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농민이 농업 이외의 목적으로 농지를 취득할 수 없도록 농지취득자격심사가 한층 강화된다. 농업경영계획서상 의무 기재사항이 늘어나고, 주말·체험 영농 용도로 농지를 취득할 때도 ‘체험영농계획서’를 반드시 내야 한다. 또 농민·전문가·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농지위원회’가 설치된다. 투기우려지역 농지를 취득할 땐 위원회 심의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9일 ‘정부 합동 부동산 투기 근절 및 재발방지 대책’의 하나로 ‘농지관리 개선방안’을 내놨다. 이날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를 개최한 직후다. 협의회에서 문 대통령은 “투기 목적의 토지 거래로 수익을 기대할 수 없도록 하고 농지 취득 심사도 대폭 강화하겠다”면서 농지 투기 근절 의지를 표명했다.
농식품부가 내놓은 농지관리 개선방안은 ▲농지취득자격 심사 강화 ▲투기우려농지 등에 대한 차별화된 사전·사후 관리체계 정립 ▲농지 관련 불법행위 제재 강화와 부당이득 환수제 도입 ▲농지관리 행정체계 확충 등 4대 과제 22개 세부 과제로 이뤄져 있다.
우선 농지취득자격 심사 때 제출하는 농업경영계획서상 의무 기재사항에 직업·영농 경력이 추가된다. 재직증명서·농업경영체등록증·자금조달계획서 등 관련 증빙서류 제출도 의무화된다. 거짓 또는 부정하게 기재하면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10∼20명의 농지위원회를 지역별로 설치, 토지거래허가지역 등 투기우려지역 농지를 취득하거나 지역 외 거주자가 농지를 신규로 취득할 때, 농업법인이 농지를 취득할 때는 반드시 심의하도록 했다.
투기우려지역 농지와 주말·체험 영농 목적의 농지 취득도 엄격히 제한된다. 1필지의 농지를 여러 사람이 공동 취득할 때는 소유자별 농지 위치를 특정해 도면자료 등 관련 증빙자료를 제출하고 농지위원회 심의도 받아야 한다. 농업진흥지역 내 농지는 주말·체험 영농으로는 사들일 수 없고, 투기우려농지에 대해선 지자체가 매년 1회 이상 이용실태조사를 해야 한다. 지자체의 농업법인 실태조사 주기도 현행 3년에서 1년으로 단축한다.
불법행위에 대한 제재 수위도 높인다. 투기 목적으로 취득한 농지는 현행 1년인 처분의무기간 없이 처분명령을 즉시 내리도록 개선한다. 처분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때 부과하는 이행강제금도 현재 토지가액의 20％에서 25％로 상향한다.
농업법인이 농지를 이용해 목적 외 사업인 부동산업·임대업을 영위하면 해당 부당이득환수를 위한 과징금제도를 도입하고 법인 대표 등에 대해서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 처벌규정을 신설해 적용한다. 농지를 불법임대할 때 매기는 벌금도 현재 ‘1000만원 이하’에서 ‘2000만원 이하’로 높인다.
농지 행정 거버넌스도 개선된다. ‘농지 특별사법경찰제’를 도입해 불법행위 단속을 강화하고 한국농어촌공사의 농지은행이 농지 상시 조사·감시, 농지정보 수집·분석·제공 등을 담당하게 한다. 농민 기준으로 작성하는 현행 농지원부를 필지 중심의 ‘농지대장’으로 전면 개편한다.
농식품부는 개선방안의 제도화를 위해 국회·관계부처와 긴밀하게 협력해 농지법·농어업경영체육성법·한국농어촌공사법·사법경찰관리직무법 등 4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고 빠른 시일 내에 개정이 완료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농지 투기를 근절하고 농지가 농업생산요소로서 본래 기능을 되찾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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