹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었다”면서 “국산 배추로 김치를 담그는 음식점들이 배추 구매량을 평소보다 줄인 상태”라고 언급했다.
시장 반입물량도 줄었다. 알몸 절임배추 파문 이후 소비가 줄어 배추 시세가 좋지 않자 출하를 미루거나 포기한 농가들이 많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대아청과에 따르면 15∼20일 저장배추의 전국 도매시장 일평균 반입량은 약 680t으로, 평년 약 840t 대비 20%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저장배추 물량이 평년보다 4∼5% 적다는 점을 감안해도 반입량 감소폭이 예사롭지 않다는 분석이다.
대아청과 관계자는 “식당에서 김치를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자 중도매인이 배추 발주량을 줄였고, 산지에서는 값이 떨어지자 출하량을 줄인 상황”이라며 “2005년 중국산 김치 기생충 사태처럼 배추 소비위축이 장기화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배추 소비는 위축된 반면 알타리무·무 등 대체 품목들은 소비가 다소 늘며 값도 반등한 상태다. 식당 등에서 열무김치·무채 등 배추김치를 대체할 밑반찬을 선호하고 있어서다.
3월 중순 6000원대까지 떨어졌던 가락시장의 무 20㎏ 상품 한상자당 평균 경락값은 29일 8399원을 기록하며 오름세를 보였다. 열무 가격도 1.5㎏ 한단당 1978원으로 3월 중순 1600원대보다 소폭 올랐다.
수원과 성남에서 해장국집을 운영하는 김모씨(34)는 “기존에는 배추김치와 깍두기만 제공했는데, 최근엔 배추김치를 안 먹는 손님을 위해 무채를 추가했다”며 “날이 따뜻해지면 열무김치도 추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진구 대아청과 영업3팀장은 “김치공장을 중심으로 알타리무와 열무 등의 수요가 늘었고 앞으로도 배추를 대용할 만한 품목의 소비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추 산지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소비부진에다 중국발 악재가 겹쳤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정원 겨울배추생산자단체협의회장(전남 해남 화원농협 조합장)은 “국민이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당혹스러운 것도 사실”이라며 “정부나 농협 등 관련 단체가 국산 배추김치의 안전성을 적극 홍보해 상황을 반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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