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농산어촌의 임야와 간척지를 가리지 않는다. 발전시설을 설치할 수만 있다면 ‘쪼개기’를 해서라도 사업을 추진하려 든다. 전남 영암군 삼호읍 일대의 간척지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있다. 한승호 기자
농촌파괴형 신재생에너지, 이대로는 안 된다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2021. 3. 21
한적한 농촌 마을과는 도통 어울리지 않는 덤프트럭 수 대가 커다란 굉음을 내며 바쁘게 오간다. 평생을 살아온 곳이건만 마을의 노인들은 처음 마주한 광경에 가슴이 두근거리고 귀가 먹먹해 아무 노릇도 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넓지 않은 농로를 불안하게 다니는 중장비들은 계속해서 흙먼지를 일으킨다. 결국 사력을 다해 가꾼 농토에는 이제 날카롭게 번뜩이는 것들만이 가득차게 됐다. 이와 마주한 촌로는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라고 담담히 심경을 고백했다.
지난 15일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 주저앉은 93세의 어르신은 단단히 거머쥔 한 손을 힘겹게 들어 올렸다. 주변에선 “풍력발전 이격거리 원상복구하라”, “한평생 살아왔다! 목숨 걸고 지킬거다” 등의 구호가 연신 울려 퍼졌다. 어르신이 평생을 살아온 마을 앞자락엔 높이 220m의 풍력발전기가 들어설 참이고, 군의회는 풍력발전기와 마을 간의 이격거리를 무참히도 좁혀놨다. 이격거리가 복구되지 않는다면 155m짜리 날개가 달린 풍력발전기는 마을과 고작 800m 떨어진 곳에 건설될 터다.
오늘날 농촌의 현실이다.
한 해 농사를 준비하고 또 시작할 때지만 최근 농민과 농촌 주민들은 논·밭에 없다. 시·군청과 도청 앞에 있다. 풍력·태양광을 반대하기 위해서다. 분명히 해야 할 게 있다면 이들이 ‘탈석탄과 탈원전을 거부하고, 신재생에너지 자체를 고깝게 보는 것’은 절대 아니란 점이다. 단지 마땅히 고려해야 할 부분을 생각지 않고 무분별하게 진행되는 그 방식을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농촌 현장의 이러한 투쟁을 단순한 ‘님비현상’으로 치부하기에 상황은 바깥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또 처절하기까지 하다.
이전의 화력발전소나 폐기물 소각장, 송전탑 등과 다르게 풍력·태양광은 겉으로만 볼 때 반대할 명분이 없어 보일 수도 있다. 기후위기에 대응해, 탈원전·탈탄소 대안으로 각광받는 신재생에너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신재생에너지는 그럴듯한 이름과 그 속이 매우 다르다. 너무나도 폭력적인 방법으로 자행되고 있다.
이는 공감을 얻지 못한 채 마을 주민들끼리 외로운 싸움을 지속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그 누구도 크게 관심 갖지 않지만 그들에겐 삶과 생계가 달려있기에 쉽게 그만둘 수도 없다.
학계와 산업계 그리고 환경단체마저 한목소리로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추앙하고 또 부르짖기만 한다. 업자들은 꽤 괜찮아 보이는 명분을 등에 업은 채 저렴하고 구하기 쉬운 농지에 콘크리트로 단단히 기반을 다져 나가고 있다. 설비를 설치하고 발전량을 늘리기에만 급급하다.
모두가 방관하는 사이 농촌은 쪼개지고 또 파괴되고 있다. 농업과 농촌을 지켜 마땅한 주무부처마저 그 성격과 어울리지 않는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달성을 목표로 한다. 이 과정에서 농촌의 경관과 기능, 또 공동체는 견줘 비교할만한 요소가 아니라는 듯 외면당하고 있다. 아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