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배면적 늘고 작황도 양호 소비부진에 홍수출하 겹쳐
경락값 평년 대비 절반 수준 4월부턴 수요 더 줄어들 듯
농식품부, 농가 지원 ‘난색’
농민신문 이민우 기자 2021. 3. 17
지난해 고공행진했던 양배추값이 올들어 약세를 거듭하고 있다. 재배면적이 늘어난 데다 작황마저 좋아 생산량이 증가한 결과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소비부진이 겹쳤다. 가격 회복을 위해서는 주산지에서 출하량 조절에 나서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생산량 증가에 소비부진 겹쳐…약세 지속=15일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양배추 8㎏ 상품 한망당 평균 경락값은 3521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3월 평균 9591원보다 63%, 평년 3월 평균 6995원보다 50% 낮은 값이다.
양배추값은 올 1월초까지만 해도 1만원대를 기록하며 강세를 이어갔다. 그러다 1월15일을 기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해 2월에는 4000원대까지 떨어졌고, 3월 들어서는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3000원대로 추락했다.
양배추값 급락은 생산량 증가가 주요인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지난해 강세 여파로 재배면적이 늘어난 데다 작황이 양호해 생산량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1월 한파에도 별다른 피해를 보지 않은 데다 2월 설 명절 이후 주산지인 제주지역에 잦은 비와 이상고온 현상이 발생해 생육 상황까지 급격히 좋아졌다.
산지 관계자는 “기온이 오르면서 구 비대가 평년보다 20∼30% 이상 커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도 비슷한 관측 결과를 발표했다. 농경연에 따르면 겨울양배추 생산량은 16만4000t으로 전년 및 평년 대비 각각 19.4%, 12.8% 증가했다.
한은수 농경연 엽근채소관측팀장은 “지난해 양배추값이 높다보니 재배면적이 전년보다 9.6% 늘어났고, 단수도 전년보다 9% 증가해 전체적으로 생산량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 2월15일∼3월12일 가락시장 양배추 반입물량은 7661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4% 늘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소비부진과 출하 지연으로 인한 홍수출하도 악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김진구 대아청과 영업3팀장은 “외식 소비가 줄면서 식당 등 거래처의 발주가 급격히 줄었다”며 “게다가 1월 한파 때 출하를 지연한 양배추 물량이 중첩되면서 시장 반입물량이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산지 수급조절 절실=양배추 시세 전망은 밝지 않다. 4월부터 봄나물 등 대체 품목 출하가 본격화해 소비가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산지에서 물량 감축 등 수급조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같은 지적에 따라 제주지역 농가와 산지유통인 등은 자율감축 등 대응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제주지역에 남은 물량이 4만t가량으로 추산되는데, 산지유통인을 중심으로 재고의 10%를 감축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김학종 제주양배추연합회장은 “농가와 산지유통인이 현 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물량을 감축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산지농가 등이 값 폭락에 대한 대응을 고심하는 가운데 정부에선 별다른 방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산지 관계자는 “아무리 주요 품목이 아니더라도 농가들이 손해를 감수하고 방안을 마련하는데 정부가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는 건 농업 전체를 고려하지 않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양배추는 수급조절 매뉴얼상 관리품목이 아니라서 산지폐기 등 지원 근거가 미약하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정부가 지원하려면 계약재배나 채소가격안정제 참여가 선행돼야 하는데 양배추는 참여농가수가 많지 않다”며 “현재로선 제주도에서 수급조절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국산 양배추값 하락 여파로 중국산 양배추 수입량도 줄었다. 올 1월 1142t이었던 양배추 수입량은 2월 502t으로 반토막 났다. 지난해 2월에는 무려 2157t이 수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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